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오목가슴·새가슴 치료, 주저 마세요" [헬스조선 명의]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오목가슴·새가슴 명의'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이성수 교수

가슴 중앙 부위가 안쪽으로 움푹 들어간 오목가슴, 반대로 가슴이 솟아오른 새가슴. 오목가슴과 새가슴은 모두 흉벽 기형에 속한다. 어릴 때 발견해서 치료를 시작하면 수술이나 보조기 착용만으로 완전히 좋아질 수 있다. 수술도 과거와 달리 가슴에 구멍만 뚫고 해 부담도 적다. 그런데 치료를 차일피일 미루다보면 아이의 뼈가 딱딱해져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평생 콤플렉스를 겪지 않게, 부모가 적극적으로 아이의 치료를 결심해야 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이성수 교수는 국내에서 오목가슴·새가슴을 가장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의사다. 그는 새가슴 보조기와 수술 기구를 개발하기도 했다. 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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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이성수 교수가 그가 개발한 새가슴 보조기를 들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오목가슴은 왜 발생하나?

오목가슴은 앞가슴의 복장뼈와 늑연골(흉골과 늑골 사이의 물렁뼈)이 심장 방향으로 ‘옴폭’ 들어간 상태다. 아직 우리나라의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미국의 경우 인구 10만 명 당 3~4명꼴로 겪는다고 파악된다. 정확한 발생 원인은 모르지만, 환자의 20~30%는 가족력이 있어 유전적 소인이 있는 병으로 추정된다. 선천적 기형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진료해보면 급성장기에 오목가슴이 생겨서 오는 경우도 많다. 꼭 선천적인 것만은 아니며 나중에 늑연골이 비정상적으로 자라면서 발생할 수도 있다. 한국, 일본, 미국은 오목가슴과 새가슴의 비율이 4대 1 정도로 오목가슴이 많다.

-오목가슴은 부모가 잘 발견하나?

겉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영·유아 때는 이상을 잘 발견하고 진료실을 찾는다. 그러나 급성장기에 발생하면 부모가 목욕을 시켜주지 않기 때문에 모를 수도 있다. 아이가 스스로 발견해서 오는 경우도 많다.

-증상은 없나?

증상이 없다가 오목가슴 정도가 심해지면 복장뼈나 늑연골이 심장 또는 폐를 압박할 수 있다. 폐는 괜찮지만 심장의 경우는 눌리면 심장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눌린 채로 살다보니 심장 기능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해 운동 등 심장이 빨리 뛰어야 할 때 호흡 곤란이 오고 지구력이 떨어질 수 있다. 가슴 통증, 만성기관지염에 의한 기침, 맥박이 빨리 뛰는 빈맥, 가슴이 두근거리는 심계항진, 피로감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진단은 어떻게 내려지나?

기본적으로 엑스레이를 찍어보면 알 수 있다. 필요하면 CT를 찍기도 한다. 엑스레이와 CT사진을 통해 가슴 복장뼈의 함몰 부위를 확인하고 심장 압박 정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치료를 해야 하나?

오목가슴이 저절로 회복될 확률은 매우 드물다. 성장이 이뤄지면서 더 함몰되는 경우 심장이 눌리면서 심장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심리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오목가슴이 있으면 수영장, 목욕탕을 가지 않으려고 한다. 내 환자 중에 50대 남자가 있었는데, 평생 스트레스였다며 이제는 가슴을 펴고 살고 싶다고 뒤늦은 나이에 수술을 결정했다. 오목가슴은 빨리 치료해야 한다. 흉벽이 유연할 때 수술을 해야 통증이 적고 치료 후 미용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흉부외과에서 치료한다?

그렇다. 세계적으로는 소아외과에서 하는 경우도 많지만, 우리나라는 흉부외과에서 수술을 한다. 오목가슴은 수술이 까다로운 편인데, 일종의 미용수술이다 보니 환자나 보호자가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수술 의사로서는 부담이 크다. 수술을 배우는 시간도 상대적으로 오래 걸리고, 수술 경험이 쌓여야 결과가 좋다. 그러다보니 오목가슴 수술을 하는 흉부외과 의사가 국내 4~5명 밖에 되지 않는다.

-오목가슴이라면 모두 수술해야 하나?

비수술 치료법으로 큰 부항 같이 생긴 흡입기 치료를 하기도 한다. 음압을 걸어 움푹 들어간 가슴을 끌어올리는 원리인데, 장기적인 효과는 증명된 바 없다. 하루 두 시간 흡입기를 착용해서 좋아진다는 것은 결국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 멍이 들고 아프기 때문에 장기간 꾸준히 하기도 어렵다. 오목가슴은 결국 수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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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식도 사진=오목가슴 최소침습수술법인 너스술식./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수술은 어떻게 하나?

