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가 알려주는 질환_ 이명
이명, 청력 나빠졌다는 '경고 신호'
원인 다양… 50% 정도가 난청 때문
잘 듣게 했더니 3명 중 2명 이명 해결돼
보조장치, 남은 청력 정도에 따라 결정
골전도 임플란트, 인공와우 등 방법
외부에서 나는 소리가 아무 것도 없는데, 귀에서 이런 소리가 나는 현상을 '이명'이라고 한다. 이명은 성인 5명 중 1명이 경험할 정도로 흔한 질병이다. 원인을 모르는 경우도 많고, 치료가 쉽지 않을 때도 많다. 최근 이명의 원인을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난청'으로 보고, 난청 치료를 통해 이명을 개선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외상·염증 등으로 갑자기 생기는 급성 난청은 약물 등의 치료가 가능하지만, 수십 년간 진행된 노화성 난청이나 소음성 난청은 결국 '청력 보조장치'를 해야 한다. 청력 보조장치를 통해 난청을 해결하면 3명 중 2명은 이명이 개선된다.
◇성인 5명 중 1명은 이명 경험
2009~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2세 이상 이명 유병률은 19.7%나 된다. '최근 1년 이내 귀에서 소리가 나는 증상을 경험한 적이 있나'를 조사한 결과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문인석 교수는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심한 이명은 전 인구의 1~2% 된다"고 말했다.
이명의 원인은 다양하다. 문 교수는 "턱관절, 근육 문제 등 이명의 여러 원인이 있는데 이를 다 합친 것이 50%를 차지하며 나머지 50%는 난청 때문"이라고 말했다.
없는 소리를 듣는 이명과, 있는 소리를 잘 못 듣는 난청은 자칫 상관 관계가 없어 보인다. 문인석 교수는 "이명은 청력이 나빠졌다는 일종의 '경고 신호'"라며 "몸에 이상이 생기면 통증이 오듯, 귀에 이상이 생기면 이명으로 나타난다고 이해하면 쉽다"고 말했다. 소리는 고막을 거쳐 달팽이관에 도달, 소리 진동을 전기 신호로 바꿔 '듣는' 것인데, 이 변환을 담당하는 청각세포가 망가지면 이명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이명이 못 듣게 된 소리에 대한 뇌의 보상작용이라는 견해도 있다. 못 듣게 된 소리를 계속 느끼게 해주는 잘못된 '청각 인지'라고 보는 것이다.
이명의 원인이 난청이라는 견해를 뒷받침하는 연구들은 계속 나오고 있다. 실제 난청 환자에게 청력 보조장치를 통해 '듣게' 했더니 이명이 좋아졌다는 연구다. 문인석 교수팀은 난청과 이명 증세를 2년 이상 겪은 1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골전도 임플란트 이식 수술'을 시행했다. 골전도 임플란트는 일종의 이식형 보청기로, 외부 장치를 통해 들어온 소리를 기계적 진동으로 바꾸어 두개골을 진동시킴으로써 달팽이관에 소리를 전달하는 장치다. 6개월 뒤에 이명 개선 정도를 평가한 결과, 30% 이상 이명 감소 효과가 있었다. 난청과 이명 증세로 중이 임플란트 수술을 받은 16명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25% 이상 이명 감소 효과가 있었다. 문 교수는 "난청과 이명이 동시에 있는 환자가 대상"이라며 "골전도 임플란트 등 이식형 보청기 수술을 한 3명 중 1명은 이명이 깨끗하게 좋아졌고, 1명은 좋아졌지만 깨끗한 정도는 아니었고, 나머지 1명은 차도가 없었다"고 말했다. 3명 중 2명은 호전을 보인 것이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두 가지로 분석이 된다. 첫째, 청력이 좋아지면서 일종의 '경고 신호'가 덜 들어와 이명이 좋아진 것이다. 둘째, 난청이 좋아져 밖에서 나는 소리를 잘 듣게 되면서 내 귀에서 나는 소리를 덜 듣게 돼 이명이 좋아졌다고 느낀 것이다. 주변 소음에 의해 이명이 묻히는 일종의 '마스킹' 원리다. 문인석 교수는 "난청이 없거나 경미한 사람은 임플란트로 이명 개선 효과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명은 지금까지 '똘똘한' 치료법이 없었다. 신경안정제 등 약을 먹거나, 이명을 덜 신경쓰면서 생활하도록 상담 치료를 받거나, 일부러 잡음을 발생시켜 이명을 완화하는 '소리 발생기' 치료를 하고 있다. 이런 '공식적인' 치료로도 효과를 보지 못하면 뇌에 전기자극치료나 난청 치료를 시도해 본다. 문 교수는 "다만 이명 원인에 대한 정확한 검사가 선행돼야 한다"며 "난청 치료는 청력이 떨어진 이명 환자가 대상이며, 청력이 정상인 이명 환자는 효과를 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문인석 교수는 "이명은 치료가 잘 안돼서 좌절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에게 맞는 치료를 하면 충분히 개선시킬 수 있다"며 "다만 이명이 완전히 깨끗한 상태로 좋아지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이를 치료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좌절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명이 심한 정도가 10점 만점에 10점이었는데, 2~3점으로만 감소해도 개선됐다고 마음 편하게 생각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한편, 청력 보조장치는 자신의 남은 청력 정도에 따라 다르게 사용한다. 정상 청력의 50% 이상이 남은 사람은 보청기를 착용해야 하고, 20% 미만으로 남으면 인공와우를 해야 한다. 인공와우 수술이란 달팽이관에 전극을 심어 소리를 일종의 전기 신호로 바꿔서 청각 신경에 전달해주고, 뇌까지 소리를 전달해 주는 수술이다. 보청기와 인공와우 사이에는 골전도 임플란트, 중이 임플란트를 시도할 수 있다. 귀 뒤쪽 두피 안에 장치를 심어 외부 소리를 기계적 진동으로 변환시켜 듣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