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물건 자주 잃어버리는 사람, 건망증 아닌 ‘이것’일 수도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10/11 05:00
평소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거나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로 집중하기 어렵다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의심할 필요가 있다. 흔히 ADHD를 소아청소년기에 나타나는 질환으로 알고 있지만, 성인 역시 겪을 수 있다.
성인 ADHD는 소아청소년기에 보였던 과잉행동이 줄어들지만 주의력 결핍과 충동성이 지속되는 양상을 보인다. 물건을 쉽게 잃어버리는 것 외에도 ▲자주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생각을 하는 경우 ▲중요한 업무를 시작했지만 끝을 맺지 못하는 경우 ▲계획을 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 ▲약속 시간을 잘 지키지 못하는 경우 성인 ADHD를 의심해볼 수 있다.
‘강한 충동성’도 주요 증상 중 하나다. 뇌 속 충동성이 결여돼 화가 나면 자제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기분이 나쁘면 갑자기 ‘욱’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로 인해 가족·대인관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속도위반‧음주운전 등 운전 관련 문제가 많고, 심하면 약물‧알코올‧마약‧도박‧게임 중독에 빠지기도 한다.
성인 ADHD 환자 중 약 80%는 우울증‧불안장애‧충동조절장애 등을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같은 증상을 단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라고 생각할 뿐 성인 ADHD를 의심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근본적인 치료를 어렵게 만드는 원인인 된다. 기저질환인 성인 ADHD가 제대로 진단되지 않은 채 동반질환만 치료할 경우, 환자는 계속해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되며 치료 후에도 개선되지 않는다는 자괴감에 빠질 수도 있다. 때문에 관련 증상이 있다면 ADHD 가능성 또한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성인 ADHD는 약물과 인지행동치료 등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 치료에 성실하게 임할 경우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호전된다. ADHD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이 결핍된 상태기 때문에, 도파민 분비가 자생적으로 늘어날 수 있도록 돕는 약물을 사용한다.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이 대표적이다. 일정 기간(최소 3년) 꾸준히 약물을 투여하면 향후 약물 도움 없이도 뇌 내 도파민 분비가 스스로 이뤄지고 정상적인 기능이 가능해진다. 성인 ADHD 치료는 보험 급여 적용이 가능한 만큼, 일상생활에서 관련 증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지체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치료를 받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