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수급위기 ‘관심’… 수술 어려워질 수도
헌혈하면 코로나 감염? “근거 없는 괴소문”
확진자도 완치 4주 뒤부터 헌혈 가능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연일 10만명대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혈액 수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연초 7.6일에 달했던 혈액보유량은 3일 0시 기준 4.2일분으로 떨어졌으며, 향후 혈액수급위기 ‘주의’ 단계에 해당하는 3일분 미만까지 감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헌혈을 둘러싼 근거 없는 소문까지 떠돌면서 원활한 혈액 수급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혈액수급위기 ‘관심’ 단계… 적정보유량 밑돌아
3일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혈액보유량은 ▲O형 5402유닛 ▲A형 7111유닛 ▲B형 6414유닛 ▲AB형 2276유닛 등 총 2만1203유닛이다. 1일 소요량은 5029유닛이며, 현재 4.2일분의 혈액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연초(7.6일)보다 3일분 이상 줄어든 것으로, 혈액수급위기 ‘관심(5일분 미만)’ 단계에 해당된다.
확진자 수가 폭증하면서 혈액 수급에도 직격탄을 맞게 됐다. 최근 전국 헌혈의집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과 함께 방문자가 급감했으며, 기업이나 기관, 학교 등을 대상으로 진행돼온 단체헌혈 또한 계속해서 취소되고 있다. 실제 월별 헌혈실적을 보면 지난해보다 헌혈량이 크게 줄어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헌혈자 수는 ▲1월 17만5710명 ▲2월 16만7062명 등 총 34만2772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2월 37만8609명)과 비교하면 3만5000명 이상 헌혈자 수가 감소했다.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지난달 혈액보유량이 3~4일대에 머물면서 적정보유량(5일)의 70~80% 정도에 불과한 상태”라며 “정상적인 혈액 공급 시스템이 마비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혈액부족 상황이다”고 우려했다.
◇혈액보유량 더 떨어지면 환자 수술 어려워질 수도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혈액 보유량이 지속적으로 떨어질 위험 또한 배제할 수 없다. 혈액관리본부 또한 오미크론 변이로 전반적인 외부활동이 줄어들 경우 3월 초까지 혈액보유량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지난 17일에는 오후 한 때 혈액보유량이 ‘주의(3일분 미만)’에 해당되는 2.5일분까지 급감하기도 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계속해서 확대될 경우, 향후 헌혈자 수 감소와 함께 혈액보유량이 ‘심각(1일분 미만)’ 단계에 이를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심각 단계는 비상사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 경우 환자 생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의료기관에 혈액 공급이 중단되면서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제때 치료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재 혈액관리본부는 위험 상황에 대비해 정부와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혈액수급 대비계획 점검에 돌입하는 한편, 정부, 공공기관, 군부대 등에 단체헌혈 참여를 요청하고 적극적인 헌혈 홍보에도 나선 상태다.
◇헌혈하면 코로나 감염? “근거 없는 괴소문”
수술 차질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지만, 정작 인터넷상에서는 헌혈에 대한 괴소문들이 퍼지고 있다. 헌혈 과정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다거나, 혈액관리본부가 백신 접종자 혈액을 별도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그러나 코로나19는 혈액 매개 감염병이 아니므로 헌혈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는다고 볼 수 없으며, 접종자 혈액을 별도 관리한다는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르다. 현재 혈액관리본부는 동일한 절차로 코로나19 백신접종자와 미접종자의 혈액을 관리하고 있다.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혈액재고량이 위기 수준까지 감소할 수 있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괴담으로 인해 헌혈 참여가 줄어들까 우려된다”며 “이로 인해 수혈이 필요한 환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확진자도 완치 4주 뒤부터 헌혈 가능
현재 전국 헌혈의집은 정상 운영되고 있다. 백신 접종자의 경우 백신 종류에 관계없이 접종일로부터 7일이 지나면 누구나 헌혈이 가능하다. 확진자 역시 완치 4주 후부터 헌혈할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행지역에 다녀온 사람은 해외 입국자 규정에 따라 한 달 간 헌혈의집 출입이 제한되며,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을 경우 헌혈할 수 없다.
헌혈 뒤 확진 판정을 받게 됐다면 즉시 대한적십자사 CRM 센터나 방문한 헌혈의 집, 혈액원 등에 연락해 확진 사실을 알려야 한다. 확진자의 헌혈 혈액은 폐기되며, 자가격리자나 확진자가 헌혈한 혈액은 격리 해제 전까지 수혈할 수 없다. 이미 확진자의 혈액을 수혈했다면 혈액원이 질병관리본부에 보고한 뒤, 호흡기매개 감염병 처리 절차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