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일반
"내성 생긴 '헬리코박터균' 선별해서 없애야" [헬스조선 명의]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11/08 07:30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위암 명의'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김병욱 교수
수십 년간 한국인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은 위암이다. 위암의 가장 큰 원인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헬리코박터균)’ 감염이다. 헬리코박터균은 확실한 위암 원인균이지만, 최근 항생제 내성 때문에 헬리코박터균을 없애는 제균 치료를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 헬리코박터균 항생제 내성 여부를 확인해 ‘맞춤 제균 치료’에 앞장서고 있는 위암 명의가 있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김병욱 교수다. 그를 만나 헬리코박터균과 위암의 치료에 대해 들었다.
-한국인에게 위암이 많은 이유는?
한국은 전세계적으로 위암 발생이 가장 많은 국가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가장 큰 원인이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장 점막에 기생하는 세균으로, 장기간에 걸쳐 위암을 일으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헬리코박터균을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인의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은 약 50%에 이른다.
또한 한국인이 즐겨 먹는 김치·장류 같은 소금에 절인 식품은 위암 발생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한국인은 왜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많은 것인가?
식습관하고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찌개를 같이 떠 먹고 술잔을 돌리는 문화가 있다. 이런 문화가 감염을 확산시킨 것이 아닌가 짐작한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은 원래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후진국에서 많이 발생한다. 한국은 위생 관념이 생기면서 환경이 개선돼 감염이 줄어들었다. 헬리코박터균은 독한 균과 순한 균으로 나뉘는데,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이 높은 아프리카의 경우 비교적 순한 균에 감염된 인구가 많아서 위암 발생이 드문 반면에 동아시아에 퍼져있는 헬리코박터균은 독성을 가진 균이라 위암 발생이 많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면 위암 위험이 얼마나 높아지나?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위암 발생 위험이 2~10배 높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이 되면 만성 위염->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위세포가 소장 또는 대장세포로 대체되는 현상)-> 위선종-> 위암으로 진행을 한다. 헬리코박터균은 보통 10대에 감염이 되는데, 위암까지 30~40년이 걸린다. 드물게 젊은 사람 중에 빠른 시간 내 위암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긴 있다.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를 하면 위암 걸릴 확률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다만 장상피화생까지 진행된 경우 제균 치료가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그동안 장상피화생 단계에서는 제균을 해도 돌이키기 어렵다고 생각됐지만 최근 나온 연구에서는 장상피화생 단계에서도 제균 치료로 개선이 가능하다는 보고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이 감소세에 있는 이유는?
대한상부위장관 헬리코박터학회 조사에 따르면 1990년 후반만 해도 헬리코박터 감염률이 70%에 육박했다. 20년 후인 2016년에는 50%로 떨어졌다. 헬리코박터 감염률이 떨어진 이유는 첫째, 많은 사람이 제균 치료를 받았다. 둘째, 위생 상태가 개선됐다. 셋째, 식생활 문화가 바뀌어 과거에 비해 개인 용기를 많이 쓰고 음식을 같이 먹는 경우가 줄었다.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은 계속 낮아질 것이다. 그럼 위암 발생이 줄어든다. 실제 위암이 줄고 있다. 2018년 기준 위암 신규 등록 인구는 3만명 이하로 떨어졌다. 국가암검진이 활성화되면서 2년 마다 위내시경 검사를 통해 위암 전단계인 위선종을 제거한 것도 위암이 줄어든 이유다. 위선종은 한 해 2~3만 명이 제거하고 있으며, 위암의 70%를 차지하는 장형 위암은 위선종 단계를 거쳐서 암으로 간다. 위암은 일단 생기면 빠르게 진행하므로 40세 이상에서 2년에 한번씩은 꼭 위내시경 검사를 해야 한다.
-헬리코박터균 감염 여부는 어떻게 알 수 있나?
헬리코박터균은 내시경을 통해 균이 일으킨 염증 패턴을 보고 양성 소견을 내릴 수 있다. 양성 소견이라면 위 조직을 떼서 조직검사를 해서 확진을 한다. 혈액, 소변, 대변에서 헬리코박터 항체를 보고 감염 여부를 추측할 수도 있다. 숨을 불어서 헬리코박터균 감염 여부를 체크하는 요소호기검사도 있다. 위에는 요소분해 효소가 없어 헬리코박터균이 없는 사람이 요소 약을 먹으면 그대로 배설된다. 하지만 헬리코박터균이 있다면 요소를 분해하므로 날숨에 동위원소가 섞여 나온다. 요소호기검사는 정확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균 치료를 한 뒤 결과를 확인할 때 특히 유용하다.
-헬리코박터균 검사와 제균 치료를 해야 할 사람은?
