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환
문신·피어싱, 한국선 C형 간염 위험 요인 아니다?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04/20 09:43
네일아트 등과 발병 위험 차이 없어
C형 간염은 비위생적인 미용 시술, 침술 행위 등을 통해 주로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는 C형 간염의 주범으로 문신, 피어싱 등이 지목되나 우리나라는 문신이나 피어싱이 C형 간염 유병률에 특별히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최신 연구결과가 나왔다. 우리나라에서 C형 간염 유병률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무엇일까?
◇문신·피어싱, 특별히 더 위험 크지 않아
우리나라에서 문신이나 피어싱은 의료인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정도로 C형 간염 위험인자로 알려졌다. 그러나 만 56세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최신 'C형 간염 환자 조기발견 시범사업' 결과, 문신이나 피어싱이 C형 간염의 원인일 가능성은 네일아트나 다른 외과적 행위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소화기내과 허내윤 교수가 최근 2022년 대한소화기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C형 간염 위험인자와 관련된 경험을 조사를 보면, C형 간염 확진을 의미하는 HCV RNA 검사 양성자 중 문신과 피어싱이 원인요인일 확률은 각각 0.15%, 0.13%였다. 원인별 확률을 보면, 혈액 투석이 0.18%로 가장 높았고, 네일 아트와 외과적 수술 등의 행위 0.14%, 손톱깎이 등의 공유 0.12%, 비위생적인 침술 0.09%였다.
허내윤 교수는 "C형 간염 위험인자와 관련된 경험을 조사한 결과, 문신·피어싱은 C형 간염과 유의미한 관련성을 보이는 특별한 요인은 없었고, 평균 유병률을 초과하는 요인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HCV 양성에 따른 요인별 경험률 차이도 없었다"고 말했다.
◇청년층 대상 제외 영향?… 실제 감염자 40대 이상 압도적
위의 조사는 문신, 피어싱의 주 이용자인 20~30대가 조사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은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 국내 C형 간염환자의 91%는 40대 이상이다. 2007~2017년까지 진행한 코호트 연구에서 국내 C형 간염환자 절대다수는 40세 이상이었고, 환자 평균 나이는 57세였다.
허내윤 교수는 "젊은 연령층을 포함한 국민건강통계 추이 등을 살펴도 우리나라는 나이가 많을수록 C형 간염 유병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40대 이상에서 환자가 많은 이유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1991년부터 수혈 시 C형 간염 스크리닝이 시작된 점, 과거에 비위생적인 문신과 침술 등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큰 점 등이라 추정한다"고 밝혔다.
올해 3월 공개된 '2020 국민건강통계 추이'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확인된다. 만 10세 이상부터 70세 이상까지 조사한 통계에서 C형 간염 항체 양성반응(HCV Ab 양성)률은 10대 0.4%, 20대 0.2%, 30대 0.4%였다. 반면, 40대 0.6%, 50대 0.8%, 60대 1.2%, 70대 이상 1.7%였다. 국내 C형 간염 유병률은 1% 내외임을 감안하면, 40대 이상 유병률은 높은 편이다.
다만, 시간이 지나며 40대 이하 청년층에서 C형 간염 환자가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 정맥주사를 이용한 마약류 사용 증가 등은 C형 간염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허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정맥약물주사로 인한 C형 간염 발생률은 5.6% 수준인데, 이는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유럽처럼 마약사범률이 높지 않은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마약류 사용자들은 주사기를 공유하고, 주사는 혈관에 직접 사용하는 기구다 보니 혈액이 조금이라도 묻어 있으면 C형 간염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다"라며 "최근 국내에서 마약류 사용이 늘어 추세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요한 건 빠른 환자 발견
허내윤 교수는 국내에선 C형 간염을 특별히 많이 유발하는 원인이 존재하는 게 아니기에 환자를 빨리 찾아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허 교수는 "C형 간염은 치료시기를 놓치면 간경변이나 간암 등 중증 간질환으로 발전해 사회경제적 비용이 많이 든다"며 "그러나 대부분은 무증상이라 별도의 검진을 하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WHO가 발간한 2000~2015년 주요 질환별 사망자 수를 보면, HIV나 말라리아, 결핵으로 인한 사망자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으나 B·C형 간염 사망자는 계속 증가세이다. WHO는 사회경제적 손실을 막는 차원에서 2030년까지 C형 간염을 퇴치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회원국에 주문하기도 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C형 간염 치료율이 떨어지고, 국가 차원의 포괄적인 선별검사가 없어 2030년까지 C형 간염 퇴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진단하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허 교수는 "C형 간염은 사회 경제적인 손실이 크고, 우리나라는 특정 나이대 이상에 환자가 집중돼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특정 연령 이상 국가검진에 C형 간염 검사를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여러 연구를 통해 비용효과성 측면에서도 나이(출생연도) 기준 전수조사는 환자 발견과 치료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난다"며 "C형 간염은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기에 국가의 적극적인 환자발굴 체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