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전립선암 명의’ 이대비뇨기병원 김청수 교수
전립선암은 남성암 4위로, 1999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다. 고령화 시대 남성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전립선암은 순한 암이지만, 뒤늦게 전이된 상태로 발견하면 통증 등 고통이 크다. 모든 암이 그렇듯, 전립선암도 일찍 발견해야 한다. 그러나 비뇨의학과에 대한 편견 때문에 문턱이 높았던 게 현실. 최근 대학병원에서 ‘비뇨기 질환’만 전문적으로 보는 병원이 등장했다. 지난 2월에 진료를 시작한 이대비뇨기병원이다. 전국의 비뇨기 질환의 명의들을 영입해 전문적이면서도 환자 만족도가 높은 진료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3월에 합류한 전립선암 국내 최고 권위자 이대비뇨기병원 김청수 교수를 만나 전립선암에 대해 들었다.

-전립선 증가 이유는?
전립선암이 증가하는 이유는 고령화가 제일 크다. 전립선암은 50세 이후부터는 발생 빈도가 급격히 증가한다. 전립선암 환자의 3분의 2는 65세 이상 남성이다. 음식이 서구화 돼서 지방식을 많이 하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 과거에 비해 적색 육류나 유제품 등의 섭취가 증가했는데, 고지방식은 전립선암 성장을 자극한다. 또 진단이 활발하게 된 것도 환자 증가에 기여했다. 전립선암 선별검사인 혈청 전립선특이항원(prostate specific antigen, PSA) 검사는 혈액 검사로 병의원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다.
-전립선암 증상이 있나?
전립선암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 2~3기가 되면 배뇨 증상이 나타난다. 소변을 자주 보고 싶고, 소변이 잘 안나와 힘을 줘야 하며, 잔뇨감이 있을 수도 있다. 밤에 소변을 보기 위해 일어나야 하는 야뇨증도 발생한다. 혈뇨도 나올 수 있다. 이런 배뇨 증상이 있으면 병원을 찾아서 전립선 검사를 해야 한다. PSA검사, 전립선을 직접 촉지해 확인하는 직장 수지검사도 시행한다. 건강검진이 활성화되면서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암을 조기 발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렇지만 10% 미만에서는 아직도 전이된 상태에서 발견이 된다. 전립선암은 뼈로 전이가 잘 되는데, 허리가 아파서 디스크 수술을 했는데 척추에 전립선암이 전이된 사례도 있다.
-전립선암 선별검사로 PSA 검사가 중요한가?
온 국민을 대상으로로서 PSA 검사를 한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PSA 검사 비용이 1만 원 안팎으로 저렴하지만, 모든 남성한테 시행하는 것은 사회적 비용의 낭비 측면이 있다. PSA 검사를 받고 싶어하는 남성을 대상으로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다. 전립선암은 ‘나이’와 관련이 높기 때문에 50세가 넘은 남성은 PSA 검사를 하는 게 좋다. 전립선암은 가족력도 영향을 미친다. 아버지나 형제 중에 전립선암 환자가 있다면 전립선암 발생 위험이 2.5~3배로 높아진다. 전립선암 가족력이 있다면 40세부터 PSA검사를 할 것을 권한다.
-생존율 높은 이유가 있나?
전립선암 5년 생존율은 2015~2019년 기준 94.4%로 높다. 그러나 원래부터 생존율이 높았던 것은 아니다. 90년대 초반에는 5년 생존율이 60%대 였고 80년대는 더 낮았다. 최근에는 생존율이 높아진 이유는 조기 발견이 늘어난 덕분. 전립선암은 순한 암이지만 늦게 발견하면 그만큼 생존율은 낮아진다. 전이된 전립선암의 경우 5년 생존율이 30%대에 불과하다. 검진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과거와 달리 전립선암 진단이 빨리 이뤄지고 있다.
-전립선암 무조건 안심할 수 없다?
