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톡톡_ 노성훈 강남세브란스병원 위암센터 교수

韓 위암 환자 많아… 치료 수준 '세계 최정상급' 발전
사망 선고였던 4기, 암 크기 줄여서 떼 완치도 기대

3국 대규모 임상으로 유전자별 치료 예후 차이 확인
항암제 효과 기대되는 환자, 신약 등 더 적극적 권유
수술만으로 충분할 것으로 보이면 항암치료 선택권
기술 계속 발전… 약제별 반응까지 예측 가능해질 것

위암 치료가 점점 '개인 맞춤형'에 가까워지고 있다. 특히 한국은 위암 환자가 많다보니 치료 수준이 세계 최정상급으로 발전했다. 그 중심에는 강남세브란스병원 위암센터 노성훈 교수가 있다. 노성훈 교수가 2007년 진행한 대규모 임상 연구로 인해, 2~3기 진행성 위암 환자에게는 수술 후 보조항암요법을 시행해 생존율을 향상시키는 게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노 교수는 수술 후 항암치료 예후를 예측하는 방법도 연구한 바 있다. 노성훈 교수를 만나 위암 치료에 대해 얘기 나눴다.




이미지
강남세브란스병원 위암센터 노성훈 교수는 "위암에 있어 생존율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확률이 아닌 의료진을 믿고, 병을 이겨내야겠다는 의지를 가지면 치료 예후도 확연히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위암 치료, 어느 정도로 발전했나?

"암이 장막까지 침범한 진행성 위암 중 전이된 4기암은 예전에는 '사망 선고'나 다름이 없었다. 수술이 불가했고, 수술한다 하더라도 생존 기간을 2~3개월 늘리는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4기 위암 환자도 '전환수술'을 통해 삶의 질을 충분히 높일 수 있고, 심지어 일부는 완치를 기대하기도 한다. 전환수술이란 4기암 환자에게 먼저 항암제나 표적치료제 등을 써서 암 크기를 줄인 뒤 수술을 시행하는 것을 말한다. 40% 내외에서는 항암제 효과가 잘 나서 수술이 가능해진다. 수술 후 생존 기간이 두 배 이상 늘고, 생존율이 올라간다. 유럽 국가나 일본 등에서만 이 방법을 썼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나를 비롯한 일부 의사들이 시행하고 있다. 희망이 없던 환자들에게 시도할 수 있는 치료법이 생긴 것이다."

―맞춤형 치료의 길도 열렸다던데?

"2007년 한국·중국·대만의 위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임상 연구를 진행했었다. 이 연구를 통해 진행성 위암 환자의 표준치료법을 정립했다. 그러던 중 '항암치료를 꼭 필요한 환자에게만 시행할 수는 없을까'라는 의문이 생겼고 이를 풀어내기 위한 연구를 이어갔다. 연구에 참여했던 2~3기 위암 환자들의 검체를 분석했는데, 특정 유전자에 따라 수술 예후 및 항암치료 효과가 다르게 난다는 걸 밝혀낼 수 있었다. 유전자에 따라, 환자 중 10~15%는 항암제 효과가 잘 안 난다. 대신 이들은 수술만으로도 예후가 좋았다. 40%는 항암제 효과가 잘 나서 암 치료 예후가 좋은 환자 군이다. 나머지 45~50%는 수술 예후도 안 좋으면서 항암제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항암치료를 환자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맞춤형 항암치료가 중요한가?

"항암치료를 받으면 정말 힘들다. 독성 때문에 여러 합병증을 겪는다. 잘 못 먹고, 설사도 하고, 기력이 없고, 골수 기능이 떨어져 감염질환에도 취약해진다. 항암치료를 하지 않았을 때보다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도 더디다. 항암제는 꼭 필요한 환자에게 쓰는 게 좋은데, 꼭 필요한 환자가 누구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연구를 통해 그걸 밝혀낸 것이다."

―항암치료 효과가 없을 것으로 판단되면, 어떻게 하나?


"이건 아직 풀어야 할 숙제다. 우리가 했던 항암치료 예후 예측 유전체 검사 연구는 맞춤 치료의 시작에 불과하다. 치료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 45~50% 환자에게도 항암제를 쓰긴 써야 한다. 다른 옵션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여러 종류의 항암제나 표적치료제들이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다. 이들에게는 신약 개발 임상 연구에 참여하게 하는 등 다른 치료를 더 다양하게 시도해볼 수 있다. 반대로 항암제 효과가 잘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 환자들에게는 항암치료를 더 적극적으로 권유할 수 있기도 하다. 항암치료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것 같아서, '힘들게 받고 싶지 않다'고 포기하는 환자가 더러 있다. 그런데 유전자 분석을 통해 "항암제 효과가 좋을 것"이라고 말하면 치료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할 수 있다. 항암제 없이 수술만으로 예후가 좋을 것으로 분석되는 환자들에게는 항암치료 선택권을 줄 수 있기도 하다."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것으로 예상하나?

"유전검사, 분자생물학 분야는 계속 발전하고 있다. 항암제가 더 발전할 것이고 그 각각의 항암제에 반응하는 것도 예측 가능해질 것이다. 유전체 검사, 유전체 정보, 분자유전학적 기술 발전 등으로 진정한 개인 맞춤형 위암 치료 시대가 올 것이라고 본다. 현재는 수술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검체를 조직에서 떼내는 방식으로 유전자 검사를 시행한다. 앞으로는 미세한 조직만으로도 분석할 수 있게 돼, 내시경 단계에서부터 맞춤 치료 방향을 결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혈액 속 순환하는 암세포를 찾아내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 기대한다."

―진행성 위암 환자, 희망이 있다고 보면 되나?

"20~30년 전만 해도 위암은 죽는 병이라는 인식이 많았다. 전체 위암 중 조기암은 10%도 안 됐기 때문이다. 지금은 검진을 많이 하면서 조기위암의 비중이 많아졌다.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 선택지가 많다. 우리나라는 조기암 발견 비중이 큰 국가 중 하나지만 아직도 30%는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된다. 그래서 좌절감이나 절망감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걸 명심하면 좋겠다. 확률이란 건 절대 중요하지 않다. 생존율을 1기암일 땐 95%, 4기암일 땐 15%라고 보는데, 이 숫자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 4기암이어도 내가 그 15% 안에 들면, 100% 완치되는 것이다. 확률이 아닌 의료진을 믿기를 바란다.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치료받아야 한다. 수술이 불가했던 환자도 전환수술로 치료 가능한 시대가 됐다. 암을 진단받으면 누구나 똑같이 회의감, 후회, 질책, 미안함 등의 부정적인 마음을 갖는다. 하지만 투병 의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암을 치료하고, 암을 겪었던 의사로서 투병 의지를 갖고 임하는 환자가 확연히 치료 효과도 좋았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