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
앗! 목소리가... "음성장애, 적극 치료 필요한 질환" [헬스조선 명의]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04/11 08:00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음성치료 명의' 노원을지대병원 이비인후과 정아라 교수
목소리는 말을 전달하는 중요 수단이자 얼굴과 체형만큼이나 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크고 작은 이유로 목소리가 변하거나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목소리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 생각하고 내버려두는 경우가 많다. 목소리의 변화와 이상은 치료가 필요한 음성장애이다. 음성장애와 효과적인 음성치료에 대해 노원을지대병원 이비인후과 정아라 교수에게 들어봤다.
-음성장애란 무엇인가?
음성이란 인간의 발음 기관을 통해 발생한 소리가 언어학적으로 의미가 있을 때를 의미한다. 소리와는 다른 개념이다. 발음기관은 호흡기관(폐, 기관, 기관지, 횡격막, 호흡 근육 등 구성), 발성기관 (성대가 들어 있는 후두, 내외 후두근), 공명 및 조음기관(구강, 비강, 인두강, 혀, 입천장)으로 구분되는데, 음성장애는 이 기관에 기질적 또는 기능적 문제가 생긴 것을 말한다.
-목소리가 변하거나 잘 나오지 않는 모든 상태가 음성장애인가?
음의 강도(세기), 음도(높낮이), 음색 등 '음의 3요소'가 개인의 나이, 성별에 적절하지 않고 비정상적일 때 음성장애로 진단한다. 음의 3요소는 인간이 청각기관을 통해 음성을 들을 때 중요한 요소라 이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음의 3요소는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거 같은데 비정상 기준이 있나?
음색 등의 요소가 비정상 여부를 판단하기엔 너무 주관적인 요소라 생각할 수 있는데, 판단은 검사 장비를 통해 과학적으로 분석해 이뤄진다. 환자 목소리의 주파수, 강도, 세기 등을 검사하고, 검사 결과가 환자의 성별, 나이 등의 표준(정상)을 벗어나면 이를 비정상으로 판단한다. 예를 들어 성인 남성인데 어린 여자아이같은 목소리가 나는 변성장애의 경우, 장비를 이용해 검사하면 음도가 비정상임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음성이란 건 주관적이다. 의사가 듣기엔 좋은 소리라도 본인에겐 이상할 수 있다. 그래서 객관적인 검사 장비를 이용해 과학적으로 진단한다.
-음성장애의 원인은 무엇인가?
음성장애는 크게 기질적 음성장애와 기능적 음성장애, 후두 운동성 장애, 신경학적 음성장애로 구분하는데 유형에 따라 원인이 다르다. 기질적 음성장애가 내원환자의 50%를 차지하는데, 원인은 음성의 오용·남용·과용, 흡연, 술, 약물, 알레르기 등으로 다양하다. 가장 흔한 원인은 후두 양성 병변이다. 성대 결절, 성대 용종(폴립), 성대 낭종이 대표적인 후두 양성 병변이다. 세 가지가 기질적 음성장애 원인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그 외 후두암 등 악성종양, 인후두 역류 질환도 후두 양성 병변에 속한다.
기능적 음성장애는 해부학적, 신경학적으로 발성기관에 기질적 비정상적인 소견이 관찰되지 않는 환자에서 나타나는 음성장애이다. 음성센터를 방문하는 환자의 40% 정도를 차지한다. 근 긴장성 발성장애, 정신질환과 연관된 발성장애 등이 기능성 음성장애에 속한다.
후두 운동성 장애는 연축성 발성장애라고도 하는데 후두에 국한적으로 발생한 근긴장성이상으로 인한 발성장애이다. 여성이 전체환자의 60~85%를 차지하고, 정신적인 긴장이 있을 때 더욱 악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신경학적 음성장애는 뇌 손상으로 인한 운동 구어장애와 동반되어 나타나는 음성장애로, 후천적인 뇌손상에 의한 언어이해와 표현능력 손상 증상인 실어증과는 다르다.
-음성장애 진단을 받으면 무조건 음성치료를 해야 하나?
모든 환자가 음성치료를 하진 않는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음성치료를 하기도, 수술적 치료를 하기도 한다. 성대 용종이나 낭종은 수술적 치료가 우선이고, 성대 결절은 수술보다 음성치료의 예후가 좋기 때문이다.
다만, '음성치료가 필요한 단계'라는 건 없다. 실제 사레를 보면, 대화를 할 때 주변에서 목소리가 감기 걸린 것 같다는 얘기를 들어 신경쓰인다거나 노래를 부르는데 예전처럼 안돼 불편하다는 등 본인의 목소리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 병원을 찾아 치료를 시작한다.