양쪽 가슴에 1.5cm 정도 크기의 구멍 두 개를 내고 오목한 모양의 티타늄 재질의 막대(너스바)를 가슴 안에 집어 넣어 지렛대 원리를 이용해 180도로 돌려준다. <사진> 180도로 돌리면 물리적으로 늑연골을 정상 위치로 들어올릴 수 있다. 그리고 고정을 시킨다. 이를 너스술식이라고 하며 2000년대 도입이 됐다. 수술은 1~2시간이 채 걸리지 않고 합병증 발생 확률도 낮다. 수술 전날 입원해 수술 후 3~7일이면 퇴원한다. 고정된 티타늄 막대는 수술 2~3년 후, 늑연골이 정상적으로 자리를 잡으면 제거해준다. 수술 성공률은 약 95%. 다만 수술 의사는 가슴의 어디를 뚫어야 할지, 지렛대를 어디다 둬야할지 등을 환자에 상태에 맞춰 세밀하게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수술 경험이 중요하다. 잘못 수술하면 원하는 만큼 결과가 안 나올 수도 있다. 이 수술은 보통 3세 이상에서 시행한다.

최근에는 수술 방법이 진일보했다. 티타늄 막대를 가슴에 넣었을 때 돌아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개 이상의 막대를 사용, 고정하는 방법을 우리나라 의료기기 회사가 고안해 세계 학회에서 인정을 받았다.

한편, 과거에는 가슴에 20cm 이상 상처를 내고 늑연골을 잘라내는 등 대수술을 했다. 수술이 커서 아주 심한 오목가슴에만 시도했다. 2000년대 들어 너스 수술이 도입되고 통증과 상처가 획기적으로 줄었다.


-꼭 수술해야 하는 경우는 언제인가?

만 3세 이후라면 일찍 수술하는 게 결과가 좋다. 흉골, 늑연골, 흉벽이 유연할 때 가슴 모양을 예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이 유연하니깐 통증도 적다. 열살만 넘어도 뼈가 딱딱해져 뼈를 들어올리는 힘이 더 필요하다. 물리적으로 뼈를 들어올리다보니 수술 직후 통증이 심하다. 최근 갈비뼈 사이 늑간 신경을 냉동 치료를 통해 일시적으로 마비, 통증을 조절하는 치료를 같이 해주고 있다. 마비된 늑간 신경은 한달이면 정상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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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이성수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제공
-새가슴에 대해 설명해달라?

오목가슴과 정반대로 새가슴은 가슴뼈 중심이 볼록 솟아 올라온 경우를 말한다. 사실 의학적인 관점에선 그냥 둬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다만 옷으로 가려지는 오목가슴과 달리, 새가슴은 옷을 입어도 튀어나오는 까닭에 스트레스 정도가 심하다. 심리적인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새가슴은 급성장기에 흉벽 아래 부위(젖꼭지 아래 부위)가 돌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간혹 소아에서 흉벽 윗부분(젖꼭지 위 부위)이 돌출되기도 한다. 흉벽 윗부분이 돌출됐다면 골조직 생성(골화) 과정이 빠르므로 6세 이전에 빠른 보조기 치료를 해야 한다. 골화가 되면 보조기 치료가 어려워 수술을 해야할 수도 있다.

-새가슴은 보조기 치료만 해도 되나?


그렇다. 오목가슴과 달리 새가슴은 수술 없는 치료가 가능하다. 가슴을 조여주는 보조기 착용을 통해 점진적인 교정 치료를 시행한다. 통상 만 17세 이전엔 늑연골이 유연해 치료가 수월하다. 흉부 압박 보조기를 통해 돌출된 부위를 7개월 정도 꾸준히 눌러주면, 전체 가슴이 리모델링 되는 방식이다. 통상 보조기를 착용하는 기간은 7개월이며, 약 80% 이상에서 완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보조기는 첫 2주는 하루 20시간을 차고 다음은 12시간 착용한다. 보조기 착용 치료를 견디지 못하거나 성실하게 착용하지 못해 실패한 경우엔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새가슴 수술도 최소침습 방식으로 이뤄진다. 양 옆구리에 구멍을 뚫고 기구를 넣어 나온 뼈를 눌러주는 방식이다.

-오목가슴·새가슴 아이를 둔 부모에게 한말씀

한국은 오목가슴·새가슴 치료에 있어서 가장 앞서가는 나라다. 진료실에 있다보면 아이들은 치료를 받고 싶어하는데, 부모가 수술을 꺼려하는 경우도 꽤 많다. 그러나 오목가슴, 새가슴은 생각보다 심리적 문제가 크다. 성격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치료 기술이 발전해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치료 받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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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이성수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이성수 교수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다. 국내 손꼽히는 오목가슴, 새가슴 수술 명의다. 그는 오목가슴의 치료는 2000년부터 최소침습수술(너스술식)이 보급되면서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보고 있지만, 새가슴은 전문적인 치료를 못하고 있다고 느껴 2008년초 새가슴의 대가 아르헨티나의 Dr. Abramson를 찾아가 새가슴에 대한 최소침습수술을 배웠다. 그리고 미국에서 새가슴 보조기 치료 효과를 보고 2009년 국내에서 보조기를 개발, 1000명 이상의 환자에게 적용해 70% 가량의 치료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수술 후 통증을 줄이기 위한 냉동치료를 시행, 정식 치료로 인정 받기 위한 임상 연구를 하고 있다. 현재 대한흉벽연구회 회장이며 세계흉벽학회 집행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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