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전기 흘려 기억 개선… 다양한 치매 치료 시도 중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퇴행성 뇌질환 명의'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송인욱 교수

▲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송인욱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노화가 되면 자연스레 증가하는 질병이 치매다. 인구가 고령화되면 필연적으로 치매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치매는 정말 가까이에 있다. 65세 이상 10명 중 1명(10.33%, 중앙치매센터 자료)이 치매 환자다. 60세 이상은 7.23%가 치매 환자로 추정된다. 나 자신을 비롯해 부모님, 조부모님 등은 모두 치매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치매, 대비하고 관리해야 한다. 퇴행성 뇌질환의 명의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송인욱 교수는 “환갑 넘었다면 치매 검사를 꼭 받으라”고 했다. 다양한 치매 치료를 시도하고 있는 그를 만나 치매에 대해 들었다.

-치매 의심증상은?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치매 전단계를 ‘경도인지장애’라고 하는데, 경도인지장애 전단계 개념도 있다. 바로 ‘주관적 기억장애’다. 주관적 기억장애란 자신 스스로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느끼는 것이다. 다만 인지기능 검사에서는 정상으로 나타나고, 일상생활에도 장애가 없다. 주관적 기억장애는 뇌 신경 퇴화로 발생하는 치매의 아주 초기 단계라는 것이 최근 학계 의견이다. 치매 ‘전전’ 단계라고 생각하면 된다.

-치매 잘 걸리는 고위험군 따로 있나?
당뇨병·고혈압·이상지질혈증 같은 만성질환이 있거나, 우울증이 있는 사람, 머리 외상을 경험한 사람이 치매 고위험군이다. 독거노인도 치매 고위험군이다. 외부와의 소통이 단절되면 뇌 자극이 안 되면서 뇌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사람을 만나고 새롭고 낯선 환경에 부딪혀야 사람은 머리를 쓴다. 영어를 잘하던 사람이 영어를 안 쓰면 잊어버리는 것과 같이 ‘자극’이 없으면 뇌는 퇴화한다. 독거노인의 경우 자기 생활이 한정돼 있고 단조로움이 반복된다. 최근 요양원, 요양병원에 있는 치매 환자들의 상태가 악화됐는데, 코로나로 가족 면회 등이 제한되면서 나타난 현상 같다.

-조기발견이 중요한 치매, 정기 검사 어떻게 해야 하나?
보건소나 치매안심센터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인지기능검사는 설문 형태로 5~10분이면 하는 아주 간소화된 검사지만, 한계가 명확하다. 치매 진단보다는 치매 의심 환자를 걸러내는 선별 검사로 의미가 있다. 치매 진단을 위해서는 치매를 전문적으로 보는 병원에서는 하는 ‘신경심리검사’를 해야 한다. 신경심리검사는 한 시간 넘게 소요되는 정밀 검사다. 병원에서 심리사를 따로 채용해 검사를 진행하며, 심리사가 직접 질문하고 환자에게 답하게 하고 외우게 하는 등의 평가를 한다. 나이, 교육 수준 등을 고려해 기억력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평가한다. 한편, 보건소나 치매안심센터에서 하는 인지기능검사는 치매를 확실하게 진단하기 어렵지만 환자는 제대로된 치매 검사를 했다고 착각할 수 있다. 자칫 조기진단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치매 검사 누가 해야 하나?
환갑이 넘었다면 한번쯤 치매 검사를 해보는 게 좋다. 먼저 보건소나 치매안심센터에서 선별 검사로 인지기능검사를 해보고 치매가 의심된다는 판정이 나오면 병원에서 신경심리검사를 한다. 치매 검사는 여러 번 반복하면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검사 패턴을 외워 최종 결과가 부정확할 수 있다. 검사는 한두 번 정도만 받는다고 생각하자. 치매가 불안한 사람도 빨리 검사를 받는 게 좋다. 불안감 자체도 치매에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송인욱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경도인지장애, 어떤 치료·관리가 필요한가?
치매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는 정상군보다 치매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인지개선제를 복용하는 등 적극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 인지개선제는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뇌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자극한다. 아직 효과의 근거가 명확치는 않지만, 안 먹는 것보다는 먹는 것이 낫다. 초기에 복용하면 증상을 개선하고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인지개선제에 대해 설명해달라?
인지개선제는 전체 치매의 75%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 치매에 10~20년 전부터 쓰이기 시작한 약이다. 크게 두가지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콜린에스테라제 억제제, 다른 하나는 NMDA 수용체 길항제다. 먼저 콜린에스테라제 억제제는 뇌에서 기억·인지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 ‘아세틸콜린’이 뇌에서 정상적으로 유지되도록 한다. 인지기능 개선에 도움을 주며, 초기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에게 주로 사용된다.

NMDA 수용체 길항제는 중등도 이상 환자에게 쓰는 약이다. NMDA 수용체는 뇌에서 기억력을 유지하는데 관여하는데, 아미노산의 일종인 글루타메이트에 의해 과도하게 자극되면 뇌신경 세포가 손상된다. NMDA 수용체 길항제는 글루타메이트의 과도한 활성을 억제함으로써 뇌신경 세포의 파괴를 줄여 뇌의 기억력을 증진시키고 치매의 진행을 지연시킨다. 중등도에서 중증의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에게 주로 사용된다. 콜린에스테라제 억제제는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이 있고, NMDA 수용체 길항제는 메만틴이 있다.