만성 위염을 앓고 있는 사람은 한 번 쯤 해볼 것을 권한다.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 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경우는 꼭 검사를 해야 하는 경우다. 소화성 궤양을 앓고 있거나, 위 MALT 림프종이 있거나, 조기위암 수술을 했거나, 특발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 환자가 해당된다. 검사에서 헬리코박터 감염이 확인되면 제균 치료를 꼭 해야 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제균 치료 시 약값 전액을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위암 전단계인 위선종 내시경절제술을 한 사람, 부모·형제·자매 중에 위암이 있는 경우, 위축성 위염 환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본인 선택에 따라 자비로 제균 치료를 할 수 있다. 제균 치료를 하면 위암 위험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제균 치료는 어떻게 하나?
현재 표준 치료는 3가지 약제인 위산분비억제제, 아목시실린, 클래리스로마이신을 14일간 복용하는 것이다. 이를 ‘3제 요법’이라고 한다. 그러나 헬리코박터균의 항생제 내성이 높아지면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율은 63.9%에 불과했다는 최근 조사가 나왔다. 10명 중 4명은 2주간 약을 먹었는데도 헬리코박터 제균에 실패를 하는 것이다. 제균 치료에 사용되는 항생제 ‘클래리스로마이신’은 상기도 감염에 흔히 사용되는 항생제다. 한국에서 클래리스로마이신 내성률은 지난 10년 동안 점차 증가했다. 최근에는 제균 치료도 개인 맞춤형으로 시도되고 있다. PCR검사가 확산되면서 헬리코박터균 유전자를 획득, 항생제 내성이 있는 균인지 PCR 검사로 확인한 뒤 약 처방을 한다. PCR검사 후 항생제 감수성 결과에 따른 치료를 하면 치료 결과가 크게 좋아진다. 만약 클래리스로마이신 내성이 확인된 경우라면 ‘비스무스 4제요법’을 시행한다. 이는 위산분비억제제, 메트로디나졸, 비스무스, 테트라사이클린의 약제를 복용하는 방법이다. 제균 치료는 한 번할 때 성공해야 하며 이를 위해 개별 환자에게 맞는 맞춤 치료법에 대한 학계에 관심이 높다.
-위암 의심 증상에는 어떤 것이 있나?
조기위암은 증상이 없다. 증상에 의존하다가 치료 시기 놓칠 수 있다. 체중이 줄거나, 빈혈이 생기거나, 흑색변 등의 증상이 있다면 위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이다. 위암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서는 40세 이상은 2년에 한번씩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국가암검진이 시행되고 있지만 수검률이 충분치 않다. 코로나 유행으로 내시경 검사를 피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문제다. 코로나 무서워서 암을 놓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고 꼭 정기 검진을 받아야 한다. 내시경을 시행하는 대다수 병원에서는 여러 검사를 통해 코로나 환자를 선별하고, 내시경 소독 지침에 따라 철저히 소독을 하고 있으므로 감염은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40세 이하라도 속쓰림, 더부룩함 등의 위장 증상이 있고 위장약을 복용했는 데도 효과가 없으면 위 내시경을 해볼 것을 권한다.
-수술 없이 내시경 만으로 치료가 가능한 경우는?
조기위암 중 3분의 2는 내시경 절제술이 가능하다. 암이 위의 점막층, 점막하층에 분포했다면 내시경 절제가 가능하다. 과거에는 암세포 분화도가 좋은 것만 내시경 절제가 가능했는데, 분화도가 나쁜 암도 내시경 절제가 가능하며 재발률이 높아지지 않는 것으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위암 예방을 위해서는 어떤 생활습관을 가져야 하나?
국이나 찌개를 서로 공유하는 식습관은 지양하고 술잔 돌리는 것도 가급적 하지 않아야 한다. 저염식 위주의 식사를 해야 하며 채소, 과일 섭취도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무엇보다 위암 조기 발견과 예방을 위해서 40세 이상이라면 위내시경을 받아야 한다.
김병욱 교수는
가톨릭대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문 분야는 헬리코박터 관련 질환, 소화성 궤양, 위암 등이다. 2004년 미국 클리브랜드 클리닉 연수 당시 위암바이오마커 연구와 관련하여 미국소화기학회에서 지원을 받았다. 현재 보건의료연구원에서 시행하는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의 최적 맞춤 치료법 개발’ 연구책임자를 맡고 있다. 이 연구는 국내 16개 의료기관에서 총 2000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현재 표준 3제 요법으로 인정받는 치료법의 제균율이 감소하고 있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맞춤 치료법을 개발하는 연구다. 현재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진정이사,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 총무이사, 대한소화기학회 경기인천지회 무임소이사, 국제 학술지 Gut and Liver의 부편집장(Associate Editor)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