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의 과학… 오를 땐 심혈관, 내려올 땐 혈당 개선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운동, 따져봤다③] 등산 편 올라갈 때, 내려갈 때 모두 근력 운동 돼 혈당 내리는데 좋지만, 관절 약하다면 증상 악화할 수도 자신에게 맞는 코스로, 스틱 이용해서 등산해야

▲ 등산은 자신이 소화할 수 있을 코스를 선정해 무리 가지 않게 한다면,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 효과를 모두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운동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등산을 하는 사람이 늘었다. 코로나19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덩달아 운동으로서 등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 실제로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이번 해 상반기만 해도 등산 장비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약 39% 증가했다. 블랙야크가 운영하는 등산 커뮤니티인 ‘블랙야크 알파인 클럽’ 회원은 지난해 4월 14만명에서, 올해 8월 26만명으로 거의 2배 가까이 뛰었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관심을 받을 만큼 등산이 좋은 운동일까? 등산으로 얻을 수 있는 건강 효과와 안전하게 등산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등산, 근력운동과 유산소 운동 한 번에 잡을 수 있어
등산은 근력운동과 심폐기능을 키우는 유산소 운동 효과 모두를 얻을 수 있는 운동이다. 특히 근력운동에 효과적이다.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도종걸 교수는 “근력과 심폐 기능을 동시에 키울 수 있는 다른 운동으로 러닝이 있는데, 러닝은 유산소 운동 효과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등산은 근력 단련을 러닝보다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등산은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 모두 근력 운동이 된다. 도종걸 교수는 “산에 올라갈 때는 전체 근육의 길이가 짧아지는 단축성 수축 운동을, 내려갈 때는 근육이 천천히 길어지는 신장성 수축 운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축성 수축 운동은 흔히 힘을 줘 근육을 단단하게 수축하는 운동을 말한다. 신장성 수축 운동은 전체 근육 길이는 늘어나지만, 일부 근섬유가 교대로 수축하는 운동을 말한다. 예를 들어, 고무줄을 당겼다가 다시 원래 형태로 천천히 돌려보내면 고무줄의 탄성력을 버텨내기 위해 어느 정도 힘을 줘야 하는데, 이때 하는 운동이 신장성 수축 운동이다. 미국 심장학회에 따르면 단축성, 신장성 수축 근육 운동 모두 심혈관질환 위험과 혈당 수치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산을 오를 때와 내려갈 때 볼 수 있는 건강 효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도 있다. 오스트리아 연구팀은 평소 운동을 하지 않는 성인 4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2개월 동안 한 그룹은 1주에 3~5번 산을 걸어서 올라갔다가 곤돌라를 타고 내려오도록 했고, 다른 그룹은 곤돌라를 타고 올라갔다가 걸어서 내려오도록 했다. 그 결과, 두 그룹 모두에게서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10% 개선됐다. 산을 오르는 운동을 한 그룹은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중성지방 수치가 줄었고, 내려가는 운동을 한 그룹은 혈당이 떨어지고, 혈당 저항성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천대 길병원 정형외과 이범구 교수는 “등산은 무릎 대퇴사두근을 비롯해 전신 근육을 골고루 사용하게 하는 운동”이라며 “실제로 나 또한 당뇨 진단을 받고 몇 해 전 등산을 시작했고, 현재는 혈당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해발 1km 이상 높이의 산은 심폐기능 단련에 좋다. 지상과 다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우리 몸이 다양한 물리적·생화학적 변화를 시도하기 때문이다. 폐순환 기능이 향상하고, 신체 각 조직의 물질 교환도 활발해진다. 등산은 정신 건강에도 매우 좋다. 햇볕을 쬐는 것과 푸르른 녹음을 보는 것이 일명 행복 호르몬이라고 알려진 세로토닌이라는 신경 물질 분비를 늘리기 때문이다.

◇당뇨·우울증 앓고 있는 사람에게 권장돼
등산은 권장되는 사람과 조심해야 하는 사람이 뚜렷한 운동이다. ▲혈당 조절이 필요하거나 ▲심하지 않은 골다공증·관절염을 앓고 있거나 ▲우울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등산을 시도해 보자.

등산은 혈당 조절에 굉장히 효과적인 운동이다. 이범구 교수는 “등산은 근육을 단련하기에 좋은 운동인데, 늘어난 근육이 당을 활발하게 사용하면서 혈당이 내려가게 된다”고 말했다. 근육을 단련하면, 몸속 장기와 조직에 쓰이고 남은 포도당은 근육의 에너지원으로 쓰이게 된다. 근육은 다른 장기와 조직보다 포도당을 많이 소모하는 부위이기도 하다. 특히 산행에서 많이 쓰이는 허벅지 근육은 몸속 근육 3분의 2 이상 몰려있어 단련되면 혈당 수치를 효과적으로 낮춘다.