전립선암은 다른 암에 비해서 서서히 자라고 생존율이 높은 암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전립선암 중에서도 성질이 좋은 암이 있고, 성질이 나쁜, 악성도가 높은 암이 있다. 악성도가 높은 전립선암은 진행 속도가 빠르며, 암이 진행돼 다른 부위에 전이가 된 경우에는 거의 완치가 어렵다. 오랜 기간 치료를 받고 통증 등 힘든 세월을 보내다가 결국 사망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전립선암은 악성도가 높은 전립선암의 빈도가 서양에 비해 높은 편이다. 전립선암은 다른 암과 달리 전이암 상태라고 해도 사망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다 보니 치료 비용도 많이 든다.

-전립선암 확진을 위해서는 어떤 검사를 해야 하나?
신장암, 방광암 등은 MRI·CT등의 영상 검사에서 확인이 되지만, 전립선암은 영상검사에서 암처럼 보여도 암이 아닐 수 있다. 처음부터 조직검사로 확인을 해야 한다. 조직검사는 초음파를 항문에 넣어 전립선을 보면서 무작위로 12군데에서 조직을 채취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문제는 암이 작으면 12군데에 걸리지 않아 놓칠 수도 있다는 점. MRI에서 암이 의심되는 부위는 추가로 조직검사를 시행한다. 조직검사 과정에서 출혈이나 감염 등의 위험이 있어 항생제를 쓰고 대비를 한다. 조직검사에 의해 전립선암 진단이 되면 MRI·CT 등의 검사를 통해 전립선암의 진행 정도를 확인하고 병기를 결정하게 된다.
-전립선은 모두 제거하는 수술을 해야 하나?
암이 작더라도 수술의 기본은 전립선을 모두 절제하는 ‘근치적 전립선 절제술’을 하는 것이다. 수술 없이 방사선 치료만 할 수도 있다. 전립선암이 진행해 다른 장기에 전이된 경우에는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로는 해결되지 않아 항호르몬치료 같은 약물 치료를 해야 한다. 전립선암은 특히 뼈에 전이가 잘되며 그 외에도 폐, 간, 뇌 등으로 전이가 될 수 있다.
-전립선암은 로봇 수술을 많이 한다?
로봇수술의 장점은 전립선암에서 빛을 발한다. 골반 깊숙이 있는 작은 조직인 전립선을 정교하게 절제하기 위해서는 로봇이 유리한 점이 많다. 전립선 주변에는 배뇨신경과 성신경이 있어, 이들 신경을 보호해 요실금·발기부전의 합병증을 막으려면 정밀하게 수술해야 한다. 1995년부터 2006년까지 개복에 의한 전립선암 수술을 1100례 시행했다. 2007년부터는 로봇 수술을 2700례 했다. 나의 경험으로 개복수술과 로봇수술을 비교하자면, 로봇은 화면을 10배로 확대, 병변 부위를 자세히 볼 수 있다. 칼 등 수술 기구가 작아 미세한 수술이 가능하고 신경과 혈관을 잘 보존할 수 있다. 괄약근도 충분히 남길 수 있다. 피부 상처도 구멍 수준으로 작다. 수술비가 비싼 것 빼고는 확실히 장점이 많다. 개복 수술을 하면 상처가 15cm 이상으로 크다. 신경·혈관이나 괄약근 보존도 덜 되고 출혈도 로봇에 비해 많다. 요실금이나 성기능장애 합병증도 로봇과 비교하면 높다.
-수술 이외에 다른 치료법은?
방사선 치료는 수술 부담이 큰 고령층에서 시도해볼 수 있다. 방사선 치료 중에서도 브라키테라피는 전립선에 방사선동위원소(요오드125)를 삽입하고 미량의 방사선이 전립선 내부에서 90일 정도 방출하면서 전립선암을 제거하는 치료다. 이 치료는 회복이 빨라 사회생활을 활발하게 하는 사람이 시도해볼만 하다. 초기 전립선암 환자에게서 시행한다. 고강도 집속 초음파는 초음파로 암세포를 직접 사멸시키는 치료다. 국소 전립선암 치료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이된 전립선암은 어떻게 치료하나?
