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혈당 위험 낮추고 복용도 쉬워… ‘병용요법’의 진화
당뇨는 치료가 까다로운 질환이다. 조금 더 효과적으로 혈당을 낮추면서 저혈당 위험은 줄이고, 당뇨 때문에 신장이나 심장 등 다른 장기의 건강이 악화하지 않게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당뇨는 여러 치료제를 함께 쓰는 병용요법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한 복합제도 계속 출시되고 있다. 지난해 인슐린과 GLP-1 유사체 복합 주사제가 국내에서 추가로 출시되고, 최근 SGLT-2 억제제와 DPP-4 억제제 복합제 급여적용이 검토되면서 복합제에 대한 환자들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과 함께 당뇨 복합제에 대해 알아보자.
◇저혈당 위험 낮아진 SGLT-2 억제제+DPP-4 억제제
SGLT-2 억제제와 DPP-4 억제제 복합제는 최근 심평원이 개최한 당뇨병 전문가 회의에서 병용요법 보험적용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떠오른 약이다. SGLT-2 억제제와 DPP-4 억제제 조합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과다 포도당을 소변으로 배출시켜 혈당을 감소시킨다.
전문가들은 이 조합이 상당히 많은 당뇨환자에게 필요한 병용요법이라고 평가한다. 당뇨가 있는 경우, 그 외 기저질환도 있을 확률이 높은데 병용요법은 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내분비내과 고승현 교수(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위원회 이사)는 "SGLT-2 억제제는 심혈관질환, 만성신장질환, 심부전 등 동반질환이 있는 2형 당뇨환자에게 우선 고려할 수 있는 약이고, DPP-4 억제제는 혈당 조절 측면에서 중등도의 효과가 있으면서 저혈당 위험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즉, 1차로 선택할 수 있는 약제인 메트로포민을 사용할 수 없는 환자가 심혈관질환, 만성신장질환, 심부전 등 동반질환이 있으면서 SGLT-2 억제제 단일요법으로는 혈당조절이 어려운 경우, SGLT-2 억제제와 DPP-4 억제제의 병용요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약제의 병용요법을 한 알의 약으로 담아낸 SGLT-2 억제제와 DPP-4 억제제 복합제는 환자의 편의성과 가격, 부작용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서울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조영민 교수는 "서로 다른 기전의 단일제를 사용하면 다양한 조합으로 쓸 수는 있으나, 개수가 늘고 비용이 상승해 환자 부담이 커지는데, 복합제는 하나로 충분하기에 편의성과 가격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경희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오승준 교수(대한당뇨병학회 법제위원회 이사)는 "SGLT-2 억제제와 DPP-4 억제제는 각각 혈당강화 이외에도 심장, 신장 보호 등 다른 효과가 있고, 저혈당 위험이 낮다"며 "저혈당 위험이 큰 고령환자 등이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약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SGLT-2 억제제와 DPP-4 억제제 복합제가 환자에게 꼭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고승현 교수는 "당뇨환자들에게 SGLT-2 억제제와 DPP-4 억제제 병용요법은 필요하지만, 두 약제의 복합제가 꼭 필요한 환자가 따로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오승준 교수는 "복합제가 단일제를 여러 개 처방할 때보다 가격이 저렴하기에 경제적 측면에서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편의성 측면에서 보자면 약은 동시에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약 개수가 1~2개 더 많다고 해서 큰 불편이 생기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SGLT-2 억제제와 DPP-4 억제제 복합제로는 아스트라제네카(AZ)의 '큐턴', 베링거인겔하임의 '에스글리토', MSD의 '스테글루잔'이 있다. 세 약제 모두 경구형이나, 각각 사용된 단일 제제는 다르다.
가장 최근에 출시된 '큐턴'은 다파글리플로진(SGLT-2 억제제)과 삭사글립틴(DPP-4 억제제)', '에스글리토'는 리나글립틴(DPP-4 억제제)과 엠파글리플로진(SGLT-2 억제제)의 복합제이다. '스테글루잔'은 에르투글리플로진(SGLT-2 억제제)과 시타글립틴(DPP-4 억제제)의 복합제이다.
◇하루 한 번이면 충분한 인슐린+GLP-1 유사체
당뇨환자의 주사치료제로 사용되는 인슐린은 혈당 조절 측면에서 효과가 좋지만, 저혈당 위험, 체중증가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GLP-1 유사체는 혈당강하 효과가 좋으면서 저혈당 위험이 낮고 체중은 감소하는 효과가 있지만, 당뇨 유병기간이 오래되고 췌장의 인슐린 분비기능이 떨어진 사람에겐 효과가 낮다.
인슐린과 GLP-1 유사체 복합 주사제는 각 주사제를 단독 사용했을 때의 단점을 극복한 결과물이다. 인슐린과 GLP-1 유사체 복합 주사제는 지속형 인슐린 주사제의 작용과 인슐린 분비 촉진 작용을 통해 혈당을 감소시킨다. 인슐린을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보다 저혈당 위험은 낮고, 편의성은 훨씬 우수하다. 오승준 교수는 "경구 약제로 혈당조절이 잘되지 않고, 인슐린 주사는 하루 4번을 맞아야 하는 환자가 인슐린과 GLP-1 유사체 복합제를 쓰면 하루 한 번만 주사를 사용해도 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한국인은 당뇨 주사제 사용에 대한 거부감이 크기 때문에 주사 사용 횟수를 줄일 수 있단 것은 상당한 장점이 된다"고 밝혔다.
