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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컷]코로나 이후 급증한 비만율… 남성이 이끌었다
오상훈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03/22 17:00
2020년 비만율 48%… 전년 대비 6.2% 증가
비만에 대한 사회적 압박 남성이 덜해
코로나로 배달음식·먹방 등 영향
통계청이 최근 ‘국민 삶의 질 2021’을 발표했습니다. 국민의 삶을 질적인 측면에서 진단할 수 있는 지표인데요. 건강 관련 지표를 살펴보니 의외로 코로나 이전보다 나아졌습니다. 비만율만 빼고 말입니다. 2020년 전국민 비만율은 전년보다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특히 남성들의 증가세가 두드러집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건강지표 개선됐지만, 비만율은 증가
통계청이 최근 ‘삶의 질 지표 2021’을 발표했습니다. 건강 분야엔 ▲기대수명 ▲스트레스 인지율 ▲주관적 건강상태 ▲비만율 ▲자살률 ▲신체활동 실천율 등이 포함됐습니다. 주로 코로나 이후인 2020년 12월의 지표가 반영됐습니다.
거의 모든 수치가 나아졌습니다. 먼저 2020년의 기대수명은 83.5세로 전년대비 0.2세 증가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OECD 38개국 중 일본(84.7세)에 이어 2위입니다. 기대수명은 특정 연도의 출생자가 향후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연수를 의미합니다. 지난 2주 동안 스트레스를 느낀 적이 있는 비율인 스트레스 인지율도 2020년 50.5%로 2018년보다 3.9%p 감소했습니다.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인 주관적 건강상태는 2020년 50.4%, 2018년보다 1.6%p 증가했습니다. 자살률은 10만 명당 25.7명으로 전년대비 1.2명 감소했고 신체활동 실천율은 40.9%, 2018년보다 2.6%p 증가했습니다.
비만율은 아니었습니다.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인 성인의 비율은 2020년 38.3%로 전년대비 4.5%p나 증가했습니다. 비율로 보면 적게 느껴지지만 표본이 19세 이상 성인이라는 점에서 1%p는 약 45만 명입니다.
원래 나이가 들수록 비만율은 높아집니다. 지금까지 비만율은 50~60대가 가장 높았고, 70대에 들어 다시 낮아지는 식이었습니다. 그러나 2020년에는 특히 30대의 비만율 증가가 두드러졌습니다. 30~60대의 비만율이 39~41%로 비슷할 정도로 말입니다. 20대의 비만율은 32.6%, 70세 이상은 35.3%였습니다.
◇남성 비만율 증가세가 평균 비만율 끌어올렸다
평균 비만율 급증은 남성들이 이끌었습니다. 2020년 여성의 비만율은 27.7%입니다. 전년 대비 2.7%p 증가하긴 했지만 27.4%였던 2001년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는 없습니다. 여성의 비만율은 20년간 24~28% 사이를 왔다 갔다 합니다. 반면 2020년 남성의 비만율은 48%로 전년 대비 6.2%p나 증가했습니다. 2020년에 유독 증가폭이 컸지만 31.8%였던 2001년과 비교해 봐도 꾸준히 상승곡선입니다.
왜 유독 남성들만 뚱뚱해졌을까요? 원인을 단정하기엔 어렵지만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체중에 대한 사회적 압박의 차이를 언급합니다. 남성은 다소 뚱뚱해도 건장해 보인다는 말을 들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음주·과식하는 비율은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높습니다.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박철영 교수는 일본도 상황이 비슷하다고 설명합니다. 여성의 비만율은 낮아지거나 그대로인데 젊은 남성들에게서는 급증한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남성들은 경제·교육 수준이 높아질수록 비만율이 증가하기도 합니다.
반면 여성들의 상황은 조금 다릅니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김경곤 교수에 따르면 성별 간 비만율 차이를 추정하는 연구들은 대개 비만했을 때의 금전적 손해나 정신적 스트레스가 여성들에게 크다고 보고합니다. 김경곤 교수는 “식욕억제제와 같은 비만 약물치료 성비를 보면 여성이 9:1 수준으로 많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고, 실제 비만 수술 상담을 해봐도 여성이 훨씬 많다”고 말했습니다.
생물학적 차이가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권혁태 교수는 여성호르몬이 비만을 일부 예방해주는 효과가 있는데 체중에 대한 사회적 압박 등과 복합적으로 작용해 여성의 비만율을 낮췄다는 것입니다. 실제 여성의 비만율은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이 줄어든 뒤 일부 연령대에서 남성을 웃돌기도 합니다.
성별 간 차이에 더해 사회문화도 비만해지기 좋은 환경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먹방 등이 인기를 끌면서 먹는 걸 우선순위로 두는 문화가 생겼습니다. TV를 틀면 먹는 장면이 대부분이고 셰프가 유명세를 타기도 합니다. ‘먹는 게 남는 것’이라는 말처럼 많은 사람이 과식에 동조하고 경계심을 허무니 열량뿐만이 아니라 단순당·지방 섭취가 증가해 전체 비만 인구가 늘어난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배달음식이 더해지면서 심해졌습니다.
◇합병증으로 삶의 질 낮아지기 전에 관리를…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30대 중반 이하의 남성들에게서 고도 비만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소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증가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비만이 당뇨,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일상적인 불편함을 초래하는 질환들도 불러옵니다. 폐쇄성 무호흡이나 관절염 등이 대표적입니다. 해당 질환들은 몸 곳곳에 악영향을 끼쳐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몸이 고혈압 치료에 덜 반응하게 만듭니다. 젊은 나이에 당뇨를 겪게 되면 당뇨발과 같은 무서운 당뇨 합병증도 그만큼 빨리 찾아옵니다.
언제든지 살을 뺄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한 번 늘어난 지방세포는 줄어들지 않습니다. 키웠던 근육이 빨리 커지듯, 살도 다시 찌기 쉽습니다. 비만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운동하고 적게 먹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특히 탄수화물을 경계해야 합니다. 빵, 쿠키 등에 들어있는 단순당은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켜 결국 더 많은 단순당 섭취로 이어집니다. 경각심을 가지기 위해서 꾸준하게 허리둘레를 재는 게 좋겠습니다. 대한비만학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허리둘레로 감별해내는 복부비만은 비만과 상관관계가 깊습니다. 편하게 서 있는 상태에서 배꼽 위로 줄자를 둘렀을 때 성인 남성은 90cm, 여성은 85cm 이상이라면 복부비만이므로 관리를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