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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정기적으로… 혈압관리의 두 원칙”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헬스조선 건강똑똑 라이브 '가정 혈압'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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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서울병원 순환기내과 편욱범 교수와 헬스조선 이슬비 기자가 헬스조선 건강똑똑 라이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헬스조선 유튜브 캡처

고혈압은 합병증이 나타날 때까지 뚜렷한 증상이 없어 알아채기 힘든 무서운 병이다. 모른 채 방치하는 동안 고혈압은 뇌, 신장, 안구 등 주요 장기에 각종 손상을 입힌다. 특히 대표적인 합병증으로 심뇌혈관 질환이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고혈압인 사람은 일반 혈압을 가진 사람보다 심뇌혈관질환 발병과 사망 위험도가 최대 2.6배, 뇌경색이 발병할 확률은 7배나 높다. 문제는 유병률도 높다는 것이다. 60대 이상에서는 두 명 중 한 명이 고혈압이다. 예방하려면 결국 정기적인 혈압 측정이 답이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여기에 한 가지 조건을 더 붙인다. '집에서'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병원에서는 긴장, 스트레스 등으로 실제 혈압보다 높거나 낮게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헬스조선 공식 유튜브와 네이버TV 채널을 통해 '가정 혈압'에 대한 헬스조선 건강똑똑 라이브가 진행됐다. 이대서울병원 순환기내과 편욱범 교수가 가정 혈압 측정의 중요성에 관해 설명했다. 이날 진행된 건강똑똑 라이브는 실시간 동시 접속 기준 네이버 TV 387명, 유튜브 78명이 시청했다. 가정 혈압에 대한 많은 질문이 올라왔고, 편욱범 교수가 실시간으로 답변했다.

◇‘진짜 혈압’은 따로 있다?

혈압의 정의부터 명확히 하자면, 혈액이 혈관 속을 흐르면서 혈관 벽에 미치는 압력을 얘기한다. 고혈압은 정상 혈압보다 혈관 벽에 더 큰 압력을 가하고 있는 상태다. 수치로는 수축기 혈압이 120mmHg·이완기 혈압이 80mmHg 미만일 때가 정상이다. 고혈압은 대한고혈압학회에서 발표한 2018년 고혈압 진료지침에 따르면, 수축기 혈압이 140mmHg·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인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 이 사잇값인 수축기 혈압 120~139mmHg이거나, 확장기 혈압 80~89mmHg인 경우는 고혈압 전 단계라고 불린다. 편욱범 교수는 "고혈압 전 단계일 때 고혈압이 아니니까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정상 범주보다는 고혈압 합병증 위험이 큰 상태라 주의가 필요한 단계라 인식해야 한다"며 "나중에 고혈압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숫자로 정의된 질환이다 보니 정확한 수치 측정이 중요하다. 진짜 본인 혈압을 알려면 병원과 가정 혈압 모두 재봐야 한다. 집에서 재는 혈압은 높은데, 병원에서는 낮게 나오는 '가면 고혈압'과 반대로 집보다 병원에서 혈압이 높게 나오는 '백의 고혈압'이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진료실 혈압은 140/80mmHg 미만, 가정혈압은 135/85 mmHg 미만이면 가면 고혈압, 진료실 혈압은 140/80mmHg 이상으로 나오는데 가정혈압은 135/85mg 미만으로 나올 때 백의 고혈압으로 정의한다. 편욱범 교수는 "가면 고혈압은 남성이나 흡연과 음주를 많이 하거나, 직업적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에게 주로 나타나고, 백의 고혈압은 여성과 노인, 긴장으로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된 사람 등에게 많이 나타난다"며 "특히 가면고혈압은 백의고혈압보다 심뇌혈관질환 위험이 더 크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아 반드시 찾아서 혈압관리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의 고혈압은 약물 오남용 소지가 있어 위험하다. 가정혈압을 측정하지 않아 백의 고혈압이 진단되지 못했을 경우 고혈압약을 처방받을 수 있는데, 한 번 복용을 시작하면 임상적으로 나중에 확인하기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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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변동성 그래프./사진=헬스조선 유튜브 캡처​

또한, 정확하게 측정하려면 아침에 두 번, 저녁에 두 번 측정해 시간별 평균을 내야 한다. 우리 혈압은 시간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편욱범 교수는 "일반적으로 자는 동안 혈압이 떨어지고 아침이 되면 상승하고 낮 동안 높아진 수치를 유지하다 오후 6~8시 정도부터 다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고혈압 환자 중에는 아침에 혈압이 크게 상승하는 아침고혈압, 밤에도 혈압이 안 떨어지는 야간고혈압이 있는데, 가정 혈압계로 아침과 저녁마다 혈압을 측정해 기록해야 알 수 있는 경향"이라고 말했다.

