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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콩팥병, 관리만 잘하면 투석 피할 수 있어" [헬스조선 명의]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만성 콩팥병 명의’ 가천대 길병원 신장내과 정우경 교수​

 




콩팥은 한번 기능을 잃으면 회복할 수 없는 기관이다.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점점 나빠지기만 해 결국은 투석(몸 밖에서 장치를 통해 노폐물을 제거하는 방법)을 받아야 하는 상황까지 온다. 만성 콩팥병은 그래서 무서운 병이다. 환자 수는 계속 늘고 있다. 대한신장학회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국내 투석 환자 수는 2배나 늘어, 10만 명을 넘었다. 한 번 콩팥병 진단을 받으면, 투석은 피할 수 없는 걸까? 어떻게 해야 콩팥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걸까? 가천대 길병원 신장내과 정우경 교수를 만나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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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길병원 신장내과 정우경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 만성콩팥병은 어떤 질환인가?
콩팥 기능이 만성적으로 떨어져 콩팥이 하는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콩팥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노폐물이 몸에 쌓이고, 체내 수분·전해질·산도 조절 기능에 이상이 생긴다. 호르몬 생산에도 문제가 생겨 빈혈, 골 질환, 고혈압 등의 발병 위험이 커진다. 콩팥에서 노폐물을 제일 처음 걸러주는 장소인 사구체의 여과율이 60mL/min 미만으로 떨어졌고, 소변에서 단백질이 나오는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할 때 만성콩팥병으로 진단한다.

- 만성콩팥병 발병 원인은?
만성콩팥병은 콩팥 자체로 인한 것보다는 전신 질환의 합병증으로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3대 원인 질환은 당뇨병, 고혈압, 만성사구체신염이다. 특히 콩팥 기능이 떨어져 투석 치료를 시작하는 환자 2/3가 당뇨병과 고혈압 합병증에 의한 것이다. 실제로 당뇨병 환자 10명 중 4명, 고혈압 환자 10명 중 2명이 만성콩팥병에 걸리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당뇨병과 고혈압만 잘 관리해도 만성콩팥병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나머지 1/3의 원인은 다양하다. 상염색체 우성 다낭성 신증 등 유전질환도 있고, 간혹 알 수 없는 원인으로 발병하는 경우도 있다.

- 당뇨병, 고혈압 등과 같은 전신질환이 콩팥에 영향 미치는 이유는?
혈관 건강과 연관이 깊다. 사구체는 혈액을 걸러 소변을 만드는 ‘혈관 덩어리’ 조직이고, 당뇨병이나 고혈압은 혈관 손상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또한, 당뇨병이나 고혈압은 마찬가지로 혈관 건강에 많은 영향을 받는 심장과 뇌에도 영향을 준다. 따라서 심장, 뇌, 콩팥 이 3가지 장기에 하나라도 질환이 있다면 다른 장기 질환 가능성을 확인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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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길병원 신장내과 정우경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 특히 조심해야 하는 고위험군이 있다면?
혈압 조절이 안 되는 고혈압 환자, 혈당 조절이 안 되는 당뇨 환자, 단백뇨 배설이 많은 환자는 신장 질환 악화 속도가 빠르다.

- 만성콩팥병 환자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던데?
맞다. 현재 유병률을 살펴보면 국내 인구 7명 중 1명은 만성콩팥병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전 세계 인구 중 5억명 이상이 만성콩팥병을 앓고 있다. 이는 고령화와 현대인의 식습관 변화로 만성콩팥병 위험군인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 초기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는 증상은?
흔한 초기 증상으로는 야뇨증이 있다. 콩팥 기능이 떨어져 소변이 농축되지 못하면서 밤 중 2~3회 이상 소변을 보게 된다. 이 외에도 ▲무기력하고 ▲쉽게 피로하고 ▲식욕이 저하되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수면 장애가 오고 ▲밤에 쥐가 잘 나고 ▲혈압이 올라가고 ▲눈 주위가 푸석하고 ▲발목이 붓고 ▲소변에 거품이 많아지는 증상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증상들은 콩팥질환에만 나타나는 증상도 아니고, 일상적으로도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증상이라 증상만으로 콩팥질환을 알아차리기는 어렵다. 게다가 콩팥은 기능의 50%를 상실할 때까지도 별다른 이상 신호를 보내지 않아 심각한 상태로 진행돼서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증상에 주목하기보다 주기적인 건강검진 받는 것을 권한다. 40세 이상이라면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고, 결과에 주의를 기울여 이상소견이 발견되면 꼭 전문의 진료를 받았으면 한다.

