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와 AI 결합 ‘진료 공백’ 메워… 최근 당뇨 관련 서비스 잇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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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24시간 관리가 필요한 당뇨병은 디지털치료제 활용도가 높은 질환으로 평가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만성질환자들은 몸에 나타난 작은 변화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방치할 경우 예기치 않은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뇨병 치료 관련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전자기기 등과 같은 디지털치료제들이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디지털치료제는 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365일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식사, 운동 등 일상생활을 관리함으로써, 치료·예방 등 전반적인 질환 관리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다만 전문가들은 디지털치료제의 높은 활용도에 주목하면서도, 연구가 진행 중인 만큼 효과·안전성에 대한 지나친 확신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앱·전자약 등 디지털치료제 시장 2026년 96억 규모 전망
디지털치료제란 데이터를 기반으로 질환, 장애를 예방·관리·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기반 치료제를 뜻한다. 기존 화학 합성·바이오 의약품과 병용 여부에 따라 ‘보완제’ 또는 ‘대체제’(단독 사용)로 구분되며, 질환 예방·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뇌·신경세포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로 질환을 치료하는 ‘전자약’, 챗봇, 게임, VR 등 다양한 기술들이 포함된다.

이 같은 기술은 화학합성·바이오의약품과 같은 기존 신약보다 개발 기간과 비용이 적게 소요되고 병원 방문 없이도 사용이 가능하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건강 관련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과거 약물중독, 우울증 등 정신·신경계 질환 치료·관리에서 주로 활용돼왔다면, 최근에는 만성질환 분야에서도 디지털치료제 관련 연구·개발이 이뤄지는 추세다. 2017년 미국 피어테라퓨틱스가 개발한 약물중독 치료 애플리케이션 ‘리셋(reSET)’을 비롯해 현재까지 웰닥 ‘블루스타’(2형 당뇨)와 볼런티스 ‘인슐리아’(2형 당뇨), 프로테우스 ‘아빌리파이 마이사이트’(조현병) 등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통과한 상태다. 지난해 미국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Allied market Research)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치료제 시장 규모는 2018년 21억2000만달러(한화 약 2조5100억원)에서 2026년 96억4000만달러(한화 약11조42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일상생활·혈당 관리… 당뇨병, 디지털치료제 활용도 높아”
당뇨병은 디지털치료제의 활용도가 매우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질환 중 하나다. 기본적으로 발병 후 수십 년, 평생에 걸쳐 치료·관리가 요구되는 질환인 데다, 병원 진료·약 처방 외에 식사, 운동 등 전반적인 일상생활 관리부터 인슐린 투여, 혈당 모니터링까지 매일 환자 상태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이상열 교수는 “병원에서 관리하기 어려운 부분을 보완해주는 것이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술 등을 활용한 디지털치료제”라며 “당뇨병 치료·관리에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질환 특성상 ‘혈당’이라는 수치화된 데이터로 환자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 또한 활용도가 높게 평가되는 이유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조재형 교수는 “당뇨병은 다른 질환들과 달리 환자가 집에서 혈당으로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고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질환”이라며 “디지털치료제의 접근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서 당화혈색소 감소 효과 확인… 국내는 시작 단계
현재 당뇨병 분야에서 개발된 디지털치료제는 복약 순응도를 개선하거나 합병증을 예방하고 혈당을 모니터링 하는 데 주로 사용되고 있다. ▲인슐린 복약관리(투여량 계산) ▲당뇨병 원격 예방·관리 ▲당 수치 모니터링 ▲식이조절 등을 위한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일부 해외 개발사의 경우 임상을 통해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램 사용 후 당화혈색소 개선 효과를 입증하기도 했다. ‘디지털 치료제 얼라이언스(Digital Therapeutics Alliance, DTA)’에 따르면, 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된 ‘d-Nav(디내브)’는 사용자 90%가 3개월 이내에 더 낮은 당화혈색소 수준을 기록했으며, ‘BlueStar’(블루스타)를 사용한 1·2형 당뇨병 환자 또한 첫 3~6개월 동안 당화혈색소가 평균 1.7~2%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같은 애플리케이션과 프로그램은 대부분 해외 기업에 의해 개발됐다. 국내는 아직 시작단계로, 뉴냅스, 라이프시멘틱스 등이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시험을 승인 받아 임상에 돌입했고, 닥터다이어리의 경우 DTA에 가입·활동 중이다. 닥터다이어리 이산인군 연구소장은 “국내는 디지털치료제 시판 단계에서 건강보험 수가 산정 등 법제 마련이 되지 않아 상용화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원활한 디지털치료제 연구·개발을 위해서는 효과성이 입증된 서비스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비의료 건강 관리서비스 인증 등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장 예상되지만… 효과 입증·기술 카피 문제 등 해결해야
디지털치료제 시장의 전반적인 성장과 함께 당뇨병 치료에 사용되는 디지털치료제 역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고령화, 생활습관 변화와 함께 당뇨병 환자 또한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아프지 않고 오랫동안 편하게 당뇨병을 관리·치료하는 일 또한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관련 기술,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이 계속해서 개발되는 것은 물론, 활용 범위 역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당뇨병 디지털치료제가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풀어야 할 숙제들이 남아있다. 기본적으로 효과에 대한 일정 규모 이상 임상 결과가 도출돼야 한다. 치료제로서 효과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환자에게 사용될 수 없는 것은 물론, 보험 적용이 안 돼 비용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환자들이 실질적으로 사용 효과를 보고 오래 사용하기 위해서는 환자별 투병기간과 앓고 있는 합병증, 복용 중인 약 등 구체적인 데이터도 수집·반영하는 등 기술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효과를 입증하더라도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환자라면 이용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병원이나 기업에서 사용법을 교육할 수 있지만, 이 역시 현실적으로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지긴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이상열 교수는 “스마트폰이 그랬듯 처음에는 기기를 다루지 못한다고 했으나, 일상생활에 꼭 필요해지면서 고령자도 점점 사용에 익숙해져가고 있다”며 “서비스가 개발되고 임상을 거쳐 시판되는 시간을 고려한다면 현재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한 사람들이 사용자가 되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복제가 쉬운 디지털치료제 특성상 향후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비슷한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간 경쟁이 과열되는 것을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조재형 교수는 “유사한 서비스들이 우후죽순 나오지 않도록 관련 규제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기업에서는 타 기업이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아직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인 상태인 만큼 당뇨병 관련 디지털치료제의 효과에 대해 섣부른 판단이나 확신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이상열 교수는 “현재까진 실증된 연구결과가 부족함에도 전망이 다소 과장된 감이 있다”며 “임상적으로 유용한 효과, 안정성, 경제성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현재와 같은 분위기가 유행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