폐암

"3세대 폐암 신약, 뇌전이 환자에 효과… 수술 능가하기도"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전문의에게 묻다]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한지연 교수

 




한국인 등 동양인에게 유독 많이 발생하는 폐암이 있다. 바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이다. 이 질환은 변이와 전이가 잦고, 치료제 내성도 쉽게 생겨 환자와 그 가족을 더욱 괴롭게 한다. 다행히 지난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신약이 등장하면서 상황은 변하고 있다. 폐암 신약 등장 1년, 환자들은 새로운 희망을 꿈꿀 수 있게 됐을까? 폐암 치료 현장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한지연 교수에게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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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한지연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한국인 폐암 85%는 비소세포폐암이다. 비소세포폐암이란?
폐암은 조직학적 분류에 의해 암세포의 크기와 형태를 기준으로 소세포폐암 또는 비소세포폐암으로 구분한다. 비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 환자의 85%로 대다수를 차지하며 소세포폐암은 15%로 점차 발병빈도가 낮아지는 추세다. 비소세포폐암은 다시 폐 가장자리에 발생하는 선암과 폐 중심부에 발생하는 편평상피세포암, 기타 암 등으로 분류하는데, 선암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소세포폐암은 암세포가 큰 덩어리 모양으로 빨리 자라는 편이고, 흡연력이 있는 환자가 많다. 이를 제외하면 모두 비소세포폐암으로 분류한다. 최근 한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지역에선 여성, 비흡연자의 폐암빈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비소세포폐암 환자이다. 비흡연자의 폐암은 여러 사회환경적 요인이나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유전자 돌연변이 여부에 따라 치료 예후가 달라진다. 유전자 변이는 NGS(Next Generation Sequencing,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을 기반으로 한 유전자 패널 검사를 통해 발견한다.

국내 환자는 EGFR 변이가 유독 많다. EGFR 변이는 뭔가?
NGS를 통해 암 조직의 유전자 돌연변이 여부를 판단하는데, 이때 흔한 유전자 돌연변이 중 하나가 EGFR 변이다. 현재 한국 등 아시아 지역 비흡연자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유전자 돌연변이다.


서양인의 경우, 대부분 폐암의 폐암환자가 흡연자이고 EGFR 돌연변이가 많지 않다. 반면 아시아 지역 여성 폐암은 전체 85%가 비흡연자임을 볼 때, 인종적 특성이 EGFR 변이 빈도수에 영향을 끼친다. 현재 국내 전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약 30~40%가 EGFR 변이를 가지고 있다. 비흡연자만을 따로 분석해보면, 약 60% 이상이 EGFR 변이를 보유하고 있다.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은 치료방법도 다른가?
특정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지 않은 환자는 기존 치료에서 가장 우수한 효과를 보이는 항암 주사 치료를 진행한다.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되면 변이에 적합한 표적치료제를 투여한다. EGFR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우수한 치료제는 이미 여럿 개발됐다. NGS 결과를 기반으로 표적치료제는 발전해왔다. 현재 EGFR 변이 환자로 진단된 환자는 3세대 EGFR 표적치료제가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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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교수가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의 특징과 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폐암은 전이, 재발이 잦다. 그 후 치료는 어떻게 달라지나?
폐암은 재발과 전이가 특히 많은 암이다. 약물치료에도 국소 진행 또는 다른 장기로 암이 퍼지는 전이가 발생하는데, 질병 악화 정도에 따라 치료법을 달리한다.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생겨 재발 또는 전이가 된 환자는 NGS를 시행해 원인을 찾은 다음, 적절한 치료제를 선택한다.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의 경우, 기존 표적치료제에 내성이 있는 환자 약 60%가 EGFR 엑손 20에서 발현되는 T790M 돌연변이를 갖고 있다. 이들에겐 EGFR T790M 변이 양성 표적치료제를 사용한다. 이 치료제는 계속해서 발전해왔고, 최신 표적항암제인 3세대 치료제로는 오시머티닙(상품명 타그리소)과 레이저티닙(상품명 렉라자)이 있다.


비소세포폐암은 특히 뇌전이가 많다. 뇌전이 치료의 특이점이 있을까?
뇌전이는 비소세포폐암에서 흔히 나타난다.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약 25%가 치료 중 뇌전이를 경험한다. 일반적인 비소세포폐암 환자보다도 뇌전이가 동반되는 비율이 높다.

뇌전이 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기존 1세대 표적치료제가 뇌를 보호하는 막을 통과하지 못해 뇌전이 효과가 미미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치료제가 발전하면서 3세대 표적치료제는 뇌혈관 장벽(BBB, Blood-Brain-Barrier) 투과도가 높고, 뇌전이 환자에게서도 유의미한 효능과 안전성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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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기 폐암환자의 레이저티닙 사용 전·후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한지연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최신 3세대 치료제는 레이저티닙이다. 기존 치료제와 비교하면 어떤 차이가 있나?
다른 3세대 EGFR 변이 표적치료제와 레이저티닙을 직접 비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다만, 임상시험을 통해 무진행 생존기간(PFS)이 기존 치료제와 유사한 수준이고, 뇌 전이 치료 효과는 높다는 점이 확인됐다. LASER201 임상 1/2상 시험에서 확인된 레이저티닙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11.1개월이었으며, 반응률(ORR)은 55.3%로 오시머티닙에 상응하는 효과를 보였다.