-저절로 낫진 않나?
사람은 말을 하는 동물이다 보니 음성장애가 저절로 좋아지지는 않는다. 성대 결절의 경우, 음성을 쓰지 않고 휴식하며, 카페인 섭취나 흡연, 미세먼지 등을 피하면 저절로 좋아지기도 한다. 그 외에 경우엔 치료를 해야 한다.
-음성치료는 어떻게 하는가?
원인에 따라 치료(재활)방법이 매우 다르다. 음성치료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과대 기능성 음성장애냐 과소 기능성 음성장애냐에 따라 재활법이 다르다. 성대를 너무 과하게 써서 생긴 성대 결절, 성대 낭종, 근 긴장성 발성장애 등은 성대를 이완해 부드럽게 접촉할 수 있게 하는 훈련을 한다. 반폐쇄성도훈련, 강도 변화, 부드러운 시작, 새로운 음도의 확립, 성대기능훈련법 등의 방법이 있다.
반대로 과소 기능성 음성장애는 성대 접촉이 잘 안 되는 것으로 노인성 후두나 성대마비 등이 이에 속한다. 음의 세기가 낮고 바람 새는 소리가 난다. 이 경우 성대 접촉이 될 수 있게 성대 내전력을 강화시켜주는 훈련을 중점으로 치료를 진행한다. 치료법으로는 흡기발성, 생리적 발성기법, 강도증가법, 성대기능훈련 등이 있다.
또한 음성치료는 환자의 나이, 직업 등에 따라 치료 방법이 매우 달라진다. 개개인의 치료방법 차이가 크다. 음성치료는 '어떤 방식이 무조건 좋다'는 게 없다. 절대적인 방법이 없다. 환자가 만족하면서 환자의 음성이 가능 최상의 상태로 나올 수 있는 치료방법이 가장 좋은 치료방법이다.
-질환별 치료법은 어떤 차이가 있나?
성대 결절은 과도한 성대접촉이 음성장애의 원인이라 음성위생 교육과 함께 부드러운 성대 접촉을 유도하는 음성치료 기법이 효과적이다. 그러나 음성전문인인 교사, 텔레마케터, 가수 등 직업적으로 목소리를 안 쓸 수 없는 환자가 많아 목소리를 쓸 때 잘못된 습관을 교정하는 음성치료를 진행한다.
성대 용종은 용종의 크기가 작거나 성대 한쪽에만 있으면 음성치료를 권한다. 크기가 작은 초기 용종은 음성위생과 단기간의 음성치료로도 효과가 좋다. 콘서트장에서 소리를 지르고 나서 목소리가 안 나오는 경우라면, 성대 혈관이 터져 용종이 생겼을 가능성이 크기에 이는 수술적 치료로 빨리 해결한다. 그렇지 않으면 반대쪽 성대에도 결절이 생기기에 성대 보호를 위해서라도 수술적 방법으로 결절을 제거해야 한다.
성대낭종은 음성치료 효과가 거의 없어 대부분 수술을 시행한다. 성대 결절이나 용종과 달리 점막의 유착과 강직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수술 직후 2주가량 목소리를 내면 안 된다. 재발방지를 위한 음성치료가 회복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수술 자체는 5분 내외로 간단하다.
-후두암 등 비가역적 후두 손상 환자도 음성치료를 하나?
3, 4기 진행암인 경우엔 후두 전 부위를 제거하는 후두 전 적출술을 하는데, 수술을 하고 나면 발성을 하는 후두기관이 남아있지 않기에 다른 음성장애와는 방법으로 음성재활을 한다. 인공후두기를 이용해 전기음을 내거나 외부 기기나 수술 없이 본인의 신체 기관을 이용하는 식도 발성, 기관식도과 식도 사이에 관을 끼우는 기관식도천공(tracheoesophageal puncture)을 이용한 기관 식도 발성 등의 방법을 이용해 발성을 연습한다.
-음성치료를 얼마나 해야 목소리를 회복할 수 있나?
개인차가 있지만, 보통은 일주일에 1회씩 2~3달 정도 한다. 환자의 치료만족도가 높으면 한 달 만에 치료가 종결되기도 한다. 성대 결절 등 기질적 음성장애는 치료하면 대부분 거의 완전히 자신의 목소리가 돌아오고, 근 긴장성 음성장애도 치료 후 80~90% 이상 목소리가 회복된다.
다만, 연축성 발성장애 등 다른 질환이 음성장애의 원인인 경우엔 음성치료의 효과가 떨어진다. 후두암 수술로 후두 전체를 제거한 경우에도 원래 목소리를 회복하기는 어렵다. 후두암 제거 후 음성치료는 의사소통을 하는 데 지장이 없게 하는 게 목표이다.
