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씨(57)는 편두통을 30년 간 앓았다. 편두통은 그냥 두통이 아니었다. 엄청난 강도의 통증이 한 달에 두 번씩 4~5일 간 이어졌다. 머리에 대못을 연달아 박아대는 듯한 극심한 통증 때문에 사회생활도, 일상도 마비되고 계속되는 구토로 아무것도 먹지도 못했다. 약도 듣지 않았다.
김씨는 “이 끔찍한 통증을 한 달에 열흘, 1년에 120일, 30년 간 3600일 겪었다”며 “난치성 편두통 때문에 직장생활도 제대로 못했고 딸에게 이 병을 물려주기까지 한 나는 가족들에게 죄인”이라고 했다.
◇일상 불가능한데 치료 어려운 ‘난치성 편두통’
흔히 편두통은 단순히 한쪽 머리가 아픈 증상으로, 참거나 약국에서 약 먹으면 되는 두통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편두통이 심할 때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편두통은 맥박이 느껴지는 것 같은 박동성 두통을 특징으로 하며, 신체 활동을 하면 그 증상이 더 심해진다. 또한 구역, 구토 및 빛이나 소리에 대한 공포증, 피로감, 집중력 저하가 동반된다.
편두통의 고통은 환자의 삶을 파괴하는 수준이다. 통증을 수치화한 연구에 따르면, 출산의 고통은 7점, 편두통 환자가 느끼는 고통 강도는 8.78점으로 나타난 바 있다. 출산보다 더 극심한 고통이 한 달에 수차례 반복되고, 일단 통증이 시작되면 최대 72시간까지 지속된다.
◇난치성 편두통의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대한두통학회 조수진 회장(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신경과)은 “편두통은 통증 강도를 낮추고 지속기간을 줄여주는 등 증상 악화를 예방하는 약물치료가 필요한데, 현행 예방 치료법을 2~3가지 써봐도 소용이 없는 경우를 ‘난치성 편두통’이라 한다”며 “수차례 치료해도 이 엄청난 강도의 통증을 막을 수 없다는 공포와 일상과 삶을 살아갈 수 없다는 절망으로 난치성 편두통 환자들은 극심한 우울감까지 겪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행히 새로운 예방치료제의 등장으로 그동안 치료가 어려웠던 난치성 편두통 환자들이 편두통을 조절하고, 가정과 직장으로 일상생활의 회복을 시도하고 있다. 조수진 교수는 “편두통을 유발하는 삼차신경혈관계 활성화에 관여하는 물질인 CGRP를 억제해 편두통 예방 효과를 높이는 치료제들이 2019년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며 “이에 대한두통학회는 성인 삽화편두통 및 만성편두통 환자에게서 이 CGRP 약물치료를 권고하는 내용으로 작년 12월 국내 진료지침을 전면개정해 발표한 바 있다”고 했다.
문제는 이 편두통 신약들이 식약처 허가만 됐고 3년째 건강보험 급여가 안돼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하거나, 충분한 치료기간을 유지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난치성 편두통 환자들의 호소에 국회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은 지난 8월 ‘난치성 편두통·군발두통 환자 정책 지원 모색 좌담회’를 열고 전문가 의견과 난치성 편두통 환자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은 작년 10월 국정감사 당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난치성 편두통 신약 치료에 대한 신속한 급여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질의를 진행했고, 심평원은 신속하게 급여를 추진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지만, 아직까지 희망적인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난치성 편두통 환자들의 희망
30년 간 난치성 편두통을 앓았던 김씨는 “신약 임상시험에 바로 지원해서 주사를 맞았는데,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정말 두통이 많이 줄어들었다. 대낮에도 언제나 하늘이 깜깜했는데 이 두꺼운 먹구름이 쫙 걷히고 맑은 하늘을 보는, 새로운 세상을 보는 느낌”이라며 “저는 딸아이까지 가족 둘이 투병 중인데 아직 건강보험이 안돼서 부담이 너무 크다”고 호소했다.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또다른 난치성 편두통 환자 임모씨(41)도 “10년 간 계속 치료가 안돼서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임상 때부터 효과가 나타났다. 저는 한 달에 두 번 일주일씩 통증이 지속되는 패턴인데 확연히 통증 강도가 줄었고 하루에 30~40번 하던 구토 증상이 사라졌다”면서 “이 약이 없었으면 직장에 못 다녔을 거고 일상생활도 안됐을 것 같다. 두통이 이렇게 심각한 질환인 지 모르는 분들이 아직 많은데 환자들이 빨리 정확한 진단과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