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소아암, 방치·유전 탓 아냐... 부모들 '죄책감' 털었으면" [헬스조선 명의]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소아암 명의’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지원 교수

  




산 날보다 살 날이 더 많은 소아에게 암은 너무 가혹하다. 다행히 의학의 발달로 소아암은 더 이상 난치병이 아니다. 환자 약 70~80%는 완치된다. 빠르게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완치될 가능성은 더 커진다. 소아암 명의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지원 교수를 찾아 가 소아암 증상과 치료 방법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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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지원 교수​가 소아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소아에게 특히 많이 나타나는 암은?
성인보다 혈액암 발병 비중이 높다. 소아에게 나타난 암 중 50%가 혈액암일 정도다. 혈액암은 백혈구, 혈소판, 적혈구 등 혈구의 전구 세포에 암이 생긴 걸 말한다. 혈액세포를 만드는 조직인 골수를 침범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소아에게는 혈액암 중에서도 급성림프모구백혈병, 급성골수성백혈병 등 백혈병 유발 빈도가 높다. 그다음 림프종, 뇌종양, 기타 고형 종양 순으로 많이 나타난다. 거의 소아에게만 발생하는 암으로는 신경모세포종, 망막모세포종 등이 있다.

-소아암 환자는 몇 살까지를 일컫는가?
원칙적으로는 만 18세까지를 말한다. 소아 연령대에서만 특이하게 나타나는 신경모세포종, 망막모세포종 등이 아주 드물게 성인에게도 나타나곤 하는데, 이때는 나이와 상관없이 성인도 소아청소년과에서 치료한다.

-성인 암과 소아암은 어떻게 다른가?
성인 암과 소아암은 암세포의 기원 자체가 다르다. 소아암은 비교적 미성숙한 세포에서 기원하는 경우가 많고, 진행이 빠르다. 치료 면에서도 약간 다르다. 소아암은 일반적으로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에 되게 민감한 편이라, 성인 암보다 치료 성적이 좋은 편이다.

-유병률은 얼마나 되는가?
10만명 중 16명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어서 우리나라에서 1년간 생기는 환자 수는 1000명 전후로 추정된다.

-소아암은 왜 생기는가?
부모가 물려줬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매우 확률적인 문제다. 뭔가를 잘못해서가 아니라 그냥 운이 나빴던 거다. 그나마 입증된 원인 중 하나는 유전자 이상이다. 환자 10~20% 정도는 암을 잘 생기게 하는 변이가 일어난 유전자 때문에 발병한다. DNA는 복제를 하다 보면 확률적으로 에러가 난다. 물론 부모에게서 이미 생긴 돌연변이가 환자에게 전달됐을 수도 있지만, 자기 안에서 처음 생긴 돌연변이일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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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지원 교수​가 소아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완치율은 얼마나 되는가?
소아암 종류가 아주 많아,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70~80% 정도 완치된다고 본다. 치료가 잘 되는 급성 림프모구백혈병은 80~90% 치료 성적을 보인다.

-소아암을 빨리 눈치챌 수 있는 징후가 있는가?
소아암은 진단이 매우 어렵다. 발생률이 낮아서 의심을 잘 안 하기 때문도 있지만, 증상 자체가 매우 비특이적이다. 미열이 나거나, 체중이 조금 감소하거나, 기운이 없거나 등 알아채기 힘든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조금 더 자세히 증상에 관해 얘기해보자면, 백혈병에 걸렸을 때는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등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증상이 생긴다. 백혈구가 부족해 감염으로 인한 잔병치레가 잦을 수 있고, 적혈구 수가 적어 기운이 없고 숨이 잘 차는 빈혈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혈소판 부족으로 조금만 부딪혔는데 심한 멍이 생기거나 지혈이 잘 안될 수 있다. 뇌종양이라면 두통, 구토, 복시(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것) 등을 호소할 수 있다. 두통은 아침에 심한 경우가 많다. 청소년기인 아이가 다리가 아프다는 말을 지속해서 하고, 통증 강도가 심해진다면 육종일 수 있으며, 아기 동공 안쪽이 하얗게 보이면 망막모세포종일 수 있다. 덩어리가 만져지거나, 눈이 튀어나온다면 고형암일 수 있다. 소아암 자체가 워낙 드물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유 없이 발열이 1~2주 지속되거나, 평소와 다르게 2주 이상 오랜 시간 동안 아이가 힘이 없다면 진단을 받아보는 게 좋겠다. 주로 그렇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환자 부모님들이 사실 굉장히 죄책감을 많이 느낀다. '아이를 방치한 게 아닌가', '빨리 못 알아차린게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발견하기가 워낙 어렵다. 부모가 더 세심히 살핀다고 해서 빨리 발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나이대별로 잘 생기는 소아암이 있는가?
1세 미만은 망막모세포종, 신경모세포종이, 5세 전후로는 림프모구백혈병이 많이 생긴다. 림프모구백혈병은 10세 전에 생겼을 때 예후가 좋은 편이라고 알려져 있다. 청소년기에는 육종계열, 생식세포종 등이 잘 생긴다.

