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아이스팩 6~8 시간 유지
녹은 상태로 제품 배송은 법 위반
고온 방치 식중독 위험… 안전 배송 위한 업계 노력있어야

새벽배송의 인기가 뜨겁다. 하지만 기온이 높거나 비가 오는 날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집 밖에 방치된 택배상자 속 음식이 상할 수 있기 때문. 새벽배송 주문 시 주의해야 할 점은 뭔지, 식품 위생에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을지 알아본다.
◇아이스팩 유지 시간 줄어, 식품 상할 위험 커져
택배상자를 개봉했을 때 꽁꽁 얼어있어야 할 아이스팩이 물렁한 상태로 변해있는 걸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이스팩은 식품 적정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새벽배송 시 신선식품과 함께 동봉되는데, 근래 사용되고 있는 아이스팩의 유지시간은 길지 않다. 지난 2020년 정부가 기업에 권고한 친환경 아이스팩(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재질에 물을 넣은 아이스팩)이 기존 아이스팩보다 유지 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정부가 권고하기 전 많은 기업이 주로 사용했던 고흡수성수지(SAP) 아이스팩은 아이스팩 온도가 최대 16시간까지 유지됐다. 쿠팡, 프레시지 등의 600개 이상 업체에 아이스팩을 납품하는 바인컴퍼니 복진원 연구소장은 “택배 상자 안의 식품 종류와 아이스팩의 두께에 따라 유지시간이 다르긴 하지만 친환경 아이스팩의 유지시간은 평균 6~8시간 정도다”라며 “기존 사용됐던 아이스팩에 비해 유지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배송이 완료되고 7시간 후에 택배를 열어본다면 냉기가 거의 없을 수 있다는 말이다. 복진원 연구소장은 “각 기업에 아이스팩 수량을 늘릴 것을 추천하고 있지만 비용문제로 인해 납품업체의 20~30%만이 추천하는 양만큼 아이스팩을 구입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식품위생법상으로도 제품 배송 시 온도 유지에 관한 규정만 존재할 뿐, 아이스팩 관련 규정은 존재하지 않아 각 회사에서 아이스팩 수량을 개별적으로 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식품위생법과 식품공전에 따르면 택배 및 배달되는 식품의 경우 보존·유통 시에 최적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택배를 받았을 때 제품이 녹아있거나 상해있다면, 이 경우는 식품위생법 위반에 해당한다. 김태민 식품전문변호사는 “온도 변화나 온도 상승으로 인해서 제품 품질의 불량이 생기거나 소비자에게 위해가 발생한다면 소비자는 해당 판매업체나 제조업체에 피해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며 “엄격히 따진다면 녹은 상태로 제품이 배송되는 것 자체도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온에 오래 방치… 식중독 위험 존재
식품이 든 택배상자가 높은 온도와 습도에서 오랜 시간 방치된다면 식중독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높은 온도와 습도는 식중독균 증식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식중독균으론 황색포도상구균이 있다. 황색포도상구균은 20~36도에서 가장 잘 증식하는 균으로 보관온도가 가장 큰 발생 원인이다. 지난 2019년에는 새벽배송 훈제연어 식품에서 리스테리아 모노사이토제네스 식중독 균이 검출되기도 했다. 특히 리스테리아 모노사이토제네스는 7~10도의 낮은 온도에서도 빠르게 증식이 가능한 저온성세균이기 때문에 여름이 아닌 날씨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안전한 배송시스템이 소비자 안전 지킬 수 있어
새벽배송으로 인한 식품 질 저하를 예방하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배송과정에 투자를 많이 하는 것이다. 그 예로는 두꺼운 아이스팩을 사용하거나 아이스팩 및 드라이아이스를 많이 넣는 방법이 있다. 배송인력 및 배송차량 증원 등도 좋은 방법이다. 쿠팡은 식품위생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배송 소요시간을 줄이고, 신선식품 배송을 위한 ‘로켓프레시’ 서비스를 추가로 운영하고 있다. 쿠팡 측은 “기온, 배송시간, 문 앞 대기 시간 등을 고려한 최적의 제품 포장 프로세스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패키징 팀’을 운영하고 있다”며 “유통 단계를 최소화하고 신선식품을 빠르게 배송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새벽배송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실천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혹시 모를 식중독이 걱정된다면 더운 날씨엔 신선식품만이라도 가급적 매장을 방문해 구입하는 걸 추천한다. 새벽배송이 도착한다면 지체하지 않고 바로 집 안으로 들여놓는 것도 방법이다. 택배상자가 집 밖에 방치돼 있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만큼 안전한 식품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