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평성·기본권·실효성 측면 논란 계속
학원 당분간 밀집도 제한 적용될 듯
학원, 독서실, 스터디카페 등 3종 시설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이 정지됐다. 서울행정법원은 4일 학부모단체연합 등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학원 등과 독서실, 스터디 카페 방역패스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방역패스로 인해 백신 미 접종자의 학원 등 시설 접근·이용 권리가 제한되고 그들의 교육과 직업 선택의 자유 등이 침해된다고 봤다.
하지만 정부는 법원 판결에 항고하고 방역패스 확대는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학원 등 3종 시설의 방역패스가 사실상 무기한 정지된 상황을 전문가들은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방역패스 중단 수용 불가 밝힌 정부
정부는 법원의 판결에 즉시 항고 계획을 밝히고, 방역패스는 계속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특히 방역패스 효력 중지 판단과 관계없이 청소년 백신 접종을 계속 독려하겠다고 전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5일 "청소년 접종은 판결과 관계없이 지금처럼 정보를 제공하고 독려해가겠다"고 말했다. 방역인력, 물품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소아 청소년의 코로나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의료비 지원금액을 성인보다 더 많이 지급하는 등의 방법으로 소아 청소년 코로나 접종을 독려한다는 계획이다.
방역 당국은 방역패스가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이라며, 방역패스 적용 중단이 다른 시설로 확대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정부는 현재의 방역상황을 안정화하고 다시 일상회복의 재개를 위해서는 방역패스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손 반장은 "의료체계를 압박하는 주된 요인은 고령층과 미 접종자의 감염이기 때문에 노인시설의 방역조치를 강화하고, 미 접종자 감염을 차단하는 방역패스 확대가 일차적인 대응전략이 된다. 방역패스 확대와 같은 국소적인 방역조치를 먼저 강화해 위기를 넘기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다"고 설명했다. 실제 유럽, 미국 등 일상회복 과정에서 위기를 맞이한 거의 모든 국가가 일차적인 대응 전략으로 방역패스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이어 손영래 반장은 "이번 판결은 학원, 독서실, 스터디카페의 특수한 환경과 주 이용층이 청소년층이라는 요인이 결합한 문제이기에, 다른 시설들까지 이 논의가 확대될 여지는 없을 것이다"고 밝혔다.
◇전문가도 견해차… 방역패스 불필요 vs 확대해야
정부가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방역패스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학원 등 소아 청소년 주 이용시설의 방역패스 적용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청소년 주 이용 시설에 청소년 방역패스를 적용한 것은 잘못된 판단이기에 법원의 판단을 기반으로 한 방역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동시에 법원의 판단은 의학적·과학적 측면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기에 법원 판단과 별개로 방역패스를 확대하는 게 옳다는 의견도 등장해 충돌하고 있다.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 내과 정기석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기본권의 측면에서 법원의 판단은 옳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학원이나 독서실 등이 학교와 마찬가지로 필수시설에 가까워진 현실을 정부가 무시하고, 학교는 되고 학원은 되는 등 형평성에 맞지 않는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가 지금 문제가 더 커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필수시설이 아닌 시설에는 청소년에게도 방역패스를 확대, 적용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하지만 필수시설까지 청소년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한 판단이었다"고 밝혔다.
정기석 교수는 "물론 일부 시설에서 방역패스가 해제되면 감염자가 늘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그러나 그간 축적한 데이터를 통해 시설별 감염 위험이 커지는 순간 등을 알고 있기에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는 방법도 찾을 수 있다. 방역패스가 아닌 다른 행정적인 방법으로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는 "판결 취지는 충분히 이해 가능하나 법원이 의학적·과학적 측면에선 이해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법원은 미 접종자가 다중 이용시설에서 코로나를 전파시킬 가능성에 대해 간과하고 있다”며 “다중이용시설 이용자의 감염 여부를 일일이 확인 불가능한 상황에서, 일단 감염자를 걸러내거나 전파를 막는 대안으로 방역패스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 백신 접종은 개인건강관점에서도 명백한 이득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방역패스 제한으로 발생할 불가피한 손실을 서둘러 대비해야 한다고도 전했다. 정 교수는 “방역패스 적용 과정에서 소통과 설명 노력이 부족한 부분은 반드시 돌아봐야 하나, 사법부가 방역 전문가와 당국의 충분한 의견도 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역은 앞으로 일어날 인명손실에 대한 대비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불가피한 방역 공백, 시설 밀집도 제한될 듯
정부가 법원의 방역패스 집행정지 인용 결정에 즉시 항고하기로 했으나, 어쨌든 본안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학원 등 3종 시설은 방역패스가 적용되지 않는다. 소아 청소년은 물론, 성인도 방역패스가 적용되지 않기에 방역 공백은 불가피하다.
이에 정부는 임시 방역 강화 조치를 준비 중인데, 가장 유력한 방안은 밀집도 제한이다. 손영래 반장은 "애초 방역패스가 적용되기 전 일상회복 단계에서 학원과 독서실, 카페는 밀집도 제한들이 적용됐다. 학원의 경우, 3㎥당 1명 또는 1칸 띄우기가 의무화되어 있었고, 독서실과 스터디카페 등은 1칸 띄우기 등의 밀집도 제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방역패스를 적용하면서 밀집도 기준을 삭제했던 상태기 때문에 밀집도를 다시 강화시켜 한시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