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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보다 큰 우리 아이, 알고 보니 병?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03/17 08:30
사춘기가 빨리 시작하는 성조숙증 아이들은 또래보다 키가 빨리 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성장판도 일찍 닫혀 조기에 성장이 끝난다. 결국 성인이 됐을 때는 평균 키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우리 아이가 빨리 큰다고 마냥 안심하기보다는 신체적인 변화를 주의 깊게 살피는 것이 조기에 성조숙증을 치료할 방법이다.
◇성조숙증 환자 늘어나고 있어
성조숙증으로 병원 진료를 받는 환자 수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에는 13만명 이상으로 늘었다. 낮아지는 출산율을 고려하면, 환자 증가 폭이 매우 가파르다. 게다가 여아 초경 나이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 한 국내 연구에서는 최근 초경 연령이 12.6세까지 앞당겨졌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고대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영준 교수는 "환경이나 식생활의 급격한 변화가 인체에 호르몬 변화 등 여러 영향을 미쳐 성조숙증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로 추정된다"며 "대표적으로 비만세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플라스틱 등 화학물질에서 나오는 환경호르몬이 신체 내분비계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전적 요인,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도 성조숙증 유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키 크는 속도 급격히 빨라졌다면, 성조숙증 신호
여아는 만 8세, 남아는 만 9세 이전에 키가 급격하게 빨리 크거나, 사춘기가 시작된다면 성조숙증을 의심할 수 있다. 사춘기가 왔는지는 신체적 변화로 유추할 수 있다. 여아는 가슴에 몽우리가 잡히고, 남아는 고환의 용적이 4cc 이상(어른 엄지손톱 정도 크기)으로 커진다.
조기에 성조숙증을 예측하려면 키 크는 속도를 정기적으로 체크하는 것도 중요하다. 성호르몬은 2차 성징을 유도할 뿐만 아니라, 성장판을 자극해 키가 급격하게 크게 한다. 현재 키가 또래보다 크지 않더라도 성장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다면 성조숙증 징후일 수 있다. 성조숙증이 의심된다면 지체하지 말고 가까운 성장클리닉에 방문해 적절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유발 원인 따라 치료법 달라져
성조숙증을 치료하려면, 성조숙증 유발 원인이 뭔지 알아야 한다. 성조숙증은 원인에 따라 중추성과 말초성으로 나뉜다. 중추성 성조숙증은 뇌의 시상하부나 뇌하수체 등 중추에서 문제가 유발된 것이다. '시상하부-뇌하수체-생식샘 축'이 조기 활성화돼, 성호르몬이 정상보다 일찍 분비해 초래된다. 대부분의 아이가 여기에 해당한다. 치료를 위해서 사춘기 지연 주사를 4~12주 간격으로 처방받게 된다. 말초성 성조숙증은 고환이나 난소에 종양이 있어서 성호르몬이 다량 분비되거나, 약품이나 화장품 등에 의해 성호르몬이 노출되는 경우 유발된다. 드문 경우로, 각 원인에 맞게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이영준 교수는 "일부 부모님들이 성조숙증 치료를 받으면 아이의 키가 더 자라지 않거나 여아의 경우에는 불임이 될까 봐 걱정을 하기도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다"라며 "사춘기 지연 주사는 성조숙증으로 인해 성장판이 빨리 닫히는 것을 방지해 키가 꾸준하게 오랜 기간 크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주사 맞은 부위에 통증이 있거나 붓는 등의 일반적인 주사 부작용 이외에 심각한 부작용을 보이는 사례도 극히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예방하려면, 비만 관리부터
성조숙증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아이들의 체중을 관리해 비만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영준 교수는 "자녀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한데 아이가 균형 잡힌 식사를 적당량 섭취하여 비만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하루 30분 이상의 유산소 운동과 규칙적인 수면 습관은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아이의 성장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또한, 아이가 일회용 용기나 플라스틱, 성인용 화장품 등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 포함된 환경호르몬이나 여성호르몬과 유사한 성분들이 이차 성징을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의 키를 키우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건강보조식품을 먹이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삼가야 한다. 먹이기 전에는 전문의와 상담 후에 섭취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