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일반
"심근경색, 노인 사망 원인 2위… '골든타임 90분' 사수해야 생존"
오상훈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03/02 09:21
[헬스 톡톡] 천민구 양산부산대병원 교수
Q. 심근경색은 모두 급성으로 찾아오나?
90%는 급성이지만 아닌 경우도 있다. 심근경색은 심장혈관(관상동맥)이 막혀서 심장 근육의 조직 및 세포가 괴사하는 질환이다. 원인은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 등 노폐물이 쌓이는 죽상동맥경화증과 혈관의 파열로 형성된 혈전(피떡)이다. 심근이 괴사하면 효소가 배출되기 때문에 심근경색 환자는 심근 효소수치가 높다. 드물지만, 효소수치는 정상인데 CT, MRI 상에서는 심근 및 혈관의 변성이 관찰되는 환자들도 있다. 이런 경우엔 이미 오래전에 심근경색을 앓았다고 판단한다. 전체 환자 수의 2~3%밖에 안 된다.
Q. 일상에서 심근경색을 인지할 방법도 있을까?
알 수 있다면 많은 사람이 돌연사하지 않았을 것이다. 혈관이 완전히 막히거나 파열될 시점은 알 길이 없다. 다만 전조 증상은 있다. 흉통이다. 특히 운동, 등산 등 움직임이 많을 때 가슴이 조이는 듯한 통증이 심해진다면 심근경색을 의심해볼 수 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랑 똑같다. 활동량이 증가하면 기관마다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기 위해 더 많은 혈액을 요구한다. 심장 역시 마찬가지다. 혈관이 막혀 혈액 공급량이 수요량에 미치지 못하면 통증이 발생한다.
Q. 심근경색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게 되면 어떤 검사를 하나?
제일 먼저 심전도 검사다. ST분절(QRS파의 끝나는 점과 T파의 시작점 사이의 간격) 상승 여부를 확인해 심근경색을 진단한다. 또 혈액 검사로 효소 수치 변화를 관찰하고, 엑스레이로는 폐에 물이 고였는지 확인한다. 이 밖에도 환자 상태에 따라 심장 초음파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검사는 신속한 치료를 위해 한 번에 이뤄진다.
심근경색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골든타임이다. 급성 심근경색은 60~90분 사이에 재관류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예후가 좋지 않아 살아남더라도 환자 삶의 질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
Q. 심근경색 치료법은?
우리나라에서는 혈관의 재관류 치료가 표준치료다. 쉽게 말해 혈관을 뚫는 것이다. 재관류 치료에는 관상동맥중재술과 관상동맥우회술이 있다. 관상동맥중재술은 심장혈관을 벌릴 수 있는 금속 재질의 스텐트를 다리, 팔 등의 혈관으로 삽입하는 시술이고 관상동맥우회술은 심장혈관을 비교적 덜 중요한 다른 혈관과 연결하는 수술이다. 심근경색은 빠른 치료가 관건이기 때문에 최근엔 관상동맥중재술이 15대1 정도로 주를 이루고 있다.
Q. 스텐트 삽입이 어려운 환자도 있나?
스텐트에는 혈전 방지 물질을 부착하기 위해 폴리머가 사용된다. 그러나 폴리머가 역설적으로 혈전을 형성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관상동맥중재술을 받은 환자는 6개월~1년 정도 이중항혈소판요법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출혈 고위험군은 이중항혈소판요법을 지속하기 어렵다. 고령이거나 6개월 이내 위장관에 심한 출혈이 있었던 환자, 암 등 중증질환 수술을 앞둔 환자가 포함된다.
이를 고려해 최근엔 폴리머가 없거나 녹는 다양한 스텐트가 개발됐다. 다만 폴리머의 유무와 항혈소판제제의 상관관계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국내 가이드라인은 이중항혈소판요법을 6개월~1년 적용하라고 권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되고 있는 연구들은 출혈 고위험군 환자도 3개월까지는 받을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스텐트의 발전 덕분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2.5세대, 3세대 스텐트는 금속의 굵기가 얇아지거나 구조적으로 혈관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됐다. 폴리머에 의한 혈전증 발생 위험 역시 낮아졌다. 앞으로 스텐트의 발전을 토대로 한 심근경색 치료 연구 결과들이 쌓이면 출혈 고위험군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구축될 수 있을 것이다.
Q. 심근경색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심근경색은 생각보다 더 무서운 병이다. 한 번 앓고 나면 죽을 뻔했다는 생각에 우울증을 앓기도 한다. 발병을 예측하기란 어렵지만 예방은 할 수 있다. 생활습관 개선, 그중에서도 금연 및 절주가 필수다. 담배와 술의 유해물질이 혈관 내막으로 파고들어 죽상동맥경화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지방 섭취 시 증가하는 콜레스테롤 수치 관리도 중요하다.
심근경색은 재발 시 생존 확률이 점점 낮아진다. 그러므로 치료 후에도 재발 방지를 위해 환자 스스로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골든타임 안에 병원에서 치료가 이뤄진 뒤에 의료진이 가지고 있던 바톤은 환자에게 넘어간다. 그리고 건강한 생활 습관이라는 것은 신경 쓰는 만큼 돌아오는 법이다. 전문 의료진들이 제안하는 생활 가이드라인에 맞춰 치료 후에도 삶의 여정을 잘 이끌어 가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