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난치성 녹내장, 치료 무기 많고 재수술도 가능… 희망 가져야"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03/23 09:09
[헬스 톡톡] 최재완 센트럴서울안과 원장
안압 떨어뜨리는 게 주목표
차도 없고 진행되면 '난치성'
약물 안 들으면 레이저·수술
무조건 최신 수술 고집보단
환자 상태별 적절한 치료해야
시신경이 망가져 시야가 좁아지는 병인 녹내장은 실명 위험이 큰 무서운 안질환이다. 한번 손상된 시신경은 살릴 수 없어, 더 진행되지 않도록 평생 관리가 필요한 골치 아픈 병이기도 하다. 여기에 치료가 잘 안 되는 '난치성 녹내장'이기 까지 하다면, 점점 어두워지는 세상에 환자는 공포에 질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난치성 녹내장이라도 겁먹지 말고 치료를 받으라고 말하는 전문의가 있다. 센트럴서울안과 녹내장 클리닉 최재완 원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 물어봤다.
-난치성 녹내장이란?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녹내장을 말한다. 먼저 녹내장 치료는 안압을 떨어뜨리는 것을 목적으로 이뤄진다. 녹내장이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이 높은 안압이기 때문이다. 안압이 높으면 눈 뒤쪽에 압력이 가해져 연조직인 시신경이 망가진다. 난치성 녹내장으론 ▲안압을 낮췄는데도 녹내장이 진행하는 경우와 ▲여러 치료를 했는데도 안압이 잘 안 내려가는 경우가 있다. 첫 번째는 안압 말고 다른 기전이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높다. 혈류를 조절하는 자율조절계에 손상을 입었거나, 고혈압·당뇨가 진행돼서 혈관에 문제가 생겼거나, 고혈압 약제에 너무 잘 반응해 혈압이 뚝 떨어지는 등 여러 가능성이 있다. 이때는 시신경 보호 약물, 혈류 증가시키는 약물 등을 처방하며 그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두 번째 경우는 눈 속에서 압력을 조절하는 방수유출경로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 레이저나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난치성 녹내장 고위험군이 있는가?
젊은 나이에 녹내장이 유발한 환자, 안압이 치료하기 전부터 굉장히 높은 사람은 수술하더라도 예후가 좋지 않은 편이다. 당뇨병이 있어 신생혈관 녹내장이 생겼거나, 포도막염 녹내장이라면 난치성 녹내장으로 진행될 확률이 높다.
-녹내장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약물치료가 우선이다. 안압을 떨어뜨리기 위해 처음에는 한 가지, 안되면 세 가지까지 늘린다. 그래도 안압이 내려가지 않는다면 레이저나 수술적 치료를 시도한다. 무조건 최근에 나온 수술이라고 좋은 것이 아니고, 환자별 녹내장 중증도와 특성에 따라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해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레이저와 수술의 가장 큰 목적은 눈 안에 갇혀 있는 방수(눈 안에 들어 있는 액체)를 눈 밖으로 빼내는 것이다. 눈 안에는 액체가 순환하는 경로가 있다. 각막과 홍채 사이 저항이 심한 방수 유출 통로인 섬유주를 제거하거나, 다른 통로를 뚫어주는 수술을 일차적으로 하게 된다.
-어떤 수술이 있는가?
