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다양한 항암제 조합… 암세포 사멸 효과 높여"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02/14 07:30
'헬스조선 명의 톡톡' 명의 인터뷰
'항암치료 명의' 가천대 길병원 종양내과 심선진 교수
의학기술이 발전한 현대에도 암은 무서운 병이다. 암 환자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기대수명까지 산다면 남성(80세)은 다섯 명 중 두 명이, 여성(87세)은 세 명 중 한 명이 암에 걸릴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히 생존율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치료 방법이 빠르게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다양한 항암 신약이 개발되면서, 항암치료가 진화하고 있다. 걸려도 나을 수 있다면, 암이 덜 무섭지 않을까? 항암치료 명의 가천대 길병원 종양내과 심선진 교수를 만났다.
-항암치료는 무엇인가, 수술·방사선 치료와 어떻게 다른가?
항암치료는 다른 말로 항암화학요법이라고 한다. 암세포를 죽인다고 알려진 약물을 투여하면 약물이 혈관을 타고 전신을 돌면서 눈에 보이는 암 덩어리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미세 전이암세포를 파괴한다. 이 외에도 암 치료 방법으로 수술과 방사선 치료가 있는데, 이 두 치료는 너무 퍼지지 않은 국소 진행암을 제거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암이 너무 이곳저곳 전이됐거나 ▲암 덩어리가 너무 크거나 ▲반대로 암 덩어리가 너무 작아서 눈으로 도저히 확인이 불가능한 미세 전이암이 있는 경우에는 항암치료가 효과적이다.
-진단 시기별로 어떤 항암치료를 하는가?
최근 암 치료 방법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암에서 가장 효과적인 완치 방법은 조기에 암을 발견해서 수술로 모두 제거하는 것이다. 그러나 간혹 완벽한 수술로 암 덩어리를 모두 제거해도, 암이 재발하거나 전이가 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눈으로 구별할 수 없는 미세한 암세포가 이미 몸속에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암세포는 10억 개 이상 모여 있어야 우리가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수술 후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는 미세전이암세포를 죽이고자 항암치료를 하게 된다. 이를 보조항암화학요법 이라고 부른다. 보조항암화학요법은 수술 후 모두에게 시행하는 건 아니다. 수술 후 제거된 암 덩어리와 CT 등 검사 소견을 종합해서 암 병기를 설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조항암치료가 도움이 될 환자를 구별해서 시행한다. 암 크기가 너무 커서 수술을 시행할 수 없을 때도 항암치료를 한다. 이를 선행항암화학요법이라고 부른다. 항암치료를 통해서 암 덩어리를 확 줄인 다음에 완치 목적의 수술을 시행하는 것이다. 수술 범위가 줄어들어 암 수술을 때문에 잘려 나갈 수 있는 정상 장기를 보전을 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암 덩어리가 이미 이곳저곳 전이되어, 수술이나 방사선으로는 손 쓸 수 없고, 암 때문에 통증이 심하거나, 정상 신체 기능이 떨어진 때에는 구제적항암요법을 시행한다. 항암치료로 전신에 퍼진 암세포를 줄여서 암 때문에 생긴 증상들을 완화하거나, 생존율을 높인다. 최근 약물의 발전으로, 전신에 암세포가 퍼져도 완치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항암제 종류는 어떤 것이 있는가?
항암제의 종류가 명확하게 구분되지는 않으나, 일반적으로 1세대 세포독성 항암제, 2세대 표적치료제, 그리고 3세대 면역항암제로 구분한다. 1세대 세포독성 항암제는 사람들이 항암제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구토, 탈모, 설사, 구내염 등을 유발할 수 있는 항암제다. 투여하는 약물이 암세포를 더 선택적으로 파괴하긴 하지만, 우리 몸에서 빠르게 자라는 정상세포를 일부 손상할 수 있다. 1세대 항암제는 항암제를 독하게 쓸수록 효과적이지만, 어느 정도 용량이 높아지면 효과도 떨어지고 부작용도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 이땐 주치의와 상의해서 꼭 약물 조절을 해야 한다.
2세대 항암제는 암세포만 표적으로 공격하는 표적치료제다. 1세대 항암제와 비교했을 때 부작용이 매우 적다. 암은 유전자 변이가 발생해 생기는 병인데, 이 약물은 변이된 부분만 공격한다. 다만, 유전자 변이는 같은 암종이라도 사람마다 다르다. 모두 똑같은 약물을 쓰던 1세대 항암제와 달리 2세대 항암제는 유전자 변이에 따라 다른 약을 쓴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변이로 암이 생긴 것이라면 2세대 항암제를 쓸 수 없다. 대신 유전자 변이가 같다면, 다른 암이어도 같은 약을 쓰기도 한다. 유발률이 높은 암은 보험 적용받아 차세대유전자분석검사를 할 수 있으므로, 암 치료 시작 전에 먼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암 유전자 변이가 뭔지 충분히 검사해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3세대 면역항암제다. 유전자 변이가 발생해 정상 세포가 기능하지 못하면 대부분 암세포로 진행되기 전에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통해 파괴된다. 그런데 일부 암세포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튼튼해도 암세포로 자란다. 암세포가 특정 물질을 분비해서 정상적인 면역세포들이 공격하지 못하게 막기 때문이다. 3세대 면역항암제는 암세포가 자신을 공격하지 말라고 보내는 신호를 차단해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파괴하도록 유도하는 약이다. 면역항암제도 표적치료제처럼 유전자 검사를 통해 효과를 예측할 수 있다.