전립선암은 남성호르몬에 의해 암이 성장하고 전이도 된다. 전이된 전립선암은 남성호르몬 분비를 최대한 억제하는 항호르몬 치료를 해야 한다. 남성호르몬 분비를 최대한 억제하면 80~90%에서 전립선암 세포가 고사해 암세포가 줄고 전이된 부위의 크기도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항호르몬제로 6개월 내지 수년을 치료하면 약이 더이상 안듣게 될 때가 오는데(거세 저항성 전립선암), 이 때는 도세탁셀, 카바지탁셀 같은 항암제를 쓰거나 엔잘루타마이드, 아비라테론과 같은 이차 항호르몬 치료제로 치료를 한다. 최근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 치료에 대한 많은 신약들이 개발되고 있고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전립선암 예방법은?
전립선암은 기본적으로 식이요법이 권장되는 암이다. 고지방식은 전립선암 성장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고기의 경우 주 2회 200g 이하로 먹고, 버터·우유 같은 유제품을 줄여야 한다. 라이코펜이 풍부한 토마토는 전립선암의 발생 빈도와 성장을 줄이는 데 좋다. 익혀서 먹어야 더 좋다. 그밖에 콩·석류·녹차·양배추·케일·양송이 등이 전립선암 억제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있다. 고지혈증 치료제인 스타틴은 전립선암 사망률을 낮춘다. 덴마크 연구에서는 스타틴을 복용한 사람들은 전립선암에 의한 사망률이 19% 정도 감소했다. 당뇨 약인 메포민도 전립선암 사망률이 줄었다. 고지혈증이나 당뇨병 환자는 약 복용이 도움이 될 것이다.
-전립선비대증과 전립선암은 관련이 있나?
두 질환 모두 고령에 생기므로 같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전립선비대증이 암으로 진행하는 건 아니다. 전립선염은 오래 앓으면 암이 될 수 있다.
-전립선암 환자에게 한말씀
전립선암은 50세 이상에서 혈청 전립선특이항원검사(PSA)만 잘하면 조기발견해서 완치할 수 있다. 진행된 전립선암이라고 해도 최근 신약 등이 많이 나왔다. 낙담하지 말고 병기에 맞는 적극적인 치료를 받았으면 좋겠다. 전립선암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암이다.
-최근 자리를 옮긴 이대비뇨기병원에 대해 설명해달라?
국내 최초로 만들어진 비뇨의학과 전문 병원이다. 이대목동병원 비뇨의학과는 원래 국내 상급종합병원 중 입원 환자 수로 3위 안에 들 정도로 특화돼 있다. 이동현 센터장이 이끄는 '방광암·인공방광센터'는 2015년 세계 최초로 설립돼 국내외에서 가장 많은 인공방광 수술을 성공했다. 방광암·인공방광센터와 함께, 나는 전립선암센터를 맡기 위해 왔다. 우리 병원에서는 환자 편의를 고려해 전립선암이 의심되는 사람은 피 검사, 조직검사를 최대한 빠르게 진행한다. 정밀 검사를 위한 MRI·CT 검사도 빠르게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했다. 또한 환자가 편하게 수술을 받고 통증을 최소화 하기 위해 국소 마취제와 진통제로 통증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김청수 교수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아산병원 비뇨의학과 과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이대비뇨기병원 교수. 전립선암 치료 분야에서 풍부한 임상·연구 경험을 가졌다. 전립선암 로봇 수술만 2700례 이상 했다. 아산생명과학연구원 원장을 역임했으며 전이 전립선암에 사용하는 신약 PARP억제제 PI3K억제제의 다국적 임상 연구에 참여했다. 전립선암 환자의 소변에 극미량으로 존재하는 다양한 유전자를 검출해 전립선암을 진단하는 방법을 연구했으며, 줄기세포 연구도 활발히 했다. 발기부전, 만성 신질환에 줄기세포 치료 등의 효과에 대해 연구했다. 대한전립선학회 회장, 아시아태평양전립선학회를 만들고 회장까지 역임했다. 전립선 국제학술지 ‘Prostate International’ 가 SCI급 학술지로 등록되는 데 공을 세웠으며 편집장을 맡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