조영민 교수는 "복합제는 인슐린만 사용했을 때보다 효과는 좋으면서 저혈당 위험이 낮으면서, GLP-1 유사체의 용량은 서서히 증량하기에 GLP-1 유사체로 인한 위장관계 부작용이 적다"며 "각각의 주사제를 사용할 때보다 복합제를 사용할 때 비용이 저렴하다는 것도 장점이다"고 말했다.
물론 인슐린과 GLP-1 유사체 복합 주사제도 단점은 있다. 고승현 교수는 "현재 출시된 제품들은 제약사가 고정해놓은 인슐린과 GLP-1 유사체 비율대로만 사용해야 한다"며 "비율이 정해져 있어 각각의 용량을 자유롭게 조절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보험급여로 출시된 제품이지만, 급여 기준이 까다로워 필요한 환자에 비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환자의 수가 적다는 것도 단점이다. 인슐린과 GLP-1 유사체 복합제는 인슐린 주사제를 사용하는데도 혈당조절이 잘되지 않는 경우에 한해 급여로 사용할 수 있다. 사실상 2차 치료제이다. 조영민 교수는 "인슐린 주사제를 사용하고 있다가 복합제를 사용하면 급여가 되지만 GLP-1 유사체를 사용하다 혈당조절이 안 돼 복합제를 쓰면 급여가 안 되는 모순적인 상황이다"고 밝혔다. 고승현 교수도 "급여가 적용되고 있음에도 급여 기준이 비현실적이라 실질적인 처방은 어려운 수준이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인슐린과 GLP-1 유사체 복합제로는 사노피의 '솔리쿠아'와 노보노디스크의 '줄토피'가 있다. 각각 2018년 2월, 2021년 5월에 급여 출시됐다.
'솔리쿠아'는 인슐린과 GLP-1 유사체 계열인 릭시세나티드가 복합된 약이고, '줄토피'는 GLP-1 유사체로 리라글루티드를 사용한 복합제이다.
◇발전한 복합제, 단일제와 주의사항은 같아
복합제는 경구형과 주사형 모두 기존 치료제 대비 복용·사용 편의성이 개선되었으며, 부작용 위험이 낮다. 그럼에도 단일제와 주의 사항은 같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약제부 홍소연 약사(내분비질환약료 전문약사)는 "복합제는 기본적으로 복합된 각각의 단일제의 특징을 모두 갖기 때문에 해당 성분의 단일제를 복용할 때와 동일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SGLT-2 억제제 계열 복합제의 경우, SGLT-2 억제제가 신장기능에 영향을 주기에 이뇨제, 혈압약,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등을 복용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SGLT-2 억제제 단일제를 복용할 때와 마찬가지로 최소 1년에 1회 이상 신장기능 모니터링도 필요하다.
홍소연 약사는 "복합제의 부작용과 단일 제제의 부작용이 같다"고 밝혔다. 그는 "SGLT-2 억제제 복합제를 복용하면 소변량이 매우 많아지면서 갈증, 입 마름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적어도 하루 2~3잔(1잔 200mL 기준)의 물을 더 마셔야 탈수, 저혈압 등의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 약사는 "SGLT-2 억제제는 기전 상 소변으로 포도당이 배출되다 보니 요로감염 위험이 커지기에 자다가 깨서 화장실 가야 하는 일이 많거나 배뇨 통증이 있으면 즉시 의사에게 알리고, 피부 가려움이나 발진이 생길 수 있음을 미리 인지해 증상이 있으면 피부과를 방문하기에 앞서 당뇨약을 처방한 의사와 상의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인슐린과 GLP-1 유사체 복합주사제는 위장관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관찰이 필요하다. 이는 GLP-1 유사체의 가장 흔한 부작용이 위장관계 문제라 발생하는 것이다. 홍 약사는 "인슐린과 GLP-1 유사체 복합제는 사용 초기에 설사, 오심, 복부팽만, 소화불량, 식욕감소 등의 증상이 많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GLP-1 유사체 복합제로 인한 위장관계 부작용은 몇 주 지나면 증상이 개선되는 경우가 많으니 지속해서 사용해보되, 만일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반드시 재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홍 약사는 "GLP-1 유사체 주사제 성분은 먹는 약의 흡수 속도를 느리게 할 수 있어 혈중농도가 중요한 면역억제제나 항생제 등을 복용하고 있다면, 주사제를 사용하기 최소 한 시간 전 또는 주사제 사용 후 4시간 이후에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주사제는 종류에 따라 보관방법이 달라 주의해야 한다. 홍소연 약사는 "사용 중인 줄토피는 30도 이하 실온 또는 2~8도 냉정 보관이 가능하고 개봉 후 21일까지 사용이 가능하나, 솔리쿠아는 개봉 후 무조건 실온 보관을 해야 하며 14일까지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약사는 "개봉 전에는 두 주사제 모두 2~8도 냉장보관이 가능하지만 절대 김치냉장고나 냉동실 등 주사액에 얼 수 있는 곳에는 보관해선 안 되며, 얼었던 주사액은 해동해서 사용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