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

발바닥 아치 없는 평발만 문제? 아치 높은 '요족'도 족부질환 불러

박의현 연세건우병원장

[Dr. 박의현의 발 이야기]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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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현 연세건우병원장
凹凸. 테트리스 블록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엄연한 한자다. 오목할 '요'자와 볼록할 '철'. 신문 기사에서는 '도로에 요철이 많다' '자동차가 요철을 부드럽게 넘는다' 같은 용법으로 사용이 된다. 자동차가 요철을 잘 넘어가기 위해서는 충격을 완화해주는 서스펜션이 필요하다. 무게를 많이 지탱해야 하는 트럭들은 살짝 휘어 있는 판스프링이 그 역할을 한다.

사람의 발도 마찬가지이다.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 발바닥은 적당하게 휘어 있다. 걷거나 뛸 때 아치가 펴지면서 체중과 충격을 발바닥 전체로 분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발바닥의 아치가 없어서 발이 평평할 경우를 평발, 반대로 아치가 너무 높은 경우를 요족(凹足·오목발)이라고 한다. 평발의 경우는 익숙하지만 요족은 일상적으로 쓰일 만큼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다.

그러나 요족은 다른 족부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요족인 경우 발 전체가 아닌 발가락과 뒤꿈치 부분에만 체중이 실리게 된다. 체중이 발의 앞쪽으로 집중이 되면 '지간신경종'을 유발하거나 발가락이 굽는 '갈퀴족지 변형'이 생길 수 있고 뒤쪽에 실리게 될 경우는 그렇지 않아도 높은 발등으로 근막이 팽팽해진 것에 더해 체중도 뒤꿈치에 모여 '족저근막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요족인 경우 걸을 때 발을 바깥쪽으로 틀어서 딛게 되어 신체 중심이 내측으로 쏠리게 된다. 이 경우 아킬레스힘줄이 단축이 되어 '아킬레스건염'이 호발하거나, 종아리 근육이 경직돼 피로감이나 통증이 있을 수 있다. 발목의 외측 인대는 상시 늘어나 있는 상태가 되니 '발목인대파열'이나 '발목인대 불안정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만성적인 발목의 문제는 결과적으로 '발목관절염'까지 진행될 위험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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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통계를 보면 진료코드가 요족으로 분류되는 환자의 수 자체는 많지 않다. 2021년의 경우 전국적으로 약 2500명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요족으로 인해 위에 기술한 다른 족부질환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 수치상으로 나타나는 것보다는 요족 환자는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요족이 원인이 된 지간신경종 환자는 병원 진료코드 기입시에는 최종 상병인 지간신경종으로 기재를 하기 때문이다.

요족 치료는 보존 치료와 수술 치료로 구분할 수 있다. 보존 치료는 발마사지와 스트레칭으로 피로를 풀어주거나 전문의가 처방한 인솔(신발 깔창)을 활용해 보행 시 압력을 감소시키고 충격을 완화시키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수술적 치료는 요족으로 인해 발생된 지간신경종과 족저근막염의 경우 신경종·근막염 수술과 단축되어 있는 아킬레스 근막 부분유리술을 동시에 시행한다. 요족 변형으로 발생한 질병 자체도 치료하지만, 그 원인까지도 치료를 해야 완벽에 가까운 증세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교정과 수술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술기의 발전으로 요족으로 인한 족부질환은 대부분 최소 절개나 관절내시경을 이용해 수술에 대한 부담은 많이 경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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