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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모유 거래 성행… 성인 남성이 고객인 이유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09/01 15:46
바이두 등 온라인 몰서 한 포 수천 원에 '자양 강장제'로 거래
“요우후오!”(有货, 물건 있다!)
모유를 판다는 그들만의 은어다. 2021년 중국 소셜미디어에선 2000년부터 거래 금지된 모유를 ‘물건(货)’이라고 대명사 화하며 아직도 암암리에 판매하고 있다. 중국 매체 펑파이는 이미 모유 거래가 큰 시장을 형성했다고 봤다. 모유량이 부족한 여성이 주 고객이긴 하지만, 성행엔 모유가 건강에 좋다는 낭설이 부른 성인층 수요도 한몫했다. 건강에 좋다는 이유를 명분으로 신선한 모유를 먹고 싶다며 유사 성매매를 요구하는 성인 남성 구매자까지 생겼다. 이 명분은 유효한 걸까? 전문가들은 위생적 측면에서 오히려 건강에 안 좋을 수 있다고 본다.
◇온라인으로 빠르게 매칭되는 모유 거래
중국 매체에 따르면 현재 바이두, 타오바오, 웨이보 등 주요 온라인 판매 플랫폼과 소셜미디어에서 모유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한 온라인 판매점에서 모유 구매는 누적 이용자가 3만명이 넘기도 했다. 가격은 100㎖ 한 포에 15~50위안(약 2700원~9000원) 정도로 형성돼있다. 거래는 간단하다. 누군가 사겠다는 게시물을 올리거나, 물건이 있다는 게시글을 올리면 감시를 피하고자 순식간에 수요자와 판매자가 서로를 낚아채 거래가 성사된다. 그럼 판매자는 냉장 또는 냉동 방식으로 모유를 발송한다.
◇모유, 성인 건강에 좋다는 근거 없어
초반 모유 거래 주 고객층은 모유가 잘 나오지 않거나, 적게 나오거나, 질환 때문에 모유를 먹이지 못하는 엄마들이었다. 이들뿐이었다면 자연스럽게 시장은 양지로 나와 모유 은행에서 안정성이 보장된 채 거래될 수 있었다. 하지만, 모유 거래가 음지에서 성행하게 된 건 모유가 건강 자양제, 여드름 완화제 등의 효능이 있다는 낭설 때문이다. 모유를 찾는 성인들이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성인 건강에도 좋을까?
아니다. 강동경희대 소아청소년과 정성훈 교수는 “모유가 성인 건강에 좋다는 말은 근거가 전혀 없다”며 “물론 모유엔 면역성분이 들어있지만, 이는 신생아에게 도움이 될 정도지 성인에게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유에 함유돼 있다고 알려진 필수 아미노산, 미네랄 등의 성분들도 음식으로 이미 충분량 섭취하고 있는 성인들은 굳이 모유로 섭취할 필요가 없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중국 의학 전문의는 “오히려 성인이 섭취했다가 설사나 복통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위험할 수도
음지에서 성행하는 모유를 거래해 마시는 게 성인에게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다. 냉장 또는 냉동 방식으로 모유를 보관, 배송해 위생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성훈 교수는 “냉장이나 냉동 보관으로는 혹여 모유에 포함됐을 위험한 바이러스를 비활성화할 수 없다”며 “보관과 운송 중 녹거나 파손되면 다른 세균에 감염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은 모유는 타인의 바이러스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면역결핍바이러스(HIV), 활동성 결핵균, 헤르페스바이러스(Herpes), 사람T세포백혈병바이러스(HTLV), 매독(VDRL), B형 간염항원(HBsAg), C형간염(HCV) 등이 전달될 수 있다.
한 여성이 항암제, 향정신성의약품 등 마약류 등의 약물복용력이 있다면 이 또한 모유를 통해 안 좋은 성분이 전달될 수 있다.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은 모유 거래가 위험한 이유다.
◇꼭 필요하다면, 모유 은행 이용해야
물론 이른둥이, 분유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 등 일부 아이에게 모유는 꼭 필요하다. 특히 면역체계가 덜 발달해 감염 위험이 큰 이른둥이에게 모유는 보약이나 다름없다. 이른둥이가 모유를 먹으면 괴사성 장염, 망막증. 뇌염 등의 발생 빈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에든버러 의대 마누엘 블레사 교수팀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모유 섭취가 이른둥이의 뇌 신경 물질 양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유가 꼭 필요한 아이들은 어떻게 모유를 공급받아야 할까. 개인 거래 등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모유는 당연히 피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모유 은행을 이용하면 된다. 정성훈 교수는 “모유 은행에서는 출산 후 1년 이내의 수유 가능한 여성에게만 기부를 받으며, HIV, VDRL 등 여러 바이러스 검사를 통해 안전성도 확인한다”며 “출고하기 전 62.5도 저온살균을 통해 한 번 더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을 봉쇄한다”고 말했다.
모유 은행에서 모유를 받으려면 의사소견서만 가져가면 된다. 물론 까다로운 공정을 거쳐 관리되기 때문에 최소한의 비용(100㎖ 3,200원)을 받고 모유를 공급한다. 정성훈 교수는 “이른둥이 등 아픈 아기 비율이 늘면서 기증 모유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