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
"발목인대손상 초기 치료 중요… 수술하더라도 작게" [헬스조선 명의]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04/04 07:00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발목인대손상 명의' 순천향대 부천병원 정형외과 이영구 교수
스포츠를 즐기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발목인대손상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뼈와 뼈를 잡아주는 인대는 혈관 분포가 적어 한번 손상되면 잘 낫지 않는다. ‘발목 좀 삔 거 가지고…’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만, 발목인대손상은 초기에 잡지 않으면 '고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 '삔 데 또 삐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족부질환 중에 발목인대손상이 특히 많은 이유는?
발목을 열어보면 바깥쪽 복숭아뼈는 긴데 안쪽은 짧다. 이런 해부학적 구조에서는 발목이 바깥쪽으로 꺾이기가 쉽다. 발목 관절은 또한 주변에 인대가 많다. 고관절이 뼈로만 안정적으로 고정돼 있는 것과는 다르다. 발목 바깥쪽에는 외측측부인대, 발목 안쪽에는 삼각인대, 원위경비이개 등이 있다.
-발목인대손상 취약군이 따로 있나?
선천적으로 인대가 느슨한 사람이 있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 오자 다리를 가진 사람도 인대가 약한 경우가 많다. 운동선수 등 스포츠 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도 인대를 다칠 위험이 높고 많이 다치다보면 인대가 약해지기 쉽다. 무엇보다 발목인대는 한번 손상되면 초기 치료를 잘 해야 하는데, 초기 치료를 하지 못하다 발목인대가 약해지고 발목이 흔들려서 병원에 오는 경우가 많다. 발목인대손상 환자는 젊은 여성들에게서 많은데, 여성은 남성보다 인대가 작고 느슨하며 하이힐을 신기 때문이다. 인대 봉합술도 남성보다 여성이 적극적으로 하는 편이다. 내 환자를 보면 여성 환자가 남성 환자보다 3배 정도 많다.
-발목인대손상, 고질병이 되기 쉽다?
그렇다. 발목인대손상은 급성기에 빨리 부기를 가라앉히고 발목을 고정해야 한다. 초반에 이런 작업으로 인대를 회복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만성화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인대 손상 초기에 부적절한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다. 발목인대손상이 만성화되면 발목이 불안정해지는 발목 불안정증으로 계속 발목을 삐게 되고, 이 과정에서 발목 관절 안쪽 연골에 손상이 올 수 있다. 연골 손상이 계속되면 발목 관절염까지 진행된다. 발목 불안정증, 발목 관절염 위험이 있다면 수술로 인대를 안정화시켜야 한다.
-발목인대손상이 고질병이 되지 않기 위한 생활 속 대처법은?
인대를 다치고 가급적 빨리 부기를 빼고 고정을 해야 한다. 별로 아프지 않다고 막 걸어다니면 안된다. 부기를 빼기 위해서는 심장보다 다리를 높게 하는 ‘하지거상’이 도움이 된다. 온찜질 보다는 냉찜질이 좋고, 손상 부위를 압박하는 것도 부기 빼는 데 도움이 된다. 압박에는 붕대, 압박스타킹을 이용한다. 이런 초기 치료를 잘 하면 인대 완전 파열이라도 수술을 안할 수 있다. 회복 과정에서 조직이 섬유화 돼 인대 기능을 대신하게 된다. 섬유화는 일종의 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새롭게 회복된 인대는 원래 인대와 기능이 최대한 비슷해야 한다. 다만 인대가 완전 파열이 됐는데, 활동을 많이 하고 젊다면 수술을 해야 한다.
-발목인대손상 정밀 진단은 어떻게 하나?
엑스레이가 중요하다. 발목의 구조적 변화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MRI만 가지고는 이런 변화를 알 수 없다. 발목인대손상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일종의 부하 검사인 스트레스뷰 검사를 하는데, 기계로 발목을 고정한 뒤 일정한 힘을 주고 관절 움직임을 살펴서 인대 손상을 유추한다. 한편, 발목이 정상인에 비해 내반돼 있다면 인대 손상 위험이 높아 이 때는 뼈의 구조를 바꾸는 절골 교정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발목인대손상 단계별 치료법은?
발목인대손상은 원래 부분 파열이냐 완전 파열이냐에 따라 치료법이 나뉘었지만, 최근에는 기계적인 발목 불안정증이냐 기능적 발목 불안정증이냐를 더 중요하게 판단한다.