심하지 않은 골다공증·관절염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도 산행은 권장된다. 뼈는 물리적 압력을 받았을 때 뼈를 만드는 세포인 조골세포가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심하지 않은 관절염을 앓고 있다면 근육의 강도가 늘어나면서 관절이 안정되고, 관절로 가는 충격을 근육이 흡수하면서 오히려 관절염이 완화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산은 우울증 환자에게도 좋다. 자연이 우울감을 더하는 행위나 사건에 대한 생각을 잊게 할 뿐 아니라, 등산으로 근육이 자극을 받으면 긴장을 푸는 호르몬인 엔도르핀 분비량이 약 10~20% 정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제대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의 실험 결과, 우울증 환자를 숲속에서 치료했을 때 병원에서 치료하는 것보다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허리 아프고, 관절 안 좋다면 산행 삼가야
관절, 인대 등이 심하게 닳아 있다면 등산을 피하는 것이 좋다. 효과적인 근력운동이라는 건 다시 말해 근육 부근에 많은 부하가 많이 실린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범구 교수는 “평상시 걸을 때는 체중의 1.3배 정도의 하중이 무릎에 실리지만, 가파른 산을 오를 때는 5~6배까지도 늘어나게 된다”며 “관절, 인대 등이 약하다면 오히려 증상이 악화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행하면 특히 몸의 하중이 무릎 관절에 집중적으로 가해지기 때문에 중증 관절염 환자는 산행을 피해야 한다. 통증이 심한데도 이를 낫게 하겠다며 산행을 시도했다가 오히려 관절염이 악화할 수 있다.

허리에 통증이 있는 사람도 등산 전 전문의 소견을 들어보는 것이 좋다. 허리가 아프다면 관절 주위 근육, 인대, 관절낭 등이 굳거나, 디스크가 있을 수 있다. 이때 등산을 하면 오히려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초기라면 오히려 근육을 강화해 허리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산행 전 병원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심장 박동수가 분당 100회를 넘는다면 조금만 숨이 차도 심장마비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등산은 피해야 한다. 심근경색을 앓은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사람도 등산하면 안 된다. 심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무리가 갈 수 있다.

◇자신에게 맞는 코스로 무리 않고 등산해야
등산은 주의사항만 잘 지키면 좋은 건강 효과를 안전하게 누릴 수 있다. 건국대 정형외과 김태훈 교수는 “등산은 자신의 단계에 맞게 무리하지 않고 오르는 게 가장 중요하기에 앞선 사람이 빨리 간다고 빨리 쫓아가면 위험하다”며 “완만하고 낮은 산에서 시작해 점차 높여 가야 건강 효과도 제대로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맞는 코스를 정한 뒤에는 등산 전 근력과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 산을 오를 때는 신발 바닥 전체를 지면에 밀착시키고, 보폭을 줄여 걸어야 몸의 하중이 발에 고르게 분산돼 체력 소모를 줄일 수 있다. 산에서 내려올 땐 더욱 조심해야 한다. 방심해 부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리막길에서는 뒤꿈치부터 지면을 디뎌 체중 때문에 실리는 하중이 직접 무릎 관절에 전달되지 않도록 해야 안전하다. 무릎을 평상시보다 약간 더 깊숙이 구부려주면 관절 부담을 더욱 줄일 수 있다. 경사가 심할 때는 곧바로 내려오는 것보다 사선으로 내려와야 한다. 힘들 때는 서서 잠시 쉬는 것이 좋다. 오래 쉬면 몸이 이완돼 피로가 가중될 수 있다.

관절이 안 좋거나, 걱정되는 사람이라면 등산 스틱을 꼭 사용해야 한다. 김태훈 교수는 “스틱은 체중으로 인한 하중을 약 30% 줄여줘, 무릎 부담을 덜게 한다”며 “스틱을 들고 움직이면 어깨 운동도 동시에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요즈음처럼 일교차가 클 때는 체온 유지에 신경 써 산행해야 한다. 얇은 옷을 여러 겹 입어 기온 변화에 따라 옷을 입고 벗기 쉽게 해야 한다. 또한, 날이 갈수록 해가 급격히 짧아지기 때문에 이를 염두에 두고 일몰 전 늦지 않게 하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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