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뷰티 시크릿] 내사랑 각질… 때밀기 안돼요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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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건강을 위해서는 때를 밀지 않는 것이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우리나라 사람들의 전통적인 목욕 습관 중 하나가 ‘때 밀기’다. 최근에는 크고 작은 알갱이로 피부 각질을 벗겨내는 ‘보디스크럽’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몸은 물론 얼굴 각질을 벗기기에 한창인 여성도 많다. 하지만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피부과 정진호 교수는 “피부 탄력을 떨어뜨리고 노화를 앞당기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각질층, 젊은 피부 위한 최전선 보호막

각질층은 피부가 건강과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전선 보호막이다. 정 교수는 “‘내사랑, 각질층’이라는 말을 되뇌어야 한다”며 “몸이나 얼굴 각질을 제거한 직후엔 피부 표면이 매끄럽고 촉촉해진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순간의 착각일 뿐 오히려 피부가 건조해지고, 염증이 나타나고, 각종 노화 증상에 취약해진다”고 말했다. 각질 벗기기(때 밀기)가 피부에 초래하는 현상은 다음과 같다.

▷건조해지고 탄력 떨어져=서울대병원 연구소의 학생 4명이 매주 같은 요일 같은 목욕탕에서 같은 ‘목욕 관리사’에게 때를 밀고 바로 실험실로 돌아와 때를 민 후 각각 1시간, 3시간, 6시간, 24시간, 3일, 7일 후 피부 여러 상태를 측정했다. 그 결과,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의 표피 두께는 때를 밀기 전 평균 0.18㎜였지만, 때를 민 후 0.02~0.03㎜ 얇아져 비율로 따졌을 때 11~17%의 각질층이 손실됐다. 더불어 때를 민 부위는 밀지 않은 부위보다 수분 양이 10% 감소했고, 탄력도가 2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부 알칼리로 변해= 정상 피부는 산도 4.5~5.0의 정도의 약한 산성을 띤다. 때를 밀면 피부 산도가 높아져 알칼리성으로 바뀌는데, 그러면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 번째로 살아있는 각질형성세포가 죽은 후 각질층을 형성하기 위해 필요한 프로테이나제, 카스파제14 등의 단백질 분해효소가 제 기능을 못한다. 정진호 교수는 “때를 밀면 각질층이 손상되는데 피부 산도가 높아져 바로 재생되지도 못하니 피부 장벽이 손상된 상태가 오래 지속된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는 피부에서 각질층을 채우는 지질 성분인 세라마이드가 충분히 합성되지 못한다. 이로 인해 탄력과 윤기가 떨어진다.

▷습진 생기며 피부 노화= 때를 미는 과정에서는 염증 물질인 ‘사이토카인’이 분비된다. 이로 인해 피부에 염증이 일어날 수 있는데, 이를 다른 말로 ‘습진’이라고 한다. 정진호 교수는 “평소 때를 심하게 밀거나 자주 미는 사람은 피부가 붉어지고 가려우며 발진이 생기는 자극성 습진이나 건조성 습진 같은 피부질환에 잘 걸린다"고 말했다. 때문에 피부가 노화하기도 쉽다.

▷항균 능력 상실= 피부 표피 바깥쪽에는 병원균이 피부에 침투했을 때 즉각 이를 죽이기 위한 항생물질이 미리 준비돼 있다. 각질층은 이 항생물질의 농도가 가장 높은 부위로 아래로 내려갈수록 농도가 낮아진다. 가장 잘 알려진 두 가지 항생물질은 디펜신과 카텔리시딘인데 때를 심하게 밀어 각질층이 소실되면 이 두 가지 항생물질도 같이 소실된다. 정진호 교수는 “따라서 때를 자주 미는 사람은 모낭염이나 종기 같은 세균성 피부질환에 잘 걸린다”고 말했다.

◇얼굴 각질 제거도 피부 노화 유발

얼굴 각질도 제거했을 때 부작용이 크다. 서울대병원 연구소에서 다음과 같은 실험을 진행했다. 매주 월요일 왼쪽 얼굴에는 각질 제거제를 사용하지 않고, 오른쪽 얼굴에는 각질제거제를 사용하며 양쪽 피부 상태를 4주간 비교 관찰했다. 그 결과, 각질제거제를 사용한 피부만 수분을 잃어 건조해지고, 탄력도가 감소했으며, 산도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진호 교수는 “매끄러운 피부를 갖고 싶다면 각질 제거보다 더 근원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며 “피부에 해로운 물질을 피하고, 일상생활을 안정시켜 스트레스를 없애고, 피부에 이로운 물질은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주일에 한 번 각질 제거를 하는 일은 당장 그만 두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참고서적 =《피부가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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