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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나혼산’ 직장인의 코로나 일주일 격리기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확진 문자 후 아무 연락도 못 받아
인터넷 후기 보고 약 처방·배달
쌓여가는 쓰레기… 홈트로 건강 챙겨
다 나은 뒤 받은 ‘재택치료 안내문’

“나 ‘두 줄’ 떴어.” 지난 일요일(13일) 밤, A씨는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월요일 오전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받은 PCR 검사 결과 역시 양성. 서울에서 13년째 홀로 살고 있는 A씨는 흔히 말하는 1인 가구 ‘자취남’이다. 특별한 기저질환이 없기 때문에 정부 지침 상 ‘일반관리군’에 속한다. 이 말인즉슨 일주일 동안 자취방에서 혼자 격리하며 ‘셀프 재택치료’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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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양성 반응/A씨 제공
◇확진 3일 전 몸살·인후통… 자가진단 ‘음성’, 다음날은 ‘양성’
첫 증상 발현일은 확진일(15일)로부터 3일 전이다. 저녁부터 약간의 몸살과 오한, 기침 등의 증상을 보인 A씨는 자가진단키트를 사기 위해 약국으로 향했다. 당시만 해도 품귀 현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가진단키트를 구하기 어려웠고, 그 역시 동네 약국 3곳을 방문한 끝에 자가진단키트를 구매할 수 있었다. 검사 결과는 ‘음성’. 주말 이틀 동안(12~13일) 감기약을 먹고 쉬었으나 증상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일요일(13일) 밤 다니고 있는 헬스장으로부터 ‘최근 시설 내 확진자 급증으로 인한 휴관 및 검사 권고’ 안내 문자를 받게 됐다. 여분으로 구매해둔 자가진단키트를 꺼냈고, 다시 검사한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왔다. 두 번 했으나 두 번 모두 ‘양성’이었다. 기자와 연락이 닿은 것도 이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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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소 안내문과 검사 결과 안내 문자. 실제 최근 코로나19 검사량 폭증으로 대부분 검사 다음날 결과를 알 수 있다./A씨 제공

◇격리 1~2일차-PCR검사 후 ‘확진’ 문자, 그리고 ‘아무 연락도 없었다’
A씨는 아침(14일) 일찍 ‘두 줄(양성)’이 찍힌 자가진단키트를 들고 PCR검사를 받기 위해 선별진료소를 방문했다. 역시나 줄이 길게 늘어섰으나, 자가진단키트를 지참한 그는 빠르게 옆줄로 이동해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확진될 경우 다시 못 나올 수 있다는 생각에 몇 가지 생필품과 종합감기약을 사서 귀가했고, 다음날(15일) A씨의 예상은 현실이 됐다. 관할 보건소로부터 전일 실시한 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왔다는 연락을 받게 된 것이다. 현행 지침 상 코로나19 확진자 격리기간은 PCR검사일로부터 7일(밤 24:00까지)이다. A씨의 격리 기간은 14일부터 20일이었다.

문제는 증상이었다. 인후통과 감기몸살 증상이 계속됐다. 약국에서 사온 종합감기약을 먹어봤으나 큰 차도가 없었다. 다행히 미각이나 후각은 유지됐다. A씨는 당시 상황을 “본격적인 문제는 이때부터였다”고 떠올리기도 했다. 증상이 계속되는데 집에 있는 약은 효과가 없고, 마땅한 대책조차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A씨는 확진 당일 검사 결과와 자택 대기를 안내받은 뒤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 관할 보건소나 구청에 직접 연락을 취하기도 했으나 대부분 연결이 되지 않았으며, 어렵게 연락이 닿은 담당자로부터 듣게 된 말 역시 ‘대기자가 많아 안내가 지연된다’는 설명뿐이었다. ‘셀프 치료’하는 일반관리군을 위해 전화 상담·처방이 가능한 의료기관을 안내한다는 정부 지침이 있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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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들의 격리 후기를 보면, 격리 기간 중 쓰레기 처리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기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A씨 제공

◇격리 3~4일차-처방 약 먹고 대부분 증상 사라져… ‘홈트’와 요리 시작
결국 그를 도운 것은 ‘검색’이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비대면 진료 플랫폼 사용 후기와 관련 기사를 접할 수 있었고, 실제 해당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의사 상담과 약 처방·배달을 받았다. 전날 처방받은 약 때문인지 시간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격리 3일차(16일) 오전부터는 확실히 증상이 나아졌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관할 보건소로부터 추가 연락이 온 것도 이날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재택치료가 아닌 자가설문조사(자기기입식 역학조사) 안내였다.

A씨에 따르면 4일차(17일)에는 대부분 증상이 사라졌다. 피로·무기력과 함께 여전히 기침, 가래 증상이 있었으나, 진료가 필요할 정도는 아니었다. 몸 상태가 나아진 후에는 남은 격리기간을 보내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며칠 동안 나가지 못하고 배달 음식만 먹다보니, 살만 불어나고 속도 안 좋아졌기 때문이다. 원룸 한 쪽에 자리 잡은 배달용기들, 냉동실에 쌓여가는 음식물쓰레기 봉투들은 덤이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집에 있는 매트를 편 뒤 유튜브를 보며 운동을 시작했다. 식사는 가급적 직접 집에 있는 재료나 온라인으로 주문한 재료들로 요리해 먹었고, 점심을 넉넉히 먹는 대신 저녁은 최대한 가볍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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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택치료 안내 문자/A씨 제공

◇격리 5~7일차-다 나았는데 이제야 온 ‘재택치료 안내문’
격리 5일차(18일) 오후, A씨는 관할 보건소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확진 첫 날부터 기다려온 ‘재택치료 안내문’이었다. 문자에는 격리통지서와 함께 ▲재택치료 방법 ▲격리 기간 ▲주변 의료기관 ▲전화 상담이 가능한 의료기관 연락처 ▲동거인 검사·생활 지침 등이 적혀있었다. 그러나 정작 안내를 받은 A씨는 이미 대부분 증상이 회복된 상태였다. 바꿔 말하면 재감염이 되지 않는 이상 안내받은 모든 것들이 A씨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내용들이었다. 그는 “(확진자가 폭증하는)상황은 이해한다”면서도 “확진 후 아프지 않으려면 이런 내용들을 평소 숙지해두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A씨는 6일차 이후 자신의 몸 상태를 ‘95%’라고 표현했다. 기침·가래를 제외한 모든 증상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오히려 격리가 해제되는 월요일(21일)만을 기다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운동도 하고 요리도 해보고 나름대로 ‘슬기로운 격리생활’을 해보려 노력했지만 ‘격리는 격리일 뿐’이라는 것이 A씨의 ‘격리 후기’다. 20일까지 7일 간 격리를 마친 A씨는 25일 현재 일상으로 돌아온 상태다. 직접 만나본 그는 모든 증상에서 회복됐지만 약간의 기침, 가래 증상이 남아있어 보였다.

국내 코로나19 재택 치료 환자 수는 24일 기준 58만명에 달한다. A씨처럼 일반관리군에 해당되는 누군가는 홀로 ‘셀프 재택치료’를 해야 한다. 그는 부스터샷 접종을 마친 접종 완료자며, 앞서 말했듯 서울서 홀로 살고 있는 평범한 30대 직장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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