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
박소현 '안면 실인증' 진단… 어떤 질환이길래?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 김소연 헬스조선 인턴기자
입력 2022/04/12 15:01
방송인 박소현(52)이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 출연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로 인한 '안면실인증' 진단을 받은 내용이 지난 8일 TV를 통해 공개됐다. 박소현은 "몇 년간 자신과 함께 라디오를 진행한 담당 PD를 못 알아보거나 사람을 착각해 실수한 적이 많았다"며 일상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오은영 박사는 '행동 문제가 없는 주의력 저하를 뜻하는 조용한 ADHD로 인한 안면 실인증' 진단을 내리며 "안면 실인증은 기억력의 문제가 아니라 인식을 못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까운 사람 얼굴 기억 못하면, 안면 실인증 의심
안면 실인증은 안면인식장애와 같은 말이다. 시각에 장애가 없음에도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해 구별하지 못한다. 안면 실인증이 심해지면 가족이나 가족처럼 가까운 사람의 얼굴도 구분하지 못하고, 거울에 비친 자신이 누군지 모르는 경우까지 생길 수 있다. 미국 하버드대 켄 나카야마 교수팀에 따르면, 인구의 약 2%가량이 안면 실인증을 겪는다.
◇뇌 손상, 퇴행성 뇌 질환, ADHD 등에 의해 발생
안면 실인증의 발병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뇌의 하부 측두엽과 후두엽의 중간에 위치해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는 역할을 하는 '방추회'에 손상을 입은 경우다. 뇌경색, 뇌출혈, 외상, 뇌종양 또는 자동차 사고나 총상 등의 사고에 의해 뇌에 손상을 입어 발생한다. 알츠하이머병 등의 퇴행성 뇌 질환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또한, 뇌에 기능적인 장애가 있어 안면 실인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ADHD다. ADHD를 앓고 있으면, 주의집중력이 떨어져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고 유추하는 것이 어렵다.
◇악화되면 사물 인식도 어려워져
안면 실인증 환자들은 목소리, 옷 스타일, 색깔 등으로 상대방을 추정하고 기억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방이 헤어스타일을 바꾸거나 상대를 본지가 오래된 경우 얼굴을 기억하기 어려워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환자들은 대개 건망증으로 넘기고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안면 실인증이 악화되면 사물의 인식도 어려워질 수 있어 위험하다. 따라서 의심 증상이 있으면 정신건강의학과나 신경과를 찾아가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병원을 방문해 안면 인식 검사를 받고, CT(컴퓨터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을 찍어 뇌에 다른 문제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검사를 받아야 한다.
◇원인질환 치료해 개선될 수 있어
안면 실인증은 원인 질환을 치료해 개선될 수 있다. 이대서울병원 신경과 정지향 교수는 "퇴행성 뇌질환으로 인한 안면 실인증의 경우, 아세트콜린이라는 기억력성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늘려 치료할 수 있지만, 완치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ADHD로 인해 안면 실인증이 생긴 경우에는 주의집중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하고, 1대 1로 한 사람의 얼굴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ADHD를 앓고 있는 경우 공황장애를 함께 앓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공황장애로 인해 사람들을 두려워해 안면 인식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공황장애를 먼저 치료해 사람들에게 개별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돕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