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I 30 이상, 동반질환 인한 실질적 코로나 중증화 위험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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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BMI 30 이상 고도비만은 코로나19 중증화 위험이 높다. /게티이미지뱅크
며칠째 코로나19 일일 신규확진자가 9만명을 돌파하자 정부는 21일 먹는 코로나 치료제 '팍스로비드'의 투여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보다 많은 환자가 팍스로비드를 복용할 수 있도록 처방기준을 완화하겠다고 했으나 막상 변경된 기저질환 처방기준은 BMI 25 이상에서 30 이상으로 강화됐다. 오히려 강화된 팍스로비드 BMI 처방기준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약 수급·고위험군 우선순위 따진 정부

정부는 팍스로비드 처방 대상을 40대 기저질환자까지 처방연령범위를 확대하면서도, 기저질환자의 범위를 체질량지수(BMI) '25 이상'에서 '30 이상'으로 조정했다.기저질환의 범위를 좁혀, 사실상 처방대상 확대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조정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이 같은 조정 이유에 대해 정부는 약 수급문제와 공급 우선순위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팍스로비드의 수급상황을 일차적으로 고려하고, 처방 기관의 확대, 처방률, 투약률 등을 고려해 투약범위를 고위험군 위주로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회마다 기준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보통 BMI 25 이상을 과체중, BMI 30 이상은 상당히 비만한 상태로 보고, BMI 30을 기준으로 투여대상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정 청장은 "단, 발열·숨참 증상이 있는 경우 또는 예방접종을 완료하지 않은 60세 이상의 환자에게는 먹는 치료제 투약을 우선 고려할 것이다"고 말했다.

◇BMI 30 이상 '진짜' 고위험군… 동반질환이 문제

대한비만학회의 비만 진료지침대로라면, BMI 처방기준 상향은 잘못됐다. 학회는 BMI 25~29.9 kg/m2를 1단계 비만, BMI 30~34.9 kg/m2를 2단계 비만으로 구분한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 등은 BMI 30 이상을 고도비만으로 분류한다. 즉, 코로나 중증화를 예방하는 목적으로 비만환자에게 팍스로비드를 처방하겠다면, 처방기준은 'BMI 25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처방기준을 BMI 30이상의 고도비만으로 상향조정한 정부의 방침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코로나에 감염됐을 때 실제 중증화 가능성이 큰 집단은 BMI 25 이상인 집단이 아니라, BMI 30인 집단이기 때문이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조정진 교수는 "BMI 25 이상인 집단은 코로나 악화를 걱정할 수준의 체중이 아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을 적용할 때 과체중에 속하는 집단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기존 연구를 보면, 저체중보다는 적정 체중에서 과체중 정도인 집단이 저체중 집단보다 질병을 이겨낼 수 있는 건강상태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비만 자체는 코로나 중증화의 주요 요인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한양대병원 가정의학과 박훈기 교수는 "연구가 더 진행되어봐야 알겠으나 임상현장에서 보자면, 비만 자체가 코로나 중증화의 큰 위험요소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비만은 고혈압, 당뇨 등 다른 기저질환에 비해 중증화 위험도가 낮은 편에 속한다"고 말했다.

그는 "BMI 30 이상이면 비만인 게 문제가 아니라 그 외 동반질환이 있을 가능성이 커 중증화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즉, 중등도 이상의 비만일 때 코로나로 인한 중증화 위험이 커지기에 팍스로비드 처방기준을 BMI 30 이상으로 설정하는 게 수급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합리적이다"고 밝혔다.

조정진 교수도 "코로나 중증화의 실질적인 요인은 비만 자체라기보단 동반된 당뇨,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이기에 팍스로비드 처방 기준을 BMI 30 이상으로 조정해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팍스로비드는 국내 투약환자에서 효과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21일 공개한 팍스로비드 투여자 364명의 치료 경과를 추가 분석한 결과를 보면, 5일간의 약 복용을 완료한 96.7%(352명) 중 위중증 또는 사망으로 진행된 사례는 없었다.

복용 완료자 301명 중 81.1%는 호흡기·인후통 등 코로나19 증상이 호전됐다고 밝혔다. 약 복용을 시작한 지 3일 이내에 81.5%의 환자가 증상이 호전됐다. 복용완료자의 73.8%가 미각변화(쓴맛) 증상을 경험했으나, 이들 중 75.6%는 복용완료 후 3일 이내 불편증상이 소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