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사체만 50구’ 고양이 학대 사건, 다음 대상은 사람일 수도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 김소연 헬스조선 인턴기자
입력 2022/04/26 20:00
최근 고양이 50여 마리를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한 ‘동탄 고양이 학대’ 사건이 사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지난해 ‘고양이 n번방’ 사건과 비슷한 사건이 또 일어났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더욱 분노하고 있다. 동물학대범은 범행 과정에서 일반인들과 다른 특수한 행동·심리가 나타난다. 범죄 심리학자들은 이들의 범행이 사람을 대상으로 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처벌을 강화해 범행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동물 학대 후 즐거워하기도
지난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동탄 길고양이 학대 *xx을 강력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시됐다. 청원인은 “동탄 학대범이 잔인한 방법으로 고양이 50여 마리를 죽이고, 고양이 학대방에 이를 공유했다”며 “동물보호법 최고형인 3년, 3000만 원을 구형해 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청원글은 26일 오후 기준 51만6000여 건의 동의를 얻어 청와대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청원인에 따르면, 범인은 도구를 이용해 출산 임박한 고양이의 눈을 터뜨리거나, 굶겨서 때리고, 물고문하는 등 잔혹한 방식으로 고양이들을 살해했다. 또한 고통스러워 발버둥치는 고양이들의 모습을 ‘웃기다’고 표현했으며, 범행 과정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겨 SNS 대화방 참여자들에게 공유하기도 했다. 이에 대화방 참여자들은 동물학대를 뜻하는 여러 은어를 쓰며 ‘감상평’을 주고받고 즐거워했다.
◇범인, 동물 가학을 스트레스 해소 수단으로
전문가들은 동물학대 범죄자들에게서 공감능력과 감정이 결여된 심리적 특성이 보인다고 설명한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동물과 사람에게 여러 감정을 느끼고 공감하지만, 그들은 아무런 감정이 없어 동물을 ‘자신이 지배할 수 있는 약자’로만 여긴다는 것이다. 건국대 경찰학과 이웅혁 교수는 “동물학대 범죄자들은 동물에 대한 가학 행위를 통해 자신의 분노와 사회적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한다”며 “동물의 괴로움 정도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람 대상으로 이어질 수도… 처벌 강화해야
사건이 알려지면서 동물 학대범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동물학대범의 범행이 인간을 대상으로 자행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동물학대에 대한 명확한 양형기준을 마련해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미국에서는 동물 학대 범죄를 강력범죄의 신호로 보고 국가사건보고시스템에 동물학대 항목을 신설해 관리하고 있기도 하다. 이 교수는 “미국의 선행연구에 따르면, 연쇄살인범 대부분 동물학대 전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동물학대범의 범행은 사람을 향한 범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