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연홍의 아름다운 삶>​





저는 향장생물공학 박사로, 국제뷰티크리에이티브협회장을 맡고 있고 경희의료원 후마니타스암병원 뷰티클리닉센터에서 암환자 분들의 미용 고민을 덜어드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아미랑’ 칼럼을 통해, 암 치료 중 겪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 방법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오늘 첫 순서로, 많이들 고민하시는 탈모에 대한 얘기 들려드리겠습니다.

뷰티클리닉센터를 찾는 환자분들은 대개 탈모를 겪고 계십니다. 항암제 부작용으로 모낭세포가 파괴되면서 머리카락이 빠지기 때문입니다. 쭈뼛쭈뼛 어색하게 모자를 벗어 제게 보여주시곤 하는데, 그때마다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떨어지는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안타까움은 잠시뿐입니다. 머리카락이 다시 자란다는 걸 알기 때문이지요.


제가 “항암치료가 끝나면 머리카락은 곧 다시 자랍니다. 영구 탈모가 아니니 염려마세요”라고 말할 때마다 환자분들은 환하게 웃으십니다. 저를 찾아오기 전까지 영구적 탈모일 까봐 걱정하셨을 마음을 생각하면 또다시 안타깝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읽고, 항암치료로 인해 생긴 탈모를 너무 심각하게만 받아들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새로 자라는 머리카락은 이전보다 살짝 가늘 수는 있습니다. 곱슬머리가 아니었던 사람이 곱슬머리를 얻게 될 수도 있고요.

항암치료 중 경험하는 탈모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호소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머리카락은 항암제 투여 후 1~2일부터 빠지기 시작해 두 달이 됐을 때 가장 심해지면서 완전 탈모로 이어집니다. 처음에는 빗질하거나 머리를 감을 때 머리카락이 조금씩 빠지는 것을 경험을 하고, 머리카락 외에 다른 부위의 체모도 빠집니다. 하지만 이런 탈모 현상은 대부분 일시적입니다. 항암치료가 끝나면 약 한두 달 후부터 머리카락은 다시 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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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DB

보통 머리카락이 다시 다 자랄 때까지 가발, 모자, 스카프 등으로 머리를 가리는데요. 보통 1~2년 착용합니다. 그 중 가장 많이 궁금해 하시는 게 가발 선택법입니다. 가발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두피에 자극이 없어야 합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가발은 패션용으로, 가발 안쪽에 클립이 부착돼 있습니다. 모발이 없는 두피에 클립이 닿으면 두피가 손상되고, 지지대가 없어서 잘 벗겨질 수도 있습니다. 패션용 가발은 암환자에게 적절하지 않습니다.

둘째, 가발망이 필요 없는 것을 골라야 합니다. 항암치료 중에는 온몸이 잘 붓기 때문에, 가발망을 쓰면 두피가 눌려서 불편합니다.

셋째, 가발 안쪽에 실리콘 처리가 된 것을 선택하면 좋습니다. 실리콘은 살에 닿아도 자극이 적고, 지지대 역할까지 해줍니다.


넷째, 고가의 맞춤 가발은 필수가 아닙니다. 인모와 인조모 중 고심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인조모는 인모에 비해 다소 부자연스럽긴 하지만, 실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인모보다 표백처리를 덜 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오랜 기간 착용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부담 없이 가볍게 쓸 수 있는 가발을 선택하는 게 스트레스를 덜 받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다섯째, 긴 머리스타일의 가발은 자칫 어딘가에 걸려 잘 벗겨질 수 있습니다. 대신 귀밑머리가 있는 스타일을 선택하면 자연스러운 연출이 가능합니다.

가발은 착용 시기도 중요합니다. 외모 변화로 인한 심리적·사회적 스트레스는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연구를 통해 가발 착용 시기에 따라 사회복귀에 대한 의지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탈모를 겪는 암환자 분들, 혼자서 끙끙 앓지 마세요. 모발 정리를 위해 집에서 직접 바리캉을 사용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때도 조심해야 합니다.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생긴 작은 상처들이 염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치의와 상의하시고, 전문가와 의논하세요. 그리고 가발이든 모자나 스카프든 외모 변화를 보완해줄만한 자신만의 방법을 찾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패션용 가발과 환자용 가발은 차별화돼야 할 것입니다. 가발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안으로 가발과 관련된 정책적 지원이 수반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기고자=전연홍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