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심장 판막 질환 증가… 숨차고 가슴 답답한 증상 땐 의심을"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 세계 심장의 날 특집 ] 김효수 대한심장학회 이사장 인터뷰 심근경색 막힌 혈관 뚫는 스텐트, 빠른 치료 관건… 죽어가는 심근세포 살리는 줄기세포 나와 '매직셀' 보건복지부 혁신적 의료기술 지정

▲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 교수는 “고령층에서 많은 심장 판막 질환은 숨참 등의 증상을 노화로 생각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아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제공


한국인 10명 중 1명은 심장질환으로 사망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체 사인의 10.5%가 심장질환이다. 사망 원인이 암 다음 2위지만, 단일 질환으로 따지면 가장 크다. 한국인을 위협하는 심장질환. 심장질환 중에서 죽상동맥경화증이 원인이 되는 협심증·심근경색이 환자 수가 가장 많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노인에게 많은 심장 판막 질환도 무시할 수 없다. 9월 29일 '세계 심장의 날'을 맞아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 교수(대한심장학회 이사장)를 만나 심장질환의 새로운 치료법들에 대해 들었다. 앞서 심장질환과 관련해 몇 가지 '확인'부터 했다.

―심장질환은 한국인 주요 사망 원인이다?

"그렇다. 혈압, 콜레스테롤, 혈당 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서 죽상동맥경화증이 젊은 나이에서부터 생기고 있다. 죽상동맥경화증은 향후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같은 질환으로 이어진다. 죽상동맥경화증은 드러나는 증상이 없기 때문에 간과하기 쉬운데, 다행인 것은 10여 년 전부터 병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건강검진이 활성화 되면서 경동맥 초음파나 관상동맥 석회화 CT 등을 통해 조기 진단도 활발히 하고 있다."

―심장 판막 질환은 생소한 질환이다?

"심장 판막은 심장 내에서 혈액이 역류하지 않고 한쪽 방향으로 흐르도록 해주는 심장 밸브와 같은 역할을 하는 조직이다. 심장 판막은 승모판막·삼천판막·대동맥판막·폐동맥판막이 있는데, 혈액의 압력이 센 대동맥판막과 승모판막에 병이 잘 생긴다. 과거에는 류마티스열 감염 후유증으로 인한 승모판막 협착증이 더 많았다. 그러나 생활 수준과 위생 수준이 높아지면서 승모판막 질환은 거의 사라지고 노화로 발생하는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대동맥판막은 하루에 10만번 열렸다 닫히는데, 마치 소모품과 같아서 나이가 들수록 딱딱해지거나 협착될 수 있다. 판막이 잘 열리고 닫히지 않으면 심장에 과부하가 걸리게 된다. 심장 기능이 떨어지고 폐 울혈이 생기면서 숨이 차고 가슴이 아프다. 또 온몸으로 나가는 피가 모자라니까 어지럽거나 온몸에 힘이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증상을 '단순 노화'로 생각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 문제다. 심장 판막 질환으로 심장 기능이 떨어지면서 혈전이 발생, 뇌졸중도 유발할 수 있다. 심장 판막 질환은 심근경색 등 관상동맥질환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지만 최근 고령층에서 환자가 늘고 있다."

―심장 판막 질환 유병률은 어느 정도로 추정하나?

"심장 판막 질환은 75세 이후에 드러난다. 세계적으로 80세 이상 인구의 10% 정도가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죽상동맥경화증이 원인이 되는 심근경색·협심증보다는 적지만, 고령층만 따져보면 환자 수가 적다고 할 수 없다."

―심근경색, 심장 판막 질환 등을 의심해 봐야 할 때는?

"심근경색 증상은 가슴의 정중앙이 꽉, 묵직하게 조이는 통증, 심할 경우 식은 땀이 나고 토할 것 같은 느낌 등이다. 심장이 왼쪽에 있다고 왼쪽 가슴에 통증이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주로 정중앙에서 통증이 느껴진다. 내장 기관의 통증은 정확한 위치가 모호한 것이 특징이다. 콕콕 찌르는 통증, 손가락으로 위치를 지적할 수 있는 통증은 심근경색 증상이 아닐 확률이 높다. 심장 판막 질환은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한 것이 대표 증상이다. 뇌로 가는 혈류가 모자라면 어지러움·실신 증상이 나타나고, 사지로 가는 혈류가 모자라면 온몸에 힘이 없는 증상도 나타난다."