-지난해 미FDA 승인 받은 '아두카누맙'은 주목할 만한 신약인가?
2000년대 초반 이후 오랜만에 나온 신약이 아두카누맙이다. 알츠하이머 치매 신약인 아두카누맙은 지난해 미국FDA승인을 받았지만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3상 임상시험 결과가 완벽하지 않아 조건부 승인을 받은 것. 추가 임상시험(4상)을 통해 효과를 인정 받아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승인이 취소된다. 아두카누맙은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 물질인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제거한다는 측면에서 기존 약들과 기전이 다르다. 임상결과를 보면 고용량은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단순히 증상 개선이 아닌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줄인 새로운 기전의 약이라는 측면에서 높게 평가하지만, 아직 검증이 덜 됐다는 생각이다. 약값도 비싸다. 1회 투여비용이 500만원에 달한다.

-약물 외에 전기자극 치료 등이 얼마나 도움이 되나?
약물이 큰 역할을 못하자 약물 외의 다양한 보조적 치료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약한 전류를 뇌로 흘려보내는 ‘경두개 직류자극 치료’다. 초음파 자극인 ‘저강도  집중 초음파 치료’도 있다. 이들 치료는 모두 잠자고 있는 뇌에 자극을 줘서 깨우는 효과를 낸다. 상처 없이 피부 밖에서 진행되는 치료라 '비침습성 뇌자극술'이라고 한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전기자극 치료에 대해 설명해달라?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 18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만 경두개 직류자극 치료를 매일 30분씩 시행하도록 했다. 그 결과, 인지·언어 기능이 향상됐고, 뇌포도당 대사도 전보다 활발하게 증가했다. 포도당은 뇌의 에너지원이다. 연구를 통해 전기자극 치료인 경두개 직류자극 치료가 초기 치매 단계에서 유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우리 병원 연구 덕에 국내 식약처로부터 임상 허가가 승인이 났다. 다기관 임상 연구도 했으며 신의료기술도 신청해놨다.

-저강도 초음파 치료는 무엇인가?
흔히 암 치료 등에 사용하는 고강도 집속 초음파는 조직을 열로 태우지만 저강도 집중 초음파는 상처를 내지 않는다. 65~85세 사이의 중등도 이상 알츠하이머병 환자 4명을 대상으로 저강도 집중 초음파로 기억력을 관장하는 해마를 3분 동안 자극했다. 그 결과, 신경심리검사에서 환자들의 기억력, 인지기능이 약간 상승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뇌포도당 대사율도 증가했다.

-이런 비약물 치료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한 이유는?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완전한 약’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치매는 일종의 노화다. 되돌리기는 실상 어렵다. 여러 방식의 치료를 통해 증상을 개선하고 진행 속도를 늦춰야 한다.

-치매 예방을 위한 생활관리법은?
치매는 유전적 요인보다 환경적 요인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치매 개선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즐겁게 사는 것’이다. 외부 활동, 취미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라.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제일 좋다. 사람과 어울리는 것 그 자체가 뇌에 자극이 된다. 치매는 물론, 우울증 개선에 도움이 된다. 편식을 하지 말고 영양섭취를 골고루 해야 한다. 걷기 등 운동도 꾸준히 해야 한다. 치매 위험인자 관리도 중요하다. 머리를 안다쳐야 하며 술·담배는 자제해야 한다. 규칙적인 생활도 중요하다. 특히 수면 사이클을 지켜야 한다. 수면은 호르몬과도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그러면 치매는 늦출 수 있다.

-치매 환자를 둔 보호자들에게 한 말씀
치매 환자에게 사랑을 주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치매는 어린 아이가 되는 병이다. 아이들은 말하지 않아도 부모의 사랑을 느낀다. 치매 환자도 마찬가지다. 보호자가 힘들지만, 사랑을 갖고 잘 챙겨주면 치매 환자 마음이 평안해 증상도 심하지 않다. 환자가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있다면 자주 가서 얼굴 보고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코로나 때문에 가족 면회가 제한되다 보니 치매 환자들의 상태가 전반적으로 악화돼 안타깝다.

▲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송인욱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송인욱 교수
순천향대 의대를 졸업하고, 가톨릭대 의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전문 분야는 치매, 파킨슨병, 떨림 등 퇴행성 뇌질환이다. 치매의 경우 비약물 치료 연구를 선도적으로 하고 있다. 치매 약 이외에 전기자극, 초음파 등을 통해 증상을 개선하는 치료를 국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저초음파 자극을 통한 신경 퇴행성 질환 치료 연구를 시행한 바 있다. 전기자극 치료인 경두개 직류자극 치료의 다기관 임상 연구를 주도적으로 했다. 송 교수는 또한 파킨슨병 동반된 치매를 적극적으로 보고 있다. 

2010~ 2019년 인천 부평구 치매통합관리센터의 센터장에 역임했으며, 치매 인식 개선 및 예방교육, 상담, 조기진단 등 치매관리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2019년 인천광역시장상을 수상했다. 대한신경과학회,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 , 대한치매학회 정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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