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환자들의 브이로그에 공감·응원 쏟아져

이미지
지난 25일 유튜버 ‘꾸밍’이 난소암 4기 판정 2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꾸밍’ 유튜브 채널 캡처
생을 기록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말기암 투병기를 다루는 유튜버들은 항암치료 후기부터 단순 일상, 취미 활동 등 병원 안팎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영상으로 전한다. 차곡차곡 남겨진 그들의 시간은 사람들에게 소중한 기록과 기억이 된다.

◇23세 유튜버 ‘꾸밍’, 난소암 4기 판정 2년 만에 세상 떠나

지난 25일 유튜버 ‘꾸밍(본명 이솔비)’의 유튜브 채널 영상에 “우리 꾸밍이 솔비가 오늘 힘든 여정을 뒤로하고 세상을 떠났다”는 댓글이 달렸다. 앞서 꾸밍이 직접 ‘내 생에 마지막 기록. 여러분 고마웠어요. 말기 시한부 일주일’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한지 6일 만이다. 당시 그녀는 영상을 통해 “마지막으로 영상 올리고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남긴다. 일주일 전까지 멀쩡했는데 일주일 사이에 상태가 많이 안 좋아져서 앞으로 일주일에서 한 달 정도 살 수 있을 것 같다”며 건강 상태가 악화됐음을 알렸다.

향년 23세로 세상을 떠난 꾸밍은 2년 전 희귀암인 소세포성 난소암 4기 판정을 받았다. 어린 나이에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고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항암치료 후기, 메이크업 등 취미 생활 등을 올리며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왔다. 오랜 기간 꾸밍의 투병기를 지켜봐온 사람들은 사망 소식이 전해진 후 SNS와 유튜브 영상 댓글 등을 통해 추모를 이어가고 있다.

◇‘투병기 브이로그’로 세상과 만나는 말기암 환자들

그동안 꾸밍 외에도 여러 유튜버들이 영상을 통해 자신의 말기암 투병기를 전해왔다. 유튜버 특성상 젊은 연령대가 많은 만큼, 대부분 이른 시기에 말기암 선고를 받은 이들이었다. 일부는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세상을 떠났으며, 또 일부는 여전히 밝은 모습으로 암과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말기암 환자들의 유튜브 영상은 흔히 볼 수 있는 브이로그(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콘텐츠) 형태다. ‘먹방’부터 취미생활, 작품 활동 등 여러 가지 일상을 담는다. 다만 이들의 일상에는 오랜 병원 검사와 항암치료, 입원 생활 등 조금은 다른 모습들이 함께 담겨있다. 갑작스럽게 말기암 선고를 받았던 그날의 기억부터 현재 몸 상태·증상, 항암치료를 받으러 가는 길에 느꼈던 감정, 항암치료 후기, 복용 중인 약, 먹었던 음식, 식사량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또 지난날 아프지 않았던 자신의 사진들을 보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영상 보며 공감·응원… 말기암 환자 삶에 대한 인식 바꿔

유튜브를 통해 보는 말기암 환자의 모습은 흔히 생각해온 말기암 환자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남들보다 좀 더 각별할 하루하루를 아무렇지 않듯 평범하게 보내며, 사람들의 생각처럼 병상에만 누워 떠날 날을 기다리지도 않는다. 이러한 모습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환자와 그들의 보호자 등 영상을 보는 모든 사람에게 공감과 위로가 된다.

실제 말기암 환자들의 유튜브 채널 댓글 창은 작은 ‘환우 커뮤니티’가 되기도 한다. 항암치료에 대한 자세한 후기부터 복용 중인 약물, 부작용 증상, 남은 시간을 잘 보내는 방법 등에 대한 정보는 물론, 서로 걱정하는 마음과 힘든 치료를 이겨내자는 응원도 주고받는다. 자신 또는 주변 사람이 암을 앓고 있지 않아도, 영상을 보며 환자를 응원하는 댓글들도 볼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조주희 암교육센터장은 “삶이 제한적인 말기암 환자들에게는 매 순간순간이 더욱 중요한 만큼, 유튜브 운영을 통해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내고 기록을 남기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환자는 투병기를 공유함으로써 응원을 받고 삶에 대한 의지를 다지며, 대중은 실제 말기암 환자의 일상을 보면서 젊은 사람도 암에 걸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등 질환에 대해 이해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판단 대신 지지를… 정보 선별 능력 필요

환자들의 영상 제작 의도와는 별개로 여러 우려사항도 분명 존재한다. 유튜브 상에는 좋은 뜻으로 만들어진 환자들의 영상과 달리, 환자들을 겨냥한 악성 광고성 영상들도 있기 때문이다. 환자·보호자가 말기암 환자의 영상을 보거나 검색한 경우,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인해 해당 영상과 관계없는 광고성 영상을 접하게 될 수 있다. 또한 영상을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환자 개인적 경험을 기반으로 한 치료·부작용 후기를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는 이야기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 조주희 교수는 “환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영상으로 만들고 공유하는 것은 좋으나, 개인적 경험이며 의학적인 판단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안내할 필요가 있다”며 “영상을 보면서 질환이나 치료방법에 대해 판단하기보다, 서로 지지하고 응원하는 분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병원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만큼, 유튜브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올바르게 정보를 습득하는 방법을 교육 중이다. 병원 교육과는 별개로 환자 역시 잘못된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스스로 선별 능력을 기를 필요가 있다. 가천대길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재훈 교수는 “영상을 보는 사람들은 정보를 잘 선택해서 올바르게 이해하고, 영상을 올리는 이들 또한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면서 영상을 제작·송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