―심근경색 치료는?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스텐트 치료가 가장 널리 행해진다. 심근경색이 발병되면 그 시점부터 심장 근육이 죽기 시작하므로 빠른 치료가 관건이다. 최근에는 죽어가는 심근세포를 살려주는 줄기세포 치료 '매직셀'을 개발해 스텐트 시술 환자에게 시도하고 있다. 심장 스텐트 시술 후 한 달 안에 말초 혈액에서 뽑은 줄기세포를 주입하면 죽어가는 심근세포를 절반 정도 살릴 수 있다. 치료 6~9개월 시점에 MRI로 평가했을 때 심장 기능을 5%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에서 혁신적 의료기술로 지정했으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보험 적용을 검토 중에 있다."

▲ 허벅지 혈관에 인공판막을 삽입해 노화로 두꺼워진 대동맥판막을 교체하는 TAVI 시술을 하는 모습.


―고령 환자가 많은 심장 판막 질환 치료는?

"심장 판막 질환 치료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가슴을 열고 손상된 판막을 제거한 뒤 금속판막으로 갈아 끼우는 수술을 하거나, 허벅지 혈관을 통해 판막이 달린 카테터를 넣어 손상된 판막을 대체하는 시술(TAVI, 타비)을 하는 것. 수술의 경우는 체력적인 부담이 있어서 고령이거나 동반질환이 있는 환자는 '수술 위험이 높은(high-risk)' 그룹으로 정하고 타비 시술을 권했다. 그러나 최근에 나온 연구로는 수술 위험이 높지 않은 '수술 중위험(intermediate-risk)' 환자 그룹, '수술 저위험(low-risk)' 환자 그룹도 수술 대비 사망률 감소 등의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한 결과가 발표됐다. 다만 타비 시술은 2000만~3000만원의 고가의 시술이다. 현재 시술은 수술 고위험군 환자만을 대상으로 20%의 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고, 학계와 정부가 보험 급여 범위를 고위험군에서 80%까지 확대하고자 논의 중에 있다. 그러나 고령의, 여명이 얼마 남지 않은 고위험군 환자에게만 보험 혜택이 돌아가면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환자에게 50% 보험 급여를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인 대안이 아닐까 생각한다."

―타비 시술의 결과가 좋게 나온 이유는?

"타비 시술은 가슴을 열지 않고 혈관을 통해 스텐트를 삽입해 인공 판막을 펼치고 나오기 때문에 최소침습적이다. 수술은 가슴을 열고 문제가 되는 판막을 도려내고 꿰매는 수술 과정 중에 심혈관 조직에 흉터가 생기거나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데, 타비 시술은 상대적으로 이러한 위험성이 낮다. 다만 시술은 수술 대비 인공심장박동기 삽입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있다. 이들 데이터는 대부분 1~2년간의 추적 연구 결과로, 앞으로 5~10년 장기 연구 결과도 살펴봐야 한다. 타비 시술은 도입된 지 10년 정도 밖에 안돼 시술에 사용된 조직 판막(소·돼지 판막)의 내구성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다. 조직 판막의 수명이 다하면 재시술을 해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 병원에서는 기본적으로 나이 제한을 두고 75세 이상은 타비 시술을 시행하고 있다. 타비 시술은 시술 후 하루 정도 중환자실에서 경과를 살펴보고, 일반 병실로 옮겨 4~5일 후면 퇴원한다. 시술받는 환자 10명 중 8명 정도는 시술 직후 증상의 호전을 확실히 경험하고, 이전과 비슷하다고 느끼는 경우는 2명 정도 된다."

―세계 심장의 날을 맞아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심장질환은 10여 년 전부터 인지도가 높아졌다. 원인 질환인 죽상동맥경화증은 증상이 없고, 심장 판막 질환은 서서히 진행되다 70대 이후에 발견이 되다보니 심장질환은 간과하기 쉽다. 그러나 한국은 심장질환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고, 이미 단일 질환으로는 1위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심장 판막 질환 등 아직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대한심장학회는 질환 인지도를 높이고자 세계 심장의 날을 맞아 9월 한 달 동안 대국민 대상 심혈관 질환 인지도 향상을 위해 라디오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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