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어린 나이에 유독 '산후우울증' 잘생기는 이유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 강수연 헬스조선 인턴기자
입력 2022/04/19 07:00
최근 MBN 예능프로그램 '고딩엄빠'에 출연했던 여성(19)이 흉기를 들고 아이를 위협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제작진에 따르면, 출연 이후 여성은 정신과 방문을 통해 산후우울증 진단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지난 2019년과 2020년엔 산후우울증이 있는 20대 산모가 영아를 학대해 숨지게 한 사건이 보도됐다. 10~20대에 비교적 일찍 출산한 여성에서 산후우울증이 유독 극심한 이유는 뭘까?
◇만 24세 이하 여성, 산후우울증 고위험군
산후우울증은 출산 후 4주 이내에 우울증 증상(우울, 불면, 불안초조, 죄책감 등)이 발생해 그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특히 만 24세 이하 여성에서 잘 나타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만 24세 이하의 47%가 산후우울증의 고위험군에 해당한다. 산후우울증을 평가하는 검사인 에딘버러 평가에서도 모든 연령층 중 만 24세 이하의 우울증 평가 점수가 가장 높았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20대가 산후우울증에 취약하다는 뜻은 아니다. 25세~29세의 산후우울 정도는 평균점수보다 낮았다. 보건복지부의 2021년 산후조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산후우울감을 경험하였다고 대답한 25~29세 산모는 50.5%로 평균보다 우울감을 경험하는 비율이 낮았다.
◇계획되지 않은 임신이 우울증 불러
산후우울증은 ▲호르몬의 불균형 ▲육아 스트레스 ▲가족 간의 갈등 ▲사회·경제적인 스트레스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개인의 체질에 따라서도 산후우울증이 발생하는데, 특히 정신적 취약성을 가진 사람에게 나타나기 쉽다. 임신을 하기 전에도 ▲이미 우울증을 겪었던 경우 ▲생리 전 증후군이 심한 경우 ▲임신 전에도 감정의 기복이 심했던 경우 ▲임신 중 우울 증상을 겪은 경우에 산후 우울증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
만 24세 이하 젊은 여성에게 유독 산후우울증이 나타나는 이유는 예상치 못한 임신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부산 삼성공감정신과 서현정 원장은 "만 24세 이하 여성들의 경우 계획되지 않은 임신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고, 학업이나 진로 등의 계획이 중단될 확률이 높아 우울증에 취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혼전임신도 산후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역시 계획되지 않은 임신으로 인해 여성의 커리어가 위협을 받거나 직장을 중단해야 하는 스트레스, 양육의 어려움 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혼란스러운 환경으로 인해 산후우울증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산후우울증 방치하면 증상 심각해져
산후우울증을 방치하면 치료 시기를 놓치게 돼 우울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수년간 증상이 진행될 땐 공황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서현정 원장은 "극단적 선택이나 살해의 위험성이 산후우울증과도 연관이 있다"며 "자녀의 우울증이나 행동 문제 등 자녀에게까지 산후우울증이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이 무기력하거나 우울할 때, 산후우울증이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산후우울증의 심각성 정도를 평가하는 척도도 있다. 에딘버러 산후우울검사를 통해 그 심각성을 평가해보고 심각한 수준일 땐 병원 방문을 권한다.
치료는 대개 약물치료, 상담치료 등을 통해 진행한다. 약물치료는 최소한의 가짓수와 용량으로 수유에 영향가지 않는 약물을 복용해 치료한다. 증상 호전까진 약 4~6주가 소요되고 약 복용 이후에도 재발을 막기 위해 수개월 간의 유지 치료가 더 필요하다. 약물로도 치료가 되지 않거나 증상이 심한 경우엔 입원 치료를 받기도 한다.
산후우울증의 예방법은 임신 초기에 충분한 휴식을 가지며 정신 건강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한편, 정서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상대와 시간을 보내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만한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만약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산모라면 정신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임신과 치료계획을 논의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