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탄수화물 미워도… 하루 '햇반'만큼은 먹어야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02/18 07:15
[달라진 한국인 영양]
[한국영양학회-헬스조선 공동기획]② 탄수화물 실전편
최소 섭취량 100g 충족하려면 흰밥 300g 섭취해야
탄수화물은 신체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쓰이며, 1g 당 4kcal의 에너지를 제공한다. 탄수화물은 무엇보다 두뇌 에너지원으로 쓰여 두뇌 활동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탄수화물이 비만의 원인으로 인식되면서 탄수화물 섭취를 극도로 줄이는 저탄고지 식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세태를 반영해 지난해 나온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서는 처음으로 탄수화물의 평균필요량 100g을 설정했다. 평균필요량은 인체가 꼭 필요한 ‘최소한의 섭취량’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그렇다면 탄수화물 100g은 어느 정도의 양일까?
◇하루 최소 ‘햇반 큰 공기’는 먹어야
대한영양사협회 임정현 부회장(서울대병원 영양과장)은 “알기 쉽게 햇반 큰 공기 300g짜리가 탄수화물 100g에 해당한다”며 “일반적인 밥 공기로 따지면 1공기하고도 3분의 1공기를 더 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식빵으로 따지면 하루에 4장은 먹어야 하는 양이다. 물론 탄수화물이 밥, 빵에만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과일이나 일부 채소에도 들어있으므로 탄수화물 제한 다이어트를 하더라도 뇌 활동 등을 생각한다면 한끼에 밥 3분의 1공기 혹은 식빵 한 장은 먹어야 한다. 이 정도도 안먹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뇌는 탄수화물을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데, 공복이나 단식 등 탄수화물(포도당)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 지방산을 연료로 사용한다. 지방산은 완전하게 산화되지 못하고 케톤체를 만들게 된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 케톤체가 체내 축적되면 체액이 산성화 되고, 심하면 혼수 상태까지 일으킬 수 있다. 기억해야할 것은 하루 100g의 탄수화물은 꼭 필요한 양이지 ‘권장섭취량’은 아니라는 점. 한국영양학회는 탄수화물 권장섭취량을 1일 130g으로 설정했다.
◇탄수화물 적게 먹으면 지방 과량 섭취할 수도
탄수화물을 적게 먹으면 특히 지방을 과량 섭취할 수 있다. 임정현 부회장은 “탄수화물·지방·단백질은 시소처럼 움직이는 한 세트”라며 “그래서 영양소 비율이 중요한데, 탄수화물은 55~65%, 단백질 15~20%, 지방 30% 정도 먹으면 된다”고 말했다.
영양의 핵심은 ‘균형’이기 때문에 탄수화물·지방·단백질 섭취는 ‘비율’로 접근하는 것이 적합하다. 여기에 필수 영양소인 비타민·미네랄 같은 미량 영양소를 채소를 통해 섭취하면 된다.
앞서 얘기했듯이 탄수화물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는 경우도 문제지만, 정반대로 탄수화물 과량 섭취도 문제다. 한국인 식단은 서양 식단에 비해 탄수화물 섭취 비율이 높은 편이다. 과거 탄수화물 비율을 70%까지 정하기도 했는데, 탄수화물을 과하게 먹으면 중성지방이 증가하고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들이 나와 섭취 비율을 65%가 넘지 않도록 기준을 바꿨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50세 이상부터 탄수화물 섭취가 급격히 증가하는 경향이 보이며 특히 여성에서 두드러진다. 중장년층은 탄수화물 과량 섭취를 주의해야 한다.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김양하 교수는 “중장년층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생각에 아직도 고기를 안먹으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며 “고기를 안먹으면 자연스레 탄수화물 섭취가 증가하므로, 특히 탄수화물 섭취가 늘어나는 50세 이상 여성은 밥을 줄이고 고기·생선·두부·계란 같은 단백질 반찬을 늘리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수화물, 총 에너지의 55~65% 섭취해야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 따르면 탄수화물은 총 에너지의 55~65%를 섭취해야 한다. 탄수화물의 대표 급원식품인 곡류의 경우 한끼에 적정 분량은 위의 표와 같다. 쌀밥 한 공기(210g), 국수는 냉면기가 아닌 국그릇에 담길 정도인 90g이 적정 한끼 분량이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잘 와닿지 않는다. 임정현 부회장은 “특별할 것 없이 흔히 구내 식당 메뉴와 같이 ‘다양’하고 ‘적절히’ 섭취하면 된다”며 “한 끼에 남자는 밥 한공기, 여자는 3분의2 공기를 섭취하고, 고기 60~80g 혹은 생선 한 토막 같은 단백질 반찬, 나물 반찬 2가지 정도 챙기면 된다”고 말했다. 기억해야 할 것은 국과 김치는 ‘옵션’이라는 점이다. 임정현 부회장은 “국과 김치는 영양 균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다 나트륨 섭취가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 김치는 기호에 따라 첨가하면 된다. 다만 국을 먹을 때는 밥을 말아 먹으면 빨리 먹게 되고 국물을 통한 나트륨 섭취도 증가하게 된다. 건더기 위주로 국물은 한두 스푼 떠 먹으면 된다. 한식 백반으로 먹지 못한다면 전체 열량을 기준 삼아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적절히 분배해서 먹으면 된다. 여기에 채소도 추가로 섭취해야 한다. 예를 들어 파스타를 먹는다면 탄수화물이 많은 파스타면과 함께 고기·생선·해산물 같은 단백질 식품을 추가 토핑해서 먹고, 샐러드도 같이 먹어야 한다. 큰 대접에 산더미처럼 담긴 국수를 김치하고 먹는다면 밥 두 공기를 김치하고만 먹는 것과 같다. 이때는 국수 양은 국그릇 정도에 담길 정도로 줄이고 두부, 계란, 나물 반찬을 같이 먹는 것이 좋다.
한 끼를 치킨으로 대신한다면 어떨까? 치킨은 지방, 단백질을 과다하게 섭취하게 되고 열량이 높으므로, 그 날 아침·점심은 가볍게 채소를 많이 먹는 식단이 좋다. 채소하면, 샐러드 같은 생채소만 생각을 하는데, 익혀 먹으면 더 많은 양을 먹고 소화도 잘 된다. 임정현 부회장은 “채소 반찬은 숙채 하나 생채 하나를 먹는 것이 좋다”며 “평소 소화가 잘 안되는 사람은 생채 보다는 숙채를 권한다”고 말했다.
탄수화물을 고를 때는 ‘질’을 따져야 한다. 씹는 기능과 소화·흡수 기능에 문제가 없다면 단순탄수화물 보다는 복합탄수화물이 낫다. 복합탄수화물은 탄수화물에 식이섬유가 같이 있는 것으로 소화·흡수가 빠르게 안 되고 혈당을 천천히 올린다. 현미 등 통곡물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