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일반

[아미랑] “둑이 무너지듯 목 놓아 울고, 용서하세요”

기고자=이병욱 박사(대암클리닉 원장)

<당신께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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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DB

모든 질병이 그렇듯 암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 어떤 상황에서건 마냥 웃기만 해야 할까요? 울어야 살 때도 있습니다. 눈물은 ‘정화의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음을 정화시키려면 암 환자도 울어야 합니다.

“둑이 무너지듯 울어라”
사람은 눈 점막이 건조해지는 걸 막기 위해 눈물을 흘립니다. 또 스트레스에 의한 방어기제로 눈물을 흘리기도 하지요. 눈물에는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 글로불린, 킬러세포 같은 면역항체가 들어 있습니다. 라이소자임 등 각종 효소와 나트륨, 수분 등도 들어 있고요. 이런 눈물을 뚝뚝 흘리면 치유의 힘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눈물을 실컷 흘리고 난 후 마음속 응어리가 풀리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울려면 이렇게 실컷 울어야 합니다. 둑이 무너지듯 툭 하고 울어야 하지요.

눈물은 겉으로는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다 다릅니다. 감정 변화로 인해 나오는 눈물은 대뇌의 전두엽에서 뇌관으로 신호를 보내고, 그러면 뇌관에서 눈물을 내보냅니다. 먼지가 들어갔을 때나 양파를 썰다가 흘리는 눈물은 자극에 의한 결과입니다. 감정 때문에 흘리는 눈물은 성분이 더 진합니다. 흔히 말하는 ‘피눈물’은 스트레스 호르몬 카테콜아민 수치가 다른 눈물과 비교할 수 없이 높습니다. 참을 수 없는 분노, 견딜 수 없는 슬픔 등 상처를 받았을 때 받은 상처만큼 스트레스 호르몬이 발동하는 것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아 생긴 카테콜아민을 눈물에 실어 밖으로 내보내면 스트레스가 몸에 쌓이지 않습니다. 마음이 느끼는 대로 울면 고혈압, 심혈관질환이 개선되고 암 치료에도 도움이 되는 이유입니다.

“자신만의 눈물 터를 만드세요”
18세기를 풍미했던 연암 박지원은 기쁠 때도, 노할 때도, 사랑할 때도, 더없이 즐거울 때도, 슬플 때도, 분할 때도, 참을 수 없이 욕망을 느낄 때도 눈물이 나온다고 했습니다. 북받치는 감정으로 눈물을 자주 흘리는 존재가 사람입니다. 이렇게 본성에 맞는 삶을 사는 사람은 건강합니다. 마음에 찌꺼기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는 걸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특히 남자들이 그렇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잘 우는 노하우를 하나 알려드릴게요. 눈물에도 타이밍이 있다는 걸 기억하세요. 연암의 말을 다시 빌리면, 아무 데서나 눈물이 터지지 않고 눈물 터를 만나야 터진다고 합니다. 광활한 지평선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요동 벌판에 서서 연암은 인간이 얼마나 고독한 존재인지 깨달았습니다. 그런 깨달음을 얻은 기쁨에 “이곳이야말로 한바탕 울 만한 자리로구나”하고 고백했습니다. 그런데 본인도 끝내 그 자리에서 울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말몰이꾼과 눈치 없는 동행인 앞에서 체면상 울기 힘들었나봅니다. 울기 위해서는 고통을 퍼 올리는 ‘자신만의 자리’가 필요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목 놓아 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세요.


만약 감정을 쏟아내고는 싶지만, 어떻게 우는 지조차 잊은 분들이라면, 슬픈 음악을 듣거나 감동적인 영화를 보기를 권합니다. 노랫말에 몰입하거나 영화 속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하면 자연스레 눈물이 나고 점차 자기감정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울기 위한 변명거리를 마련할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입니다. 이때 조명을 어둡게 해두면 더 도움이 됩니다.

울고 난 후에는 용서하세요
울고 난 후에는 모든 걸 내려놓으세요. 원망하거나 고독해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을지라도 마무리는 용서하고, 사랑하면서 끝내야 합니다. 그러면 마음이 스스로 치유됩니다. 원망의 눈물보다 용서하고 사랑해서 흘리는 눈물이 더 진합니다.

울어야 할 때 울지 않으면 다른 장기가 울게 됩니다. 웃음이 파도면 눈물은 해일입니다. 웃음이 가랑비라면 눈물은 소낙비입니다. 울면 우리 몸속에 엔도르핀, 엔커팔린, 세로토닌, 다이돌핀 등의 뇌신경전달물질이 많이 분비됩니다. 이런 물질들은 NK세포, B세포, T세포가 만들어지고 활성화되도록 도움을 줍니다. 속상하셨을 텐데, 많이 아프셨을 텐데, 억울하셨을 텐데… 이제는 우셔도 됩니다. 오늘은 마음을 다해 울어보세요. 자신을 위해 기도하며 울어보세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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