뇌전이 병변은 뇌 형태의 특성상 병변 측정이 어려운데, LASER201 임상에선 객관적으로 뇌전이 병변 측정이 가능한 환자 7명을 대상으로 유효성을 평가했다. 그 결과 레이저티닙은 6명에게서 치료 효과가 나타났고, 나머지 1명은 병변이 커지지 않았다. 뇌전이 치료 효과가 우수하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전체 생존기간(OS)에도 차이가 있나?
최근 아시아암학회 학술대회(AOS 2022)에서 레이저티닙 관련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레이저티닙은 이전에 EGFR 티로신 인산화효소 억제제(TKI, Tyrosine kinase inhibitor) 치료를 받고 질병이 진행된 EGFR T790M 돌연변이 양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임상시험을 추적 관찰한 결과, 레이저티닙을 투여한 환자군에서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mOS)이 38.9개월 달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3년 이상의 전체 생존기간을 달성했다는 것은 굉장히 괄목할 만한 성적이라고 생각한다.


임상시험에서 환자에게 나타나는 치료 반응을 평가할 때는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평가한다. 환자의 병변 중에서도 측정 가능한 병변을 몇 부위 선택하고, 치료제를 투여 후 해당 부위 병변의 변화를 평가한다. 연구자 평가뿐 아니라 제삼자가 객관적으로 치료 반응과 병변 변화를 평가해 효능 정도를 파악한다. 특정 기준에 따라 질병 진행(PD, Progressive Disease) 정도를 판단한다.

예를 들어, 임상시험에서 환자 반응을 평가할 때 병변 사이즈상 5mm 증가했는데 %로 환산하면 약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점이 필요하다. 질병이 진행됐지만, 병변 크기가 여전히 작고 치료제가 환자에게 임상적 유용성이 높게 유지될 때는 ‘beyond PD’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이 경우, 질병이 진행돼도 보통 10개월 이상 기존 치료를 유지한다. 치료를 계속 유지해도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좋은 상태를 보여줬기 때문에 전체 생존기간까지 개선한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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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교수가 지난 1년 동안의 3세대 표적치료제 처방경험을 전하고 있다. ​ /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3세대 표적치료제를 모두 보험급여로 사용할 수 있게 된 지 1년이 됐다. 실제 교수님이 느끼는 두 치료제의 차이가 궁금하다.
3세대 표적치료제인 레이저티닙과 오시머티닙 모두 독성 면에서는 비슷한 효과를 보인다. 기존 1, 2세대 EGFR 표적치료제는 야생형(wild type) EGFR을 표적 한다. 야생형이란 정상 세포에 발현된 표지자다. 즉 1, 2세대 표적치료제는 폐암 세포에도 효과적이지만 피부에 있는 정상 세포도 표적해 피부 독성이 심한 편이다. 실제 환자들이 피부 발진이나 가려움증 등의 피부 문제가 심하게 일어나서 굉장히 고생하기도 한다.

반면 3세대 표적치료제는 야생형을 표적하지 않고 변이만을 선택적으로 표적하기 때문에 당연히 독성은 적고 효능이 우수하다. 레이저티닙은 기존 1, 2세대 표적치료제보다 효능이 우수하면서 독성이 적다. 또한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레이저티닙도 간혹 1, 2등급 수준의 말초신경 저림증상이 나타나긴 하지만 빈도도 높지 않다.

오시머티닙은 오래 사용하는 경우 간혹 혈소판 감소증(thrombocytopenia)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비해 레이저티닙은 투여 후 약 27개월 동안 장기 추적했을 때 혈소판 감소 빈도가 1% 정도로 낮은 편에 속한다. 치료제를 오래 쓸수록 다른 장기에 영향을 미치는지도 중요한데 레이저티닙은 혈소판 감소증, 간질성 폐렴, 부정맥 등의 전도계 이상의 빈도가 낮다는 장점이 있다.


치료제는 발전하고 있으나 여전히 환자의 고민은 크다. 환자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치료제의 선택지가 많아진다는 것은 상당히 좋은 변화다. 치료 선택지가 하나밖에 없을 때는 고가 약제의 비용을 개개인이 부담할 수밖에 없었지만, 경쟁 약제가 늘어날수록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특히 국내 제약사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많은 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을 훨씬 덜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처음 암 치료를 시작했을 때는 항암제가 많지 않아 환자들의 선택지가 매우 부족했다. 1년 이상을 살아가는 환자가 거의 없을 정도로 치료 환경이 열악했는데 지금은 EGFR 돌연변이를 가진 경우 생존기간이 3년을 넘어가고, ALK 돌연변이 보유 환자의 5년 생존율은 60%를 넘는다. 3세대 표적치료제를 사용해 수술보다 더 좋은 효과를 보이는 사례도 많다. 이러한 변화는 희망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생존율이 증가하고 있다. 모든 의료진이 환자에게 적합한 최선의 치료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한 임상시험이 계속되고 있기에 앞으로도 폐암 환자의 생존기간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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