먼저 레이저로 섬유주에 자극을 줘서 안압을 떨어뜨리려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환자는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통하지 않으면 바로 다음 단계인 수술로 넘어가게 된다. 전통적인 수술로는 섬유주 절제술, 방수유출장치 삽입술이 있고, 최근에 나온 수술로는 최소침습술인 XEN 스텐트 삽입술 등이 있다. 섬유주 절제술은 섬유주를 일부분 제거해 방수를 직접 유출하는 여과포를 만드는 수술이다. 여과포는 눈 안에서 밖으로 물이 빠져나가는 물주머니다. 절개 부위가 크고 복잡하며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도 큰 단점이 있지만, 안압을 효과적으로 낮춘다. 방수유출장치 삽입술은 방수를 유출하는 장치를 눈 뒤로 삽입하는 수술이다. 관리는 섬유주 절제술보다 쉽지만, 안압 떨어지는 폭은 더 적다. 이차 수술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XEN 스텐트 삽입술은 아주 미세한 스텐트를 삽입해 공막과 결막 사이 여과포가 생기도록 하는 수술이다. 합병증이 전통적인 수술보다 매우 적지만, 안압이 떨어지는 폭은 적다. 이 외에도 방수를 빼내는 것이 목적이 아닌, 완전히 다른 종류의 수술로 마이크로펄스 다이오드레이저가 있다. 눈 안에 있는 모양체 근육을 자극해 액체를 내보내는 것은 촉진하고, 방수 생성은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효과가 그렇게 크지 않아, 보통 모든 치료를 다 시도하고 잘 안 됐을 때 시도한다.
-수술 선택 기준은?
녹내장 수술은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수술마다 특징, 효율, 적응증, 안전성이 모두 다르다. 수술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환자의 상태다. 안압이 너무 높거나, 젊은 사람인데 시야가 많이 손상됐다면 바로 섬유주 절제술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노년층이고, 녹내장이 천천히 진행하고 있다면 최소침습수술이 적합할 가능성이 크다. 의사마다 임상적인 능력으로 선택할 사항이다.
-수술이 실패할 수도 있는 건가?
그렇다. 실패했다는 건 안압이 안 떨어졌거나, 급격하게 다시 올라왔거나, 합병증이 생긴 것을 말한다. 합병증은 수술하고 나서 안압은 떨어졌는데, 시력이 잘 안 나온 것 등을 말한다.
-재수술이 가능한가?
가능하다. '녹내장 수술은 마지막에 하는 거라더라'라는 얘기를 하는 환자가 많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반 맞는 이유는 약물이나 레이저 치료도 효과가 없으면 하는 게 수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 번의 수술 실패가 치료 끝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재수술이 가능하다. 수술 부위를 살리거나, 다른 방법의 수술을 시도할 수도 있다.
-재수술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다. 여과포를 만드는 수술인 XEN 스텐트 수술이나 섬유주절제술이 실패한 경우라면, 해당 부위 여과포를 살리는 수술을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마이크로펄스 다이오드레이저를 할 수도 있고, 전통적인 수술로 돌아갈 수도 있다. 섬유주절제술이 실패했다면 방수유출장치 삽입술을 시도하는 식이다. 다음 선택지가 뭐가 될지는 환자의 눈 상태, 연령대, 녹내장 종류 등을 잘 분석해 의사가 최선의 방법을 제시할 것이다. 여과포를 살릴 수 있다면 여과포 재건술을 받는 것이 좋다. 약을 안 써도 될 정도로 안정되기도 한다. 특수한 수술 재료가 들어가고, 난도가 높아 수술 경험이 있는 의사를 찾아가는 것이 좋다. 여과포 재건술을 받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기존 수술 부위 유착이 너무 심하다면, 박리하려다 오히려 조직이나 혈관이 찢어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땐 다른 수술을 생각해봐야 한다.
-난치성 녹내장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에게 마지막 한 마디
한마디만 고르라면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기술이 발전하고, 여러 선택지가 많아지면서 녹내장 분야는 예전과 완전히 다른 세상이 열렸다. 일례로, 치료한 환자 중 10대 후반에 안압이 매우 높아 시야가 나빠졌는데 치료를 거듭해 안정된 경우가 있다. 레이저로 안압을 잡아 몇 년간 유지하다, 안압이 높아져 섬유주절제술을 받았다. 몇 년 후 안압이 다시 올랐는데, 이때 여과포 재건술을 해서 지금은 괜찮아졌다. 처음 녹내장 치료를 포기했더라면 이 환자는 20대 초반에 시력을 잃었을 수도 있다. 여러 방법을 동원해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세상이 왔으니, 어떤 경우에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