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하지만 일부러 동시접종할 필요는 없어

정부는 오는 14일부터 코로나19 백신과 인플루엔자 동시 접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되도록 간격을 두고 접종하는 게 좋지만, 서로 다른 백신을 접종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코로나19 백신과 다른 백신의 동시 접종은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미국과 영국은 이미 각각 6, 7월부터 코로나19 백신과 다른 백신의 동시 접종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코로나19 백신 부작용부터 걱정된다. 정말 두 가지 백신을 동시에 맞아도 괜찮을까?
◇전혀 달라서 괜찮은 코로나19 백신
기본적으로 예방백신 접종은 동시 접종하려는 백신의 종류가 모두 생백신만 아니면 동시접종이 가능한데, 이 원칙은 코로나19 백신에도 적용된다. 생백신은 살아있는 세균을 몸에 넣는 방식으로 면역을 획득하기 때문에 동시에 다른 여러 종류의 생백신을 접종하면 이상반응 위험이 커져, 생백신과 생백신 간 접종간격은 최소 4주다. 대표적인 생백신으로는 MMR, BCG, 일본뇌염, 수두(대상포진 포함), 신증후군출혈열, 장티푸스, 로타바이러스 백신 등이 있다. 인플루엔자 백신은 사백신에 속한다. 즉, 생백신과 사백신, 사백신과 사백신은 동시에 접종해도 문제가 없다.
우리가 접종하는 코로나19 백신은 어디에 속할까? 국내 허가를 받은 백신은 mRNA 계열 백신(화이자, 모더나)과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백신(아스트라제네카, 얀센)인데, 두 백신은 생백신도 사백신도 아니다. 완전히 다른 종류의 백신이다. mRNA 백신은 바이러스 항원 유전자를 RNA 형태로 투여해서, 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바이러스 항원 유전자를 다른 바이러스에 넣어 투여해 면역을 획득한다.
서울대병원 약물안전센터 강동윤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정보를 몸 안에 심어주는 게 목적으로, 이 정보를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백신의 종류가 달라진다"고 밝혔다. 그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정보를 전달할 포장지가 불활성화된 다른 바이러스이고, 화이자나 모더나의 경우 불안정한 mRNA를 감싸주는 LNP(리피드 나노파티클)이 포장지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이는 생백신, 사백신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라 코로나19 백신은 어떤 백신과도 동시에 접종해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굳이 동시 접종할 필요는 없어
결론적으로 코로나19 백신과 다른 백신을 동시 접종은 과학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굳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날 다른 백신을 맞을 필요도 없다. 되도록 며칠 정도의 간격을 두는 게 좋다. 혹시 모를 이상반응 추적 등을 위해서다.
강동윤 교수는 "이론적으로 코로나19 백신과 다른 백신을 동시에 접종해도 안전성과 유효성에는 문제가 없지만, 동시 접종을 했다가 이상반응이 생기면 무엇이 문제인지 알기 어려워지기에 일부러 다른 종류의 백신을 동시에 접종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정부가 코로나19 백신과 인플루엔자 백신 동시 접종을 허용한 것은 접종일정이 지연되지 않게 하려는 조치로, 미국 CDC도 동시 접종을 권고하는 게 아니라 동시 접종해도 괜찮다는 의미로 동시 접종을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 교수는 "백신 접종의 대원칙은 '건강 상태가 좋은 날 접종'이므로, 자신의 상태를 잘 살펴 백신 접종을 진행하길 권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