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똥'으로 정신병 치료… 실제 사례 보고돼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03/18 15:21
대변 이식으로 양극성 장애(조울증) 치료에 성공한 사례가 국제저널 '양극성 장애(BOPOLAR DISORDERS)'에 보고됐다.
◇5년간 안 낫던 양극성 장애, 대변이식으로 말끔히 나아
보고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정신과 의사 러셀 힌톤은 양극성 장애를 앓는 여성에게 남편의 건강한 대변을 이식했다. 이 여성은 양극성 장애로 12가지 이상의 약물을 복용했고, 10번 입원했으며, 체중이 크게 증가하는 등 병으로 인한 극심한 부작용을 겪었다. 하지만, 남편의 대변 이식 후 5년 동안 양극성 장애 증상이 사라졌고, 33kg을 감량해 더 이상 약을 복용할 필요가 없어졌다.
호주 시드니의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고든 파커와 동료들도 비슷한 사례를 보고했다. 이들은 한 청년에게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이식했다. 이 청년은 10대 때 양극성 장애를 앓았고 수많은 약물을 시도했지만 낫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대변 이식을 한 다음해부터 모든 정신과 약물을 점진적으로 중단할 수 있었고, 기분 변화도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그가 가지고 있던 불안,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증상도 줄어들었다.
대변이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증명한 각종 쥐 실험 결과들도 과거 보고된 바 있다. 실제 우울한 사람의 대변을 쥐에게 주입했더니 쥐에게 우울증이 생기고, 정신분열증이 있는 사람의 대변을 쥐에게 주입했더니 쥐에게 정신분열증이 생겼다는 보고들이 있다.
◇장내 세균이 미주신경 통해 뇌에 신호 보낸다는 주장도
대변 이식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질 수 있다. 대변이 들어 있는 캡슐을 삼키게 하거나 코로 튜브를 삽입해 위나 장으로 대변을 전달하는 식이다. 항문을 통해 주사기로 대변을 직접 삽입하는 방법도 쓰인다. 다만, 치료를 위한 대변 이식을 할 때는 전문가에 의해 선별되고 승인된 대변을 사용, 의료 전문가의 감독 하에 수행돼야 한다.
그렇다면 대변이 어떻게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대변에 있는 장내세균 때문이다. 대변 속 장내세균은 대장 벽에 직접 영향을 미쳐 미주신경을 통해 뇌에 신호를 보낸다. 장내세균이 면역 체계를 포함한 거의 모든 신체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다량의 화학 물질을 생성하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다만, 대변 이식이 공식적인 양극성 장애 치료법으로 쓰이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 연구팀은 "대변 이식이 양극성 장애에 효과가 있다고 현재 결론지을 수는 없다"며 "충분한 근거가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정신질환과 대변 이식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어, 캐나다에서는 현재 대변 이식에 대해 조사하는 3건의 연구(과민성대장증후군·양극성 장애·우울증 대상)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