- 만성콩팥병 치료법은?
만성콩팥병 단계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진다. 치료 방법으로는 콩팥 질환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것이 목적인 보존적 치료와 콩팥기능을 대신해주는 신대체 요법으로 나뉜다. 초기에는 보존적 치료를 시행한다. 여러 보조제를 이용해 몸속에 칼륨, 인, 요독 성분 등의 흡수를 막고 배설하도록 돕는다. 수분, 염분, 요독이 과도하게 몸 안에 쌓이는 것을 막는 식이요법도 동반한다. 혈압 유지도 중요하다. 합병증으로 빈혈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때는 조혈촉진제와 철분제를 이용해 빈혈을 치료한다. 이런 보존적 치료에도 콩팥 기능이 나빠져 사구체 여과율이 10mL/min 이하로 떨어지면 말기 콩팥병으로 판단하고, 신대체 요법을 진행한다. 이땐 환자 본인의 콩팥 기능만으로는 일상생활과 생명 연장이 어렵다. 신대체요법으로는 혈액 투석, 복막 투석, 신장 이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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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길병원 신장내과 정우경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 신장은 불가역적인 기관인 만큼 치료 효과가 궁금하다. 치료 예후가 좋은 편인가?
좋다. 예전에는 만성콩팥병에 걸리면 매년 콩팥 기능이 평균 3.5%씩 떨어졌다. 10년이면 35%, 20년이면 70%가 줄어드는 것으로, 40세에 진단을 받았다면 적어도 65~70세에는 투석을 받아야만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치료 기술 발달로 연간 콩팥 손상률이 1.3%까지 떨어졌다. 이제는 40세에 만성콩팥병 진단을 받아도 80세까지 콩팥 기능이 40% 이상 유지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정도면 투석을 안 받아도 된다. 콩팥병이 없는 사람도 노화로 1년에 평균 0.5%씩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다만, 환자가 자기 관리를 잘해야 충분한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혈압, 혈당, 체중 관리를 해야 하고, 싱겁고 건강하게 먹어야 하며, 담배와 술은 끊어야 한다. 레닌 안지오텐신 시스템(RAS) 차단제 등 적절한 약물 복용도 필수다.

- 발전하고 있는 치료 방향과 최신 치료법은 어떤 것이 있는가?
콩팥 자체 기능을 되살리는 방향보단 원인 질환인 혈압과 당뇨병을 더욱 효율적으로 조절하고 만성콩팥병의 합병증을 부작용 없이 조절해 생활의 질을 향상하는 방향의 약제들이 주로 나오고 있다.

20~25년 전 단백뇨를 줄이고, 신장 보호 효과를 높이는 RAS 차단제가 나오며 신장 질환에 예후가 많이 좋아졌다. 최근 RAS 차단제 이후 오랜만에 주목받는 약제가 나왔다. SGLT2 억제제라는 약제로 만성콩팥병 진행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는 경구혈당강하제로 개발됐으나, 혈당 강하 효과와 별개로 심장, 신장 보호 효과도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다만 아직 보험 적용이 안 되고, 요로 감염, 탈수, 체중 감소 등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사용한다면 환자와 의료진의 주의가 필요하다. 이 외에는 국내 말기 콩팥병 질환 중 가장 흔한 유전성 질환인 상염색체 우성 다낭성 신증 환자에서 톨밥탄(tolvaptan)이 콩팥 기능 악화를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는 약제로 주목받고 있다.

- 콩팥 기능이 망가졌다면 결국 완치 방법은 이식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콩팥 이식술에 대해 소개한다면?
생체 콩팥 이식은 기증자의 콩팥 2개 중 하나를 적출해, 외과적으로 수혜자의 하복부에 이식하는 수술이다. 콩팥은 2개 중 하나를 떼어내더라도 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으며, 수술 자체도 안전하다. 수혜자는 투석을 받지 않아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환자가 이식을 받고 싶어 하는데, 장기 공여자를 구하기가 싶지 않다. 신장이식에 적절한 생체 공여자가 없다면 뇌사 기증자로부터 기증을 받는 뇌사자 이식 등록을 진행해야 한다.

이식수술 후에는 이식받은 콩팥을 잘 사용하기 위해 꾸준한 관리가 필수다. 면역 거부 반응을 줄이는 면역억제제를 포함해 의료진에게 처방받은 약제를 잘 복용해야 하고, 정기적으로 의료진 외래를 방문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생체이식 수혜자의 5년 생존율은 85~90%, 뇌사자 이식은 75~85%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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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길병원 신장내과 정우경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 콩팥 기능 손상을 줄이는 방법은?
콩팥 질환이 없다면 혈당, 혈압, 체중 관리, 운동, 저염식 식단 등이 중요하다. 나트륨은 혈압을 높여 콩팥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 콩팥 질환이 있다면 앞에서 말한 관리와 함께 적절한 약물을 처방받아 복용해야 한다. 관리만 잘하면 투석을 미룰 수도, 피할 수도 있다.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의료진과 상호작용도 중요하다.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고 의료진에게 적절한 피드백을 받으면 관리가 수월해진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다른 질환 약제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잘못 약제를 쓰게 되면 콩팥에 추가 손상을 줄 수 있다. 약을 처방받을 때 본인의 신장상태를 의료진에게 알려서 상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콩팥을 손상하는 대표적인 약제로 CT, MRI 촬영할 때 사용하게 되는 조영제가 있다. 이 외에도 검증되지 않은 여러 건강보조제, 한약 등은 만성콩팥병 환자라면 피하는 것이 좋겠다.

- 만성콩팥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환자에게 마지막 한 마디
만성콩팥병이 진행돼 투석 치료를 권하면 많은 환자가 굉장히 힘들어하고, 당면한 상황을 부정한다. 그러나 치료법이 없거나, 이식만이 방법이 상황보다는 투석이라는 또 다른 콩팥을 대체할 방법이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치료 방법과 약제 등이 많이 발전해 치료받는 환자의 질과 생존율이 매우 많이 향상됐다. 받아들이기 힘들더라도 일단 시작하고 적응하면 삶의 일부가 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콩팥병 관리,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의사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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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길병원 신장내과 정우경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정우경 교수는
환자와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가천대 길병원 신장내과 교수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전문 진료 분야는 콩팥 이식, 만성 콩팥병, 사구체신염, 상염색체 우성 다낭성 콩팥병 등 유전성 콩팥병, 고혈압 등이다. 대한신장학과, 대한전해질혈압학회, 대한이식학회, 미국신장학회, 세계신장학회, 신성 빈혈 연구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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