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용 치료제·비대면 진료, 재택 관리 공백 메워야

재택치료 종료 후 사망한 사례, 확진 이후 아무런 조치를 받지 못한 채 격리 기간이 종료된 사례 등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그 가운데 정부가 재택치료도 고위험군 위주로 진행하는 '오미크론 유행 대응 방역·의료체계 대응방안'을 공개했다. 정부의 달라진 오미크론 대응 계획을 보면, 무증상·경증 확진자는 사실상 '셀프 치료'를 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오미크론 대응 전략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재택관리 시스템이 미흡함에 우려를 제기한다.
◇재택치료 키트조차 없는 재택치료 일반군
7일 정부가 발표한 오미크론 대응방안의 가장 큰 특징은 재택치료자 관리방식이다. 방역 당국은 재택치료자도 고위험군인 '집중관리군'과 '일반관리군'으로 분류해 고위험군인 집중관리군에게만 해열제, 산소포화도 측정기 등이 포함된 재택치료 키트를 제공하고, 모니터링을 실시하기로 했다. 집중관리군은 지금과 비슷한 방식으로 관리를 받는다.
반면, 일반관리군은 스스로 증상을 관리하고 치료해야 한다. 재택치료 키트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체온 측정, 호흡기 상태 등을 스스로 기록하며 상태를 살펴야 한다. 증상악화를 느끼면 직접 호흡기 진료지정의료기관이나 근처 병의원 등의 비대면 진료를 요청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이때 집중관리군은 60세 이상과 50세 이상 고위험·기저질환자 등이고, 일반관리군은 무증상·경증자이다. 즉, 암 환자 등 면역질환자라도 50세 미만이면 일반관리군으로 분류, 스스로 오미크론을 이겨내야 한다는 얘기이다.
정부는 일반관리군이라도 언제든 증상이 악화하면 비대면 진료나 외래진료센터를 이용할 수 있기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이기일 제1통제관은 "오미크론은 무증상·경증인 경우가 많아 일반관리군에 속한다면 스스로 관리가 가능할 것이고, 이상을 느끼면 언제든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기일 통제관은 "동네 병의원, 호흡기 전담센터, 재택치료 상담센터 등 다양한 형태의 상담센터 2300여개의 운영이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먹는 코로나 치료제 처방·비대면 진료 확대할 때
전문가들은 정부의 변경된 정책이 오미크론 대유행 상황에서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단, 먹는 코로나 치료제 처방 확대, 비대면 진료 활성화 등 구체적인 추가 대책이 있어야만 이 체계가 성공할 수 있다고 봤다.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전문위원회 염호기 위원장(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우한주나 델타와 달리 오미크론은 중증도가 낮고 감염력은 매우 높아 재택치료 중심의 관리 체계 재정립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염 위원장은 "오히려 재택 치료방침의 전환이 늦은 감이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그는 재택치료 환자가 갑자기 중증화 상태가 되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초기 환자의 중증화 예방 효과가 높다고 알려진 먹는 코로나 치료제 활성화 계획이 빠져 있음을 우려했다.
염호기 위원장은 "재택치료자의 실질적 치료는 약물 복용으로 진행되는데, 정작 코로나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팍스로비드와 같은 약은 처방 제한이 많고, 제공한 일반 해열진통제나 종합감기약으로 인한 부작용 사례가 상당히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염 위원장은 "재택치료 키트에 포함된 해열진통제나 종합감기약엔 항히스타민, NSAIDs 등의 성분이 포함된 경우가 많은데 이 성분들은 전립선 비대증 악화, 입 마름, 변비, 어지러움 등 각종 이상반응을 일으켜 특히 노인환자의 상태를 악화하는 경우가 다수 보고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팍스로비드는 1월 14일부터 투약을 시작을 시작했으나 2월 3일까지 총 1275명에게만 사용됐다. 반면, 해열진통제나 종합감기약은 대증치료를 위해 기본 약처럼 사용되고 있다. 변경된 오미크론 대응 체계에서도 집중관리군에게만 팍스로비드를 투약할 수 있다.
염호기 위원장은 "팍스로비드가 병용금기약물이 많은 건 사실이나 몇몇 경우를 제외하면 조절을 통해 투약이 가능하며, '코로나 치료'라는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려면 팍스로비드를 투약하는 게 환자에게 더 낫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의사가 처방해도 보건소에서 약 제공을 꺼릴 정도로 투약이 제한적인데, 코로나의 특성을 생각한다면 팍스로비드를 적절히 처방해야 재택환자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다. 더 적극적인 처방대상 확대를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재택치료 키트조차 받지 못하는 일반관리군을 위해 비대면 진료를 활성화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의원급 의료기관 운영자 의사 B씨는 "일각에서 재택치료자의 비대면 진료가 대면진료 원칙을 무너뜨린다며 비판하지만 현 상황에선 비대면 진료를 확대하는 게 환자 관리 측면에서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미크론 특성상 무증상·경증 일반관리군 환자는 적절한 해열진통제를 복용하며 필요 시 비대면 진료를 받는 정도로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고 파악되나, 재택키트조차 받지 못한 환자는 얼마나 불안하겠는가. 언제든 상태에 따라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시스템을 마련해주는 게 옳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