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칼럼
[김재섭의 헬문현답] '헬창TV'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김재섭 헬스부장관
입력 2022/01/26 09:59
"미대 출신 채널 운영자 션, 몸짱 신드롬 이면의 욕망 탐구"
피트니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잠시 주춤하긴 하지만, 10년 전에 비해 시장규모가 2배나 커졌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뉴미디어의 역할이 컸습니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공기같이 여기는 현대인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온라인 공간에서 몸짱들의 멋진 몸을 자주 보게 됩니다. 운동에 관심이 전혀 없던 사람도, 온라인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의 멋진 몸을 보면 한 번쯤은 운동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면 여기서 유튜브의 역할이 중요해집니다. 과거에는 비싼 돈을 주고 PT를 결제해야 겨우 배울 수 있던 운동 ‘꿀팁’이 유튜브에서는 검색 한 번이면 수두룩하게 등장합니다. 헬스 입문자부터 시합에 나가는 전문 운동인까지 그 대상도 다양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운동 유튜버들이 더 좋은 운동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합니다.
이러한 운동 유튜브 생태계에서도 유독 특이한 ‘운동 유튜버’가 한 명 있는데, 헬창TV(헬스창고TV) 채널을 운영하는 션(본명 안시현)입니다. 헬창TV 채널은 대한민국 대표 운동 유튜브 채널 중 하나로 불리지만 여기에는 운동 방법에 대한 콘텐츠를 도무지 찾기가 어렵습니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유튜브 채널이 맞는지도 헛갈릴 정도입니다.
영상의 제목을 보면 이렇습니다.
‘여자들이 나이를 들면 정말로 남자 몸을 보게 될까?’ ‘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남자의 체지방률은?’ ‘일반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자 운동 패션은?’
운동이랑 상관있다면 상관있는 내용이겠지만, 기존의 운동 유튜버들이 내놓는 콘텐츠와는 확연하게 다릅니다. 클릭을 유발하는(?) ‘자극적’ 내용입니다. 평상시에 정말 궁금하긴 했지만, 어디 물어볼 데는 없는 내용들이라 저도 참지 못하고 모든 영상을 순식간에 봤습니다. 30만이 넘는 구독자와 총 조회수가 1억이 넘는 것을 보면 사람들도 비슷하게 느꼈나봅니다. 그런데 영상을 보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헬창TV는 운동이나 운동인을 비추려고 하지 않고, 운동이나 운동인을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의 ‘시선’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요.
그런데 보통 시선이라고 하면 단순히 ‘눈길이 가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습니다. 대상을 바라보는 눈에 개인의 욕망이나 철학이 담길 때 우리는 그것을 시선이라 말하기 때문입니다. 헬창TV도 인간의 육체를 향한 시선 속에 감춰진 사람들의 욕망을 밖으로 꺼냅니다. 우리가 왜 운동을 해야 하는지, 운동을 하면 무엇이 좋은지를 가장 적나라하고 직관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헬창TV의 션을 만나보니, 그는 사람들의 심리를 읽어내는 것에 관심이 많아보였습니다. 몸짱 신드롬의 깊숙한 곳에 자리한 인간의 본능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션의 말을 빌려보면, 사람이나 나이에 따라 차이가 좀 있지만 결국 멋진 몸을 만드는 것은 ‘이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거침없고 솔직한 대답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인지 션은 사람들은 어떤 몸을 좋아하는지, 몸을 만든다는 것이 정말 이성의 호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가감없이 영상에 담아냅니다.
이러한 션의 탁월한 감각은 그가 가진 독특한 이력에서 비롯됐습니다. 션은 국민대학교에서 공간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즉 미대출신이라는 이야기 입니다.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을 파악해서 그것을 가장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션의 영상 제작방식이, 예술의 탄생 방식과 비슷하다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션은 그가 가장 잘하는 ‘예술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운동철학을 유튜브에 선보이고 있습니다.
션은 헬창TV를 통해 운동 자극 콘텐츠를 만드는 소신도 분명했습니다. 자기가 만든 영상을 보고 운동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그것은 션이 운동을 시작한 이후 인생의 ‘광명’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운동을 시작한 이후로 자존감이 오르면서 하던 일들이 다 잘풀리는 경험을 했다고 합니다. 지금도 승승장구 하고 있고요. 본인이 직접 경험한 긍정적 변화를 다른 사람들도 같이 나누면 좋겠다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션은 이러한 소명을 가지고 운동을 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체력이 국력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헬창TV야 말로 운동 유튜브 채널이기 이전에 사실은 애국 채널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 역시 오늘도 헬창TV 덕분에 스쿼트 무게를 더 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