-소아암은 전이가 빠른 편인가?
먼저 혈액암은 전신에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전이라는 개념이 없다. 고형암은 암종에 따라 다른데, 교감신경절에 종양이 생기는 신경모세포종은 전이가 된 상태로 발견된 경우가 많다. 초기부터 빨리 전이했을 수도 있지만, 발견하기 쉽지 않아서 일 수도 있다. 보통 부신 쪽, 배 쪽에 덩어리를 만든다. 덩어리가 매우 커져야 겉에서 만져지기에, 전이된 이후 발견될 때가 많다. 이땐 강도 높은 치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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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지원 교수​가 소아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소아암은 어떤 치료를 하는가?
암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 방사선 치료, 수술로 나뉜다. 방사선 치료와 수술은 특정 부위만 시술하는 국소치료고, 약물치료는 전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신치료다. 혈액암은 주로 전신치료만 필요하다.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하지는 않는다. 고형종양은 국소치료와 전신치료 모두 필요하다. 각 치료를 언제 어떻게 조합해서 진행할지 결정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성인보다 소아는 항암제를 굉장히 잘 버티고, 견딘다. 소아암 자체가 치료에 민감한 것도 있지만, 성인보다 강도 높은 치료가 가능한 것도 치료 성적이 좋은 이유 중 하나다.

-최근 새롭게 나온 치료법이 있는가?
성인암과 같이 간다. 최신 치료 경향으로는 표적치료와 면역치료가 있다. 표적치료는 종양의 유전적 특성을 분석해, 그것과 맞는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다. 면역 치료는 환자 몸에 있는 면역세포를 자극해서 종양세포를 잡아먹게 하거나, 체외에서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면역 세포를 조작한 뒤 체내로 넣어주는 것이다.

-보통 치료 기간은 얼마나 되는가?
암종마다 다른데,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은 평균 2년 반에서 3년 반 동안 치료를 진행한다. 실제로 학교를 못 가는 기간은 6개월에서 1년 정도다. 그 이후 유지치료는 보통 학교에 다니면서 진행한다. 고형암도 평균적으로 1년 정도면 치료가 어느 정도 정리된다. 많은 병원에 병원 학교가 있다. 병원 안에서 똑같이 교과 과정을 밟는 것이다. 자기 학년에 맞춰 수료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학교를 완전히 휴학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최근에는 온라인 수업이 발전하기도 했다.

-재발률은 얼마나 되는가?
재발하거나 치료 듣지 않고 진행하는 게 20% 정도다. 70~80%는 완치하면 재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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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지원 교수​가 소아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완치를 병이 있기 전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해도 되는가?
아니다. 암 치료가 다 끝나도 암이 있었고, 치료를 받았다는 것 때문에 평생에 걸쳐 일종의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이를 후기 합병증이라고 얘기한다. 암 자체 때문에 생길 수도 있고, 방사선 치료나 항암 치료 등으로 유발된 부작용일 수도 있다. 아직 후기 합병증에 대한 데이터는 많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도 소아암 치료가 진행된 게 겨우 몇십 년 전이기 때문이다. 초창기 치료 받은 사람도 지금 60대다. 이제야 조금씩 데이터가 나오고 있는데, 최근 미국에서 실시한 대규모 연구에서는 소아암 생존자는 평생에 걸쳐 60~75%가 적어도 한 개 이상 후기 합병증을 겪는다고 나타났다. 30~40%는 정도가 심하다. 후기 합병증이 바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치료를 마치고 몇십 년 뒤에 생기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소아암 생존자는 6개월에서 1년에 한 번은 꼭 내원해 관리받아야 한다. 후기 합병증으로 생길 수 있는 질환은 정말 다양한데 ▲성장이 더디거나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겨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생기거나 ▲성호르몬이 부족해지거나 ▲불임이 되거나 ▲폐·심장·콩팥 등 주요 기관의 기능이 저하되는 것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소아암 치료는 수준이 높다고 들었다. 그런데도 임상에서 느껴지는 부족한 점은 어떤 것이 있는가?
높은 수준은 맞다. 그러나 신약에 대한 접근성은 아직 조금 떨어진다. 좋은 치료제가 외국에서 개발돼도 한국에서 환자에게 쓰이려면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외국계 제약회사 입장에서 허가 신청 자체를 잘 안 한다. 환자가 별로 없는 우리나라에서 허가받기 위한 복잡한 절차를 밟는 게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치료 자체는 수준이 높지만, 환자와 환자 가족 정서 지원 등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보조 치료는 아직 많은 발전이 필요하다.

-소아암으로 고생하고 있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마지막 한마디 한다면?
소아암 치료는 보통 2~3년 길면 5년까지 가는 치료이기 때문에 환자와 의료진 사이 신뢰 관계가 정말 중요하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병원은 되고, 어느 병원은 안 되는 치료가 거의 없다. 치료받는 곳에서 치료하는 의료진을 믿고, 끝까지 치료 해나가는 게 제일 중요하다. 또 너무 미리 재발, 후유증 등을 걱정하면 끝이 없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소아암 환자와 환자 보호자를 매일 보고 있지만, 볼 때마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매우 힘든 상황인 걸 잘 알고 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면, 분명히 웃을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다. 조금 더 힘내고, 치료 잘 받으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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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지원 교수​가 소아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이지원 교수는
이화여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의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겸임조교수로 활동하다가, 현재는 삼성서울병원에서 교수직을 역임하고 있다. 인터뷰를 가자마자 눈에 띈 건 명찰에 붙여진 귀여운 스티커. 환자가 줬다며 배시시 웃던 이지원 교수는 아이의 신체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생각하는 소아암 명의다. 소아혈액종양 치료 분야에서 다양한 임상·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대한소아과학회,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 대한 혈액학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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