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헬스컷] 뻥 뚫린 생식기… 극한 혐오 담뱃갑, 경고 통할까?

오상훈 헬스조선 기자

정책 초반 담배 판매량 감소… 분명 효과는 있어
시간 지날수록 내성 생겨… 타깃 다양화 필요

이미지

보건복지부가 지난 13일, 담뱃갑 경고그림과 문구를 더 간결하게 바꾼다고 발표했습니다. 2년마다 담뱃갑 경고그림과 문구를 개정하도록 하는 ‘국민건강증진법’ 및 그 시행령에 따른 것인데요. 오는 12월 23일부터 액상형 전자담배 1종을 제외한 12종의 경고그림과 문구가 바뀌게 됩니다.

확실히 문구는 더 간결해졌습니다. ‘폐암 위험, 최대 26배!’였던 문구는 이제 단순히 ‘폐암’으로 표기됩니다. 다만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림은 더 기괴해진 듯합니다. 대표적인 게 ‘성기능 장애’입니다. 기존 그림에선 아래를 향한 담뱃재가 발기부전을 형상화했다면 앞으로 바뀔 그림은 사람의 하복부가 불붙은 구멍으로 뚫려 있습니다. 더 기괴하고 혐오스러우면 흡연 방지 효과 역시 강해지는 걸까요?

◇도입 초기 담배판매량·남성흡연율 감소, “위협이 통한 것”
담뱃갑 경고그림과 문구는 2016년 12월 23일에 도입됐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담배판매량은 확실히 감소했습니다. 기획재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6년엔 36억6000만 갑이 판매됐고, 2018년 34억7000만 갑, 2019년 34억5000만 갑이 팔렸습니다. 성인 남성 흡연율 역시 2016년 40.7%였던 것이 2018년 36.7%로 감소했습니다.

담뱃갑 경고그림과 문구 덕분이었을까요? 단국대 심리학과 임명호 교수는 분명 효과가 있었다고 말합니다. 일종의 프라이밍 효과를 일으켰다는 것입니다. 프라이밍 효과는 앞서 접한 정보가 다음에 접하는 정보의 해석과 이해에 영향을 주는 심리 현상을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경고그림과 문구가 없었다면 몰랐을 질환 관련 정보들을 접하면서 개인이 느끼는 담배의 위해성이 더 분명해졌다는 것입니다. 위협과 협박이 단기적으로 행동을 멈추게 하는 데 효과적이기도 합니다.

◇다시 증가하는 담배판매량, “경고그림·문구에도 내성 생긴다”
그러나 경고 그림의 효과가 점점 약해지는 듯한 지표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먼저 담배판매량입니다. 2019년까지는 감소했지만 2020년에 35억9000만 갑이 팔리면서 전년 대비 4.1% 증가했습니다. 2021년 역시 같은 규모로 팔렸습니다.

여성 흡연율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6년 6.4에서 2018년 7.5%로 늘어났습니다. 특히 20~40대 젊은 여성의 흡연율은 1998년 대비 2배나 늘었습니다. 폐암 발생률을 근거로 추정하면 실제 여성흡연율이 17.3%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담뱃갑 경고그림과 문구의 효과가 줄어들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임명호 교수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내성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어떠한 재화를 소비할 때 얻는 만족감을 수치로 나타내는 개념인데 보통 재화의 소비량이 증가할수록 만족감은 감소합니다. 이 법칙처럼 경고그림과 문구의 효과도 노출 기간이 늘어날수록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위협과 협박에도 내성이 생긴다는 겁니다.

실제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이 21~65세의 흡연자 357명을 3개월간 추적 관찰한 결과, 담뱃갑 경고그림은 금연 의지를 높이는 효과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효과가 점점 약해졌습니다. 해당 연구의 저자는 혐오스러운 이미지가 단기간 금연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건 분명하다면서도 둔감해지는 걸 막기 위해 다른 전략이 더해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경고그림 타깃 세분화하고 전달 방식 다양화해야…”
분명 담뱃갑 경고그림과 문구는 비용 대비 효과가 큽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책 도입 후 시간이 흐른 만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제1기 담뱃갑 경고그림과 문구 제작에 참여했던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유현재 교수는 담배 종류별로 주요 구매층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연령별로 선호하는 제품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예컨대 2030 젊은 흡연자들은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젊어서 질환 관련 경고에는 상대적으로 둔감합니다. 이들에게는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는 경제적인 손해가 오히려 효과적인 경고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유현재 교수는 힘든 작업이 되겠지만, 정책 효과를 높이려면 이제는 경고그림과 문구의 타깃을 세분화할 때라고 말합니다.

임명호 교수는 전달 방식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단순히 담뱃갑의 그림에 의존하며 점점 더 기괴해지는 전략은 오히려 젊은 층에게 반감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청소년은 어떤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막으면 더 하고 싶은 청개구리 심리가 강합니다. 담뱃갑의 경고를 무시하는 걸 일탈 행위로 인식해 즐길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에게 담배의 위해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면 유명 유튜버나 또래 집단을 활용해야 합니다. 최근의 ‘노담 캠페인’처럼 사회 계층의 특징에 맞는 전달 방식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흡연에 대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흡연자들을 위한 정책이 나올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실제 담배 판매를 금지하거나 그와 비슷한 수준의 강경책들을 두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담뱃갑 경고문구 및 그림의 효과와는 별개로 되도록 빨리 금연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ъ뒪議곗꽑 �쒕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