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피임약 먹는데, 생리혈… ‘자궁 이상’ 신호?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과다 출혈이라면 자궁내막 용종 등 가능성… 초음파 검사를 대부분 자궁 내막 얇아져서 생기는 일시적 현상 피임 목적이라면 계속 약 복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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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구피임약을 처음 먹기 시작했을 때, 부정 출혈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자궁 내막이 얇아지는 데 적응하기 위해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남성호르몬 수치가 높은 여성 A씨(25)는 호르몬 치료 일환으로 경구피임약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 다시 불안감에 휩싸여야 했다. 피임약을 먹은 지 한 달이 넘었는데도 먹는 중 생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피임약은 호르몬 수치를 조절해 몸이 임신했다고 착각하게 한다. 생리가 나올 수 없는 것. 실제로 이런 특성을 이용해 생리 주기 조절을 위해 피임약을 먹는 사람도 많다. 그럼 피임약을 먹었을 때 생리가 나면,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것일까?

◇피임약 먹는 중 생리 나올 가능성 매우 미미
경구피임약을 먹을 땐 생리가 나올 수 없다. 생리는 난소 속 성숙 여포가 내보낸 난자(배란)가 자궁벽에 착상한 뒤, 수정에 실패해 자궁벽과 함께 허물어지면서 피가 배출되는 것을 말한다. 경구피임약에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유도체가 들어있는데, 이 두 물질은 난소 내 여포를 자극해 성장을 촉진하는 ‘여포자극호르몬(FSH)’과 배란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황체형성호르몬(LH)’이 분비되는 것을 억제한다. 다시 말해, 배란 자체가 일어나는 것을 막는 것이다. 배란이 안 되면 생리는 당연히 할 수 없다.

그럼 왜 피임약을 처음 먹었을 때 피가 나온다는 사례가 많이 보고되는 것일까? 이는 생리가 아니라 자궁이나 질 벽에서 다른 이유로 피가 나는 부정 출혈로 봐야 한다. 가천대 길병원 산부인과 전승주 교수는 “경구피임약을 제때 맞춰 잘 먹었는데도, 부정 출혈보단 마치 생리처럼 출혈의 양이 많다면 자궁내막에 용종이 있거나, 자궁내막이 매우 두껍거나, 난소나 난관 등 기관에 혹이 있을 수 있다”며 “이때는 초음파 검사를 통해 자궁 내 이상은 없는지, 자궁경부에서 피가 난 것인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임약 속 프로게스테론, 자궁 내막 얇게 해 부정 출혈 유발
생리로 착각할 수 있는 부정 출혈은 경구피임약을 처음 접하는 여성에게 흔한 부작용이다. 실제로 복용 첫 달에는 10명 중 3명(30%)까지도 부정 출혈을 겪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개월이 지나면 부정 출혈 위험은 10%로 감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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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가 나올 때 나타나는 우리 몸의 호르몬 변화 도식화./사진=위키미디어 공용


자궁 검사를 해봤는데 해부학적으로 이상이 없다면 이는 피임약 속 프로게스테론 유도체 성분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은 내막을 얇게 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이동윤 교수는 “원래 우리 몸은 에스트로겐 호르몬이 먼저 나와서 내막을 증식 시켜 안정하게 만든 후,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이 나와 내막을 탈락시키고 얇게 한다”면서 “피임약에는 두 가지 성분이 동시에 들어있는데, 둘 중에서도 피임 효과를 지배적으로 내는 건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이라 피임약을 먹으면 자궁내막이 얇아진다”고 말했다. 피임약을 먹은 후 3개월 동안은 자궁 내막층이 줄어드는 작용에 적응하면서 부정 출혈이 나타날 수 있다. 이후에는 대부분 증상이 호전되는 것으로 보고된다. 전승주 교수는 “약을 먹은 지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부정 출혈이 나타난다면 투약 시각을 놓친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그게 아니라면 프로게스테론 유도체를 오래 복용해 얇아진 자궁내막이 깨지기 쉬운 상태로 변하는 탈락막화 현상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오랜 피임약 복용으로 자궁 내막이 얇아져도 건강이나 임신에는 크게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걱정된다면 잠시 경구 피임약 복용을 쉬면 된다. 체내 프로게스테론 호르몬 수치가 줄어들면 다시 자궁 내막이 두꺼워진다.

◇피임 목적이라면, 출혈있어도 약 계속 먹어야
부정 출혈이 나타났을 때, 피임약은 계속 이어서 먹어야 할까? 복용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 피임이 목적이라면 일정한 시간에 매일 순서대로 지속해서 먹어야 한다. 부정 출혈로 당황해 피임약을 먹지 않았다면, 일정한 복용 시간 이후 12시간을 기준으로 대처 방안이 달라진다. 12시간이 지나지 않았다면 걱정하지 말고 약을 바로 먹은 뒤, 다음날부터 다시 정했던 일정한 시간에 약을 먹으면 된다. 12시간이 지났다면 피임 효과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7일간 관계를 피하거나 콘돔 등 다른 피임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약은 잊은 약 중 마지막 한 알을 즉시 복용하고, 제날짜의 약을 정했던 일정한 시간에 다시 계획대로 먹으면 된다.

불안정한 호르몬 수치, 피부 질환 등의 치료 목적으로 피임약을 먹었다면 이어 먹지 않아도 바로 치료 효과가 떨어지지는 않는다. 이동윤 교수는 “치료 목적으로 피임약을 먹었다면 한 알을 빼먹는다고 해서 약효가 바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부정 출혈이 걱정된다면 전문의와 상의 후 피임약 복용을 잠시 중단해 생리한 뒤 다시 복용을 시작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에스트로겐 함량 높이면, 부정 출혈 멈출 수도
부정 출혈을 멈추려면 자궁 내막을 두껍게 하는 에스트로겐 유도체 함량이 높은 피임약으로  복용 약을 바꾸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고함량 에스트로겐은 혈전 생성, 메스꺼움, 복부팽만, 유방 압통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피임약을 바꿀 땐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가 필요하다. 피임약 복용 주기가 끝나기 직전에 출혈이 발생했다면 피임약 복용을 중단하고 생리를 한 뒤, 약 중단 8일째 다시 피임약을 복용하면 부정 출혈을 멈출 수 있다. ▲출혈이 많거나 ▲부정 출혈이 오래 지속됐거나 ▲피임약을 먹고 있는 중간에 부정 출혈이 나타났다면 원래 먹던 피임약을 먹으면서, 에스트로겐 유도체 호르몬이 함유된 피임약을 7일간 추가로 먹을 수도 있다. 다만, 이때는 반드시 전문의 소견과 처방이 필요하다. 전승주 교수는 “여러 방법으로 부정 출혈을 멈추기 위해 노력했는데도 계속 비정상적인 출혈이 있다면 혹여 자궁경부암은 아닌지, 자궁에 해부학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검사하고, 다른 약을 같이 복용한 것은 아닌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