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가 약? 합법 재배로 바이오산업 키운다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안동시, 첫 '합법 수확'… 재배 관련 '규제 완화' 움직임



미국 곳곳에선 기호용 대마(마리화나)를 합법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 현재 미국 내 17개 주에서 기호용·의료용 대마 판매와 구매를 허용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마 합법화' 공약에 따라 연방 차원에서도 대마를 합법화하기 위한 절차를 추진 중이다. 국내선 대마를 금기시하는 것으로만 오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미 국내에서도 대마는 생산·유통되고 있다. 어떻게 된 걸까. 국내 산업용 대마의 현황을 알아봤다.

▲ 안동시는 중앙부처의 허락을 받아 지난해부터 규제자유특구를 조성해 산업용 대마를 키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안동시, 국내서 50년 만에 '대마초' 합법 수확한다
국내에선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대마를 생산할 수 없다. 유통·판매는 물론, 소지하기만 해도 불법이다. 그런데도 국내선 '합법적으로' 대마가 생산되는 곳이 있다. 경북 안동시는 중앙부처의 허락을 받아 지난해부터 규제자유특구를 조성해 산업용 대마를 키우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산업용 대마 재배·관리 실증 사업에 돌입했고, 이는 최근 수확됐다. 마약류관리법이 만들어진 1974년 이후, 약 50년 만의 '합법 수확'인 것이다. 안동시와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은 한국콜마·유한건강생활 등 제약사와 함께 수확한 대마로 '의료용' 시제품을 제작할 계획이다.

여태까지 국내서 대마를 아예 재배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마 중에서도 환각 성분(THC) 함량이 적은 종류를 '햄프(hemp)'라고 부른다. 대마관리법에 따라 허가를 받은 대마취급자는 햄프를 재배하고, 잎이나 꽃을 제외한 종자·뿌리·성숙한 줄기를 판매할 수 있었다. 안동에선 현재 의료용 소재 '칸나비디올(CBD)'를 추출할 목적으로 잎과 꽃도 수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마에 관한 부정적인 인식 탓에 대마씨앗은 '햄프씨드'라는 이름으로 더욱 잘 알려졌다. 건강식품으로 유명한 햄프씨드는 식품, 화장품 등에 활용되고 있다.

▲ 건강식품으로 유명한 햄프씨드는 식품, 화장품 등에 활용되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의료용 대마' 합법화됐지만… "부분적 허용일 뿐"
정부가 위험을 감수하고 규제자유특구까지 만들어 대마 규제를 완화한 이유는 대마가 가진 여러 효능 때문이다. LED 식물공장을 이용해 대마 등 신약 성분을 연구하고 있는 전북대학교 약학대 심현주 교수는 "대마 속에는 여러 종류의 '카바노이드' 성분이 존재하고, 이들 성분은 신체의 생리적 기능을 다양하게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며 "이중 THC, CBD 등이 대표적인 성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THC는 환각 작용이 강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CBD는 부작용 없이 뇌전증, 통증 경감, 우울·불안감 완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칸나비디올(CBD)은 특히 소아 뇌전증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018년 뇌전증 치료제로 CBD를 주성분으로 한 의약품 '에피디올렉스'를 허가했고, 국내서도 이를 처방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이는 '의료용 대마' 전부를 허용한 것은 아니다. 한국의료대마운동본부 강성석 대표는 "현재 법은 해외 제약사에서 만든 특정 의약품 하나만을 상급종합병원에서만 처방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교육을 받은 소수의 의료인만 처방할 수 있어서 특정 병원만을 찾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질병코드에 해당하지 않는 환자들은 여전히 처방이 어렵다"고 했다.

◇"대마는 고부가가치 상품, 규제하기보다 활용해야"
몇몇 전문가들은 대마에 관한 효능이 충분히 입증된 만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심현주 교수는 "의료용 대마로 허가를 받은 의약품이 유럽과 미국에 다수 존재하고, 해외에서는 THC 성분이 0.3% 이하인 경우엔 마약류에서 제외해 식품, 화장품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며 "마약이라는 오명으로 규제에 묶여있던 대마의 활용이 전 세계에서 풀려가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규제보다는 활용 방안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환각 성분이 조금이나마 함유된 만큼 오남용에 관한 우려는 무시하기 어렵다. 심현주 교수는 "대마의 오남용에 대한 우려는 남아 있다"며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심층적인 검토와 함께 활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몇 차례 THC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한 햄프씨드 제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적발돼 긴급 회수된 바 있다. 특정 제품에서는 기준치의 100배를 넘는 THC가 검출되기도 했다. 식약처는 THC 함량이 ▲대마씨앗(햄프씨드)은 5ppm(5mg/kg) 이하 ▲대마씨유(햄프씨드오일)는 10ppm(10mg/kg)을 넘지 않도록 기준치를 정해둔 바 있다.

식약처는 현재 대마 성분 제품 유통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 식약처 관계자는 "국내 생산 햄프씨드 제품은 영업자가 기준규격에 따라 정기적으로 자가 품질검사를 진행해야 하고, 부적격이 나오면 식약처에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며 "수입 제품은 통관 과정에서 기준규격 검사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모든 제품을 상시 모니터링하기는 어렵지만, 위해 정보가 들어오거나 필요한 경우에 따라 비정기적으로 수거를 진행해 적합하지 않은 제품이 유통되고 있다면 회수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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