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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두창 이례적 확산… 제2의 코로나 될까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05/24 16:43
국내 유입되더라도 팬데믹 가능성 작아
치료제 있어… 두창 백신 접종 불필요
코로나19 팬데믹이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12개 국가에서 92명이 원숭이두창에 감염됐다고 지난 21일(현지시각) 밝혔다. 갑자기 등장한 원숭이 두창에 '제2의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벌어지는 건 아닐까 우려가 쏟아진다. 또 다른 팬데믹에 대비한 원숭이 두창 백신 접종이 필요할지 알아보자.
◇'신종' 아닌 원숭이 두창, 이례적 확산 사례
'원숭이 두창'이란 이름 때문에 이 질환을 신종 감염병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원숭이 두창은 신종 감염병이 아니다. 원숭이 두창은 중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풍토병으로 자리 잡은 병이다. 1958년 독일의 실험실 원숭이에게서 사람 두창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 '원숭이 두창'이란 이름이 붙었으며, 1970년 콩고에서 처음으로 인간 감염 사례가 발생했다. 이후 인간 감염 사례가 계속 추가되긴 했으나, 확진자는 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산발적으로 드물게 보고됐다.
수십 년간 풍토병에 머물렀던 원숭이 두창이 아프리카 외 지역에서 확산한 이번 사례가 이례적이다. 한양대병원 감염내과 김봉영 교수는 "지금 원숭이 두창에 WHO 등이 주목하는 이유는 아주 드문 사례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원숭이 두창 자체가 전염력이 강하지 않고, 사람 간 전파가 잘 이뤄지는 질환이 아닌데 아프리카 외 지역에서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한 이례적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 원숭이 두창은 유럽,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20~50대 남성을 위주로 확인되고 있다.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나 확진자 대부분은 아프리카 방문 이력이 없다. 이들은 최근 영국에서 개최된 성소수자 행사 참여자 또는 참여자의 접촉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첫 확진자만 지난달 나이지리아 방문 후 귀국했다. 나이지리아는 원숭이 두창이 풍토병인 국가 중 하나이다.
◇변이·전파력 낮아… 팬데믹 가능성 희박
이례적인 확산 사례가 발생할 만큼 강력한 원숭이 두창 변이가 발생한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나, 그렇지는 않다. 현재 확인된 원숭이 두창은 기존에 알려진 원숭이 두창과 같은 종류이다. 원숭이 두창은 변이 확률 자체도 낮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구조가 불안정한 RNA 바이러스라 증식(복제) 과정에서 변이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지만, 원숭이 바이러스는 구조 자체가 안정적인 DNA 바이러스라 증식 과정에서 변이가 발생할 확률이 낮다.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염준섭 교수는 "원숭이 두창은 DNA 바이러스라 태생적으로 변이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사람 간 전파가 잘 이뤄지지도 않으며, 비말 감염을 통한 빠른 전파가 이뤄지지도 않는다"며 “원숭이 두창이 오랫동안 존재해왔던 인수공통감암병임에도 풍토병에 머물러 있음을 고려하면, '제2의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원숭이 두창은 국내에 유입되더라도 코로나19처럼 빠르게 확산하지 않을 것이라 팬데믹을 일으킬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두창 백신 접종 굳이 할 필요 없어
팬데믹 가능성이 작다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원숭이 두창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두창 퇴치국으로 인정받아 1979년 이후 두창 접종을 중단한 상태이다. 이 때문에 국민 전체가 두창에 얼마나 면역을 가졌는지 알기 어렵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모두 굳이 두창 백신을 접종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WHO의 경우, 백신접종이 아닌 공중 보건 관리를 통해 원숭이 두창 백신 확산을 관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AFP 통신에 따르면, 마리아 밴커코브 WHO 코로나19 대응 기술팀장은 23일(현지시각) SNS에서 원숭이 두창과 관련해 “조기 인지와 격리 등 공중 보건 수단을 쓸 수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정부 역시 사람 두창 백신을 이미 확보하고 있음에도 원숭이 두창 백신 예방을 위한 백신 활용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다. 방역 당국은 면역력을 기억하는 면역세포가 어떻게 발현되고 있는지 알기 어려우나, 그렇다고 백신 접종을 시행할 만큼 원숭이 두창이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이상원 역학조사분석단장은 "현재 두창 백신은 생물테러 매우 심각한, 재난에 가까운 고도의 공중보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단장은 "아주 큰 위험 상황이 아니면 사용할 계획이 없고, 일반 인구의 사용 검토계획도 없다"고 했다.
코로나 백신과의 병용 역시 검토가 더 필요한 사안이라고 전했다. 그는 "두창 백신은 기본적으로 생백신이라 코로나 백신과는 결이 달리 의학적으로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만일 백신 접종이 이뤄지지 않아, 감염자가 증가하더라도 코로나와 달리 백신과 치료제가 모두 있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 우세하다. 치료제의 경우, 원숭이 두창에 적응증이 있는 치료제는 없으나, 사람 두창에 효과가 있는 항바이러스제가 여러 종류 존재한다. 염준섭 교수는 "사람 두창과 원숭이 두창은 형태학적으로 구분이 거의 안 될 정도로 비슷하다"고 했다. 그는 "둘은 매우 유사한 형태의 바이러스라 사람 두창 백신과 치료제로 사용하는 항바이러스제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봉영 교수도 "원숭이 두창은 DNA 바이러스 특성상 단기가 변이가 발생하거나 확산할 가능성이 작고, 사람 두창과 친척 관계 정도라 확산하더라도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원숭이 두창용 치료제는 없지만, 사람 두창에 사용하는 항바이러스제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할 것이다"고 했다.
한편, 두창은 감염되면 발열, 오한, 두통, 림프절 부종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전신과 손에 수두와 비슷한 수포성 발진이 퍼지는 특이 증상이 나타난다. 2주~ 4주간 증상이 지속하며 대부분 자연회복된다. 최근 치명률은 3~6% 내외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미리 감염병 대비 차원으로 지난 2016년 ‘원숭이두창 진단검사법 및 시약’ 개발과 평가를 완료한 상태이다. 국내에 유입될 경우, PCR 검사를 통해 즉시 확진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