-유전자 변이는 왜 생기는가?
한 가지 이유로 정의할 수 없다. 암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여러 요소에 노출되다 보면 유전자 변형이 생기고 이게 축적되면 암이 발병한다. 예를 들어 암이 생기려면 유전자 10개가 변형돼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발암물질에 노출되면서 변형이 생기다 조건을 충족하면 암이 생기는 것이다. 일찍 암이 발병하는 사람은 이미 선천적으로 6개 정도 변형된 것이다.
-항암치료만으로 완치(5년 동안 재발이 없는 것)할 수 있기도 한가?
위암, 대장암 등 실제 종양이 단단한 암인 고형암은 선행항암치료로 완치가 힘들다. 혈액암, 복수암 등 액체 암은 선행항암치료로 완치까지 바라볼 수 있다. 두경부암, 항문암 등 특정 암도 방사선 치료와 항암치료만으로 완치될 수 있다. 이 외 고형암은 결국 완치를 위해서는 수술을 해야 한다. 최근에는 항암제가 발전해 일부 환자에서 3세대 항암제를 사용했더니 암세포가 완전히 사멸돼 완치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항암치료를 시작하자고 하면 아주 오랫동안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해 좌절하는 환자가 많다. 보통 얼마나 진행하는가?
항암치료를 시행하는 목적에 따라 기간이 다르게 설정된다. 보조항암화학요법의 경우는 수술 후 특정 정해진 기간만 시행한다. 암마다 차이가 있으나 보통 3개월에서 1년 이내로 기간을 정해 시행한다.
구제적요법의 항암화학요법은 치료 기간을 정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암이 완전히 완치될 것을 목표로 시행하기는 하지만 전이된 경우 완치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일부 환자는 항암치료 중 내성이 생겨 새로운 약제로 변경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기도 한다. 구제적요법의 항암화학요법을 받는다면 삶과 치료의 균형을 담당 주치의와 자주 상의해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간혹 치료를 안 받고 자연에서 편안하게 사는 게 낫지 않을까요라고 물어보는 환자가 있다. 최근 임상 결과 위암에서 전이됐다면 항암치료를 받는 것이 예후가 좋은 것으로 나왔다. 1차 치료를 받았는데 내성이 생기거나, 재발했다면 다시 다른 항암제로 2차 항암치료를 받는 것이 또 예후가 더 좋다. 3차부터는 더 낫다는 근거가 없다. 건강 상태가 괜찮다면 항암치료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항암치료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가?
최근에는 면역항암제가 잘 안 듣는 세포를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나온 여러 항암 치료 방법을 복합적으로 사용했을 때 효과가 높아지는지를 알아보고 있다. 예를 들어 방사선 치료와 면역 항암제를 조합해보거나, 세포독성 항암제와 면역항암제를 조합해보거나,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를 조합해보거나, 전부 다 조합해 보는 식이다. 무엇보다 확실한 것은 앞으로 더더욱 개개인 맞춤형 치료법이 발전할 것이다.
-항암 치료 결과를 높이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지켜야 하는 것이 있다면?
항암치료가 발전하고, 부작용이 덜해지기는 했으나 부작용이 전혀 없는 약은 이 세상에 없다. 치료받는 환자에게서 식이에 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 기본적으로 항암화학치료 중에 금기시되는 음식은 없다. 도움이 되는 특정 음식도 없다. 골고루 잘 먹는 게 가장 좋다. 면역 기능이 떨어져서 항암치료 중 피해야 하는 음식은 많다고 교육받는데, 강력한 근거가 부족하다. 연구로 증명된 내용으로는 대장암 수술 후 견과류를 많이 먹는 게 좋은 것과 홍삼을 먹었을 때 피로감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치료 중 운동도 매우 중요하다. 피곤해서 누워있기만 하면 근육 소실이 더 빨리 되고, 더 몸을 움직이기가 싫어진다. 규칙적인 운동 습관을 길러야 한다. 최고의 운동으로 걷기가 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가족 간의 관심이다.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이겨낼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바로 가족들의 관심과 사랑이다.
-항암 치료를 받으시는 환자에게 마지막 한마디 한다면?
최근 암 치료는 과거와 비교해서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최신 치료에 대한 임상 연구도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나쁜 옷차림은 있어도 나쁜 날씨는 없다는 말이 있다. 내가 의지를 갖고 준비하고 싸우면, 완치라는 말이 불가능한 말은 아니다. 치료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또 무엇보다 자기가 앓고 있는 병에 관해 공부하고 잘 아는 것도 중요하다.
심선진 교수는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의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서울아산병원에서 전공의와 전임의로 환자를 만났다. 현재는 가천대 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로 교육, 연구 그리고 진료에 매진하고 있다. 연구에 대한 열정을 인정받아 대한 혈액학회 우수 구연상, 국제위암학회 우수 연구상, 가천의대 우수연구자상, 한국암학술재단 암전문가 교육사업 상, 대한 암학회 APCC travel award, 아시아 임상종양학회 Kobayashi Foundation Award, 한국임상암학회 우수 포스터 상 등 다양한 상을 수상해왔다. 현재 대한내과학회, 대한암학회, 한국임상암학회, 대한항암요법연구회, 대한위암학회, 대한위장관기질종양연구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심 교수는 개개인 환자에 맞춰 최선의 항암 치료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는 명의다. 끝까지 환자를 포기하지 않고 함께 노력해 많은 환자와 가족에게 용기를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