◇가정혈압 측정, 병원 가는 것만큼 중요한 이유

혈압을 집에서 재면 백의고혈압이나 가면고혈압은 걸러내고 진짜 혈압을 측정할 수 있다. 게다가 혈압 추이까지 확인할 수 있다. 고혈압 관련 약을 먹고 있는 사람에게도 가정혈압은 중요하다. 지속적인 혈압 측정으로 약 복용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으며, 처방받은 약의 효과, 복약 주기 등에 대해 더 전문의가 정확하고 알맞은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편욱범 교수는 "실제 일본, 유럽, 미국 등은 가정혈압을 더 실용적인 혈압 측정법으로 인식하며, 고혈압 진료에 적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가정 혈압계 보급률에서도 차이를 보이는데 한국은 약 20% 정도의 가정에서 혈압계를 보유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60~70%에 달할 정도로 혈압계가 널리 보편화 돼 있다"고 말했다.

일반인도 혈압 추이를 확인해 고혈압 예방은 물론 혈압 관리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수 있다. 혈압을 낮추는 것은 심혈관 건강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한 논문에서는 수축기혈압을 5mmHg 줄이면 심혈관질환이 없던 집단(평균혈압 146/84mmHg)에서는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도가 9% 감소했고, 기존 심혈관질환이 있던 그룹(평균혈압 157/89mmHg)의 위험도는 무려 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혈압을 낮추려면 짜게 먹는 식습관, 흡연, 알코올 섭취 등을 중단하고, 적절한 스트레스 해소를 해야 한다. 5~10%는 특정 원인 질환으로 고혈압이 유발되기도 하는데, 기저질환을 치료하면 고혈압을 완치할 수 있다.

◇올바른 가정혈압 측정 방법은…

먼저 본인에게 맞는 혈압계를 선택해야 한다. 편욱범 교수는 "가장 정확하고 보편적인 혈압계로 팔뚝형(위팔) 자동 혈압계가 있다"며 "시중에 다양한 사이즈의 커프를 판매하고 있지만, 팔뚝이 너무 굵거나 얇아 맞는 커프를 찾기 어렵다면 손가락 등을 이용해 재는 기기 등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혈압계를 구매할 때 커프를 팔에 감아보고,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있으면서 위팔의 80~100% 정도를 감싸는 길이의 커프를 골라야 한다. 너무 타이트하거나 헐렁하면 정확한 측정이 어렵다. 검증된 혈압계를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편욱범 교수는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혈압계 중 국제적으로 검증된 혈압계는 약 2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구매 시 AAMI(미국의료기기협회), ESH(유럽고혈압학회) 등 국제적 검증 프로토콜을 준수한 검증된 기기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혈압계 국제추천 기관인 dabl(다블)에서 정확도가 검증된 전자혈압계 품목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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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혈압계 검증 프로토콜./사진=헬스조선 유튜브 캡처
올바르게 재는 것은 더 중요하다. 혈압은 ▲기상 후 1시간 이내, 용변 후, 식사하기 전, 혈압약을 복용하기 전 1분 간격으로 2회 ▲자기 전 1시간 이내, 1분 간격으로 2회 측정한다. 측정 30분 전에는 흡연, 카페인, 알코올 섭취를 하면 안 된다. 혈압 측정 순서는 다음과 같다. 먼저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다리를 꼬지 않고 편안하게 앉는다. 5분 정도 안정을 취한 뒤, 탁자 위에 파 얹혀 놓고 팔을 편안히 편다. 커프를 심장 높이에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감는다. 말을 하거나 움직이지 않으면서 혈압을 측정한다. 1분 간격으로 한 번 더 측정한다. 두 번의 결과가 10mmHg 이상 차이 나면 한 번 더 측정해 두 번째와 세 번째 값을 평균내면 된다. 측정한 수치를 꾸준히 기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혈압기록표에 수축기 혈압, 이완기 혈압, 맥박수를 날짜와 시간과 함께 적어놓으면 된다. 처음 고혈압을 진단할 때는 적어도 1주일 동안 혈압을 측정해야 한다. 병원 방문을 결심했다면 방문 직전 5~7일 동안 혈압을 측정해 수치를 기록해 가지고 가는 것이 좋다. 대한고혈압학회 홈페이지에 구체적인 측정법이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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