먼저 기계적 발목 불안정증은 인대가 파열돼서 발목이 흔들리는 상태를 말한다. 영상 검사 상에도 인대 파열이 확인된다. 이 때는 우선 보존적 치료를 하고, 발목 불안정증이 계속 남아있거나 활동이 많은 젊은 사람의 경우 수술을 시도한다.
기능적 발목 불안정증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기능적 발목 불안정증은 실제 영상 검사상 완전 인대 파열은 아닌데, 환자는 걸을 때 자꾸 발목이 흔들린다고 느끼는 상태다. 일례로 평지를 걷는 데 자갈밭을 걷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 때도 수술을 해볼 수 있다. 특히 운동선수의 경우는 기능적 발목 불안정증이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편이다. 10년 전부터 관절경을 이용한 미세침습수술이 가능해지면서 기능적 발목 불안정증을 수술을 통해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관절경 미세침습수술법이란?
발목인대손상은 원래 피부를 5~7cm 절개하고 손상된 인대를 직접 꿰매는 방법이 일반적인 수술법이었다. 그런데 환자의 80~90%는 발목 인대 뿐만 아니라 발목 안쪽 연골 등에 문제가 같이 있다. 발목 안쪽 연골 손상을 같이 치료하지 않으면 통증은 계속 남아 있게 된다. 관절경이 개발됨에 따라 관절 안쪽 손상 구조물을 관절경으로 우선 치료하고, 그 다음에 피부를 절개해 인대를 봉합하는 수술을 해왔다. 문제는 수술을 두번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던 것. 수술 결과 역시 충분히 만족스럽지 못해 이에 대한 보완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런데 2010년 대부터 관절경이 발전함에 따라 발목 안쪽 손상 구조물 수술과 동시에 인대 봉합을 하는 수술(관절경 미세침습수술법)이 가능해졌다. 나는 선도적으로 이 수술법을 시도했고, 수년 간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한 논문을 발표해 학계 인정을 받았다. 동시에 건강보험 급여 책정도 돼 발목인대손상의 관절경 미세침습수술법은 현재 전국 의사들이 시행하고 있다.
관절경 미세침습수술법은 발에 관절경이 들어갈 수 있는 2~3mm 구멍 2~3개만 뚫어 시행한다. 흉터도 거의 남지 않으며, 염증이나 신경 손상 합병증이 적다. 수술 후 마취만 깨면 목발 짚고 걸을 수 있다. 보통 한 달이면 일상 생활이 가능하다.
또한 기존의 피부 절개수술법은 부상 부위의 부종이 감소해야 수술을 진행할 수 있어 일정 기간 동안의 불편함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관절경만을 이용하는 미세침습수술법은 부종이 있는 급성 손상 상태에서도 즉각적인 수술이 가능하기 때문에 신속한 치료와 회복이 가능하다.
-관절경 미세침습술은 발목인대손상 외에 다른 족부 질환 적용 가능한가?
발목의 모든 인대에 대해 관절경 수술을 할 수 있다. 기구들이 좋아지면서 술기는 계속 업데이트 되고 있다. 현재 관절경은 많은 의사들이 외측측부인대에 적용하고 있지만 발목 안쪽의 내측삼각인대, 원위경비이개에도 관절경 수술이 확대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발목인대손상 환자에게 한 말씀
발목인대손상은 무조건 수술하는 질환이 아니다. 심지어 완전 파열이 돼도 보존적 치료를 먼저 한다. 수술을 했을 때와 안 했을 때의 결과가 비슷하다면 안하는 게 낫다. 만약 수술을 해야 한다고 결정했다면 심플하게 할 것을 권한다. 이것 저것 종합세트처럼 다양한 치료를 하기 보다는 근본적인 치료를 할 것을 권한다.
이영구 교수는
고려대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순천향대 부천병원 정형외과 교수다. 발목인대 손상을 비롯한 스포츠 손상에 대한 관절경 수술의 선구자. 이영구 교수는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작은 구멍을 이용하는 관절경 수술만으로 발목 관절 내 모든 손상 부위와 인대를 수술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에 대한 결과를 장기간 관찰하여 관절경 수술법이 피부를 절개해 하는 기존 수술법과 동등 이상의 치료 결과를 보이고, 합병증이나 환자의 미용적 만족도 측면에서는 더 나은 결과를 얻었다는 논문을 학계에 보고해 주목받았다. 이런 업적으로 2016년 족부족관절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미국 족부족관절정형외과학회(AOFAS) Roger A. Mann Award’를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다. 이후 발목 인대 관절경 수술이 보험급여가 책정됐으며 전국적으로 수술 기법이 확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