-짧지 않은 기간이다. 수술로 더 빨리 목소리를 회복할 순 없나?
비수술적 치료가 우선이다. 수술이 필요한 환자라도 일단 자신의 음성사용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 목소리를 아껴쓰는 게 첫 번째 단계이기에 음성치료를 먼저 권한다.
수술적 치료라고는 해도 수술 자체가 성대에 무리를 줄 수 있다. 간단한 수술이라고 해도 수술 기구 등이 성대에 들어가면, 기존 성대가 가진 구조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수술적 치료를 당장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수술을 하겠지만, 어느 정도 음성치료나 음성위생 관리를 통해 개선이 가능하다면 비수술적 치료가 먼저이다.
-비수술적 치료방법은 음성치료뿐인가?
비수술적 치료는 직접, 간접 치료로 구분된다. 성대나 성대 주변 후두근을 강화 또는 이완하는 등의 방식을 직접 치료라고 하고, 음성위생 관리, 최상의 음성을 낼 수 있게 하는 환경 관리, 스트레스 관리 등을 간접 치료라고 한다.
-음성치료는 수술적 치료 후에도 필요한가?
반드시는 아니다. 환자의 직업, 수술 후 조직 검사 결과 등에 따라 다르다. 수술 후 음성치료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한다.
판단할 땐 직업이 굉장히 중요하다. 음성전문인 여부, 음성을 계속 써야 하는 직업인지, 복용하는 약물이 있는지, 지금 나이는 몇살인지, 앞으로 사회적 활동은 얼마나 더 해야 하는지 등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보통 성대 낭종 등 후두 양성 병변이 있는 경우엔 반드시 음성치료를 하길 권한다. 성대 낭종은 재발 우려도 높고, 특히 성대 낭종 중 유표피종은 제거가 잘 됐다 해도 다시 결절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음성치료 중 주의해야 할 점이 있을까?
병원에 왔다고 치료가 끝난 게 아니다. 많은 환자가 병원에 와서 20~30분 정도의 음성치료를 하고 나면 치료가 다 끝났다고 생각해 집에 가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그렇지 않다. 병원에서 배운 훈련법을 일상생활에서 계속 써야 한다. 물론 과하게 할 필요는 없다. 음성재활은 너무 열심히 하면 후두가 과로해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평소 음성장애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음성장애는 특별한 예방법이 없다. 음성위생을 신경 쓰는 정도의 방법만이 있다. 후두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카페인 섭취와 흡연은 피하고 수분은 자주 섭취하는 것, 인후두 역류증으로 인한 음성장애가 발생할 수 있으나 식후에 바로 눕지 않기 등이다.
과도하게 음성을 사용하는 음성전문인이라면, 예방차원에서 음성관리를 해야 한다. 평생 직업과 관련된 것이지 않나. 일 년에 한번 치과에서 스케일링을 받듯 음성 정기검진을 하길 권한다.
-음성치료 중인 환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음성장애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해야 하는 환자는 목소리가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 불안함은 접어두고 음성치료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음성치료는 치료가 아니라는 생각부터 버리고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적절한 약물치료와 병행한다면 충분히 만족할 만큼 목소리를 회복할 수 있다.
또한 후두 음성장애가 없더라도 음성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아껴줬으면 좋겠다. 음성은 단순히 의사소통 수단이 아니다. 목소리에 따라 같은 내용도 다르게 수용될 수 있다. 후두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너무 관리 없이 함부로 쓰는 경향이 있는데, 목소리는 제2의 외모라 생각하고 관심을 갖고 아껴주면 좋겠다.
정아라 교수는
두경부암 수술에서 음성클리닉까지 두경부종양, 후두음성질환, 침샘질환 등을 폭넓게 진료하는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전문의다. 정아라 교수는 서울 강북지역에 드문 음성분석 검사와 치료, 수술까지 원스톱 체제를 갖춘 음성클리닉을 개설, 운영 중이다.
음성분석 검사, 공기역학적 검사, 비음 측정기 등 국내 대학병원에서도 흔치 않은 음성시스템을 갖추고, 정확환 진단과 치료를 하고 있다. 후두 미세수술 후 음성 치료가 필요한 경우를 비롯해 교사, 목사, 가수 등 목소리를 많이 쓰는 직업군에서 오는 성대 결절과 성대낭종 및 성대마비, 노인성 후두, 기능성 음성 장애 환자를 진료한다. 정 교수는 음성분석시스템으로 객관적인 음성 평가 후 환자에게 맞는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