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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당' '크로플' 심하게 단 디저트, 열량보다 무서운 건…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08/26 10:00
[단맛중독 ②] 달아지는 카페 메뉴… 습관 들이면 끊기 어려워
“열량이 높을 것 같긴 한데, 한번 맛보는 건 괜찮지 않을까요?”
더 이상 카페는 커피만 마시러 가는 곳이 아니다.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카페 문화를 맛보러 가는 곳이 됐다. 카페 문화 유행 족보를 더듬어보면 흑당음료, 달고나 커피가 있다. 그리고 최근엔 크루아상을 와플 형태로 만드는 크로플(크루아상+와플)이 인기를 독차지하고 나섰다. 벌써 다음 주자로 크루아상을 도넛 형태로 만든 크로넛(크루아상+도넛)이 시동을 걸고 있다. 점점 더 강력한 단맛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유행하는 카페 문화로 일상 속을 파고들어 단맛에 대한 경계를 무너뜨린다는 것에 있다. 전문가들은 한 번쯤 맛보는 건 괜찮을 것이라 여기고 새로운 디저트가 나올 때마다 먹는 습관이 어느새 중독을 야기할 수 있다고 본다. 말 그대로 단맛중독이다.
◇생각보다 더 높은 디저트 당 함량
유행하고 있는 디저트의 당 함량은 생각보다 더 높다. 서울시가 흑당음료 판매점 6개 브랜드 30개 제품 등 총 105건을 수거해 당류 함량을 검사한 결과, 흑당음료 한 컵 평균 당류는 1일 기준치의 41.6%였다. 두 잔만 마셔도 하루 치 당 함량을 거의 다 채우게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당류저감종합계획’을 통해 제시한 가공식품 1일 당류 섭취량은 성인 기준 총 200kcal, 50g 이내다. 다음 타자였던 달고나 커피는 더 달다. 시중 판매된 달고나 커피 중 가장 단 제품은 무려 당 성분이 60g이나 들어, 한 잔만 마셔도 1일 기준치를 초과한다. 열량도 663㎉에 이르렀다. 다른 제품들도 당 함량이 30~42g 정도로 1일 기준치의 절반이 넘는다.
크로플부턴 당에 지방이 더해진다. 크로플의 주재료인 크로아상 자체도 지방이 많다. 밀가루 반죽 사이사이에 버터를 발라 결을 만들기 때문이다. 크로아상에 또 버터를 넣어 와플 형태로 만든 게 크로플이다. 크로아상(150g)엔 평균 14.6g의 포화지방이 들어있는데 이는 식약처가 정한 1일 영양성분기준치의 97%에 해당하는 양이다. 크로플엔 버터를 더 추가하기 때문에 하나만 먹어도 1일 기준치를 초과한다. 크루아상은 일본 규시 대학 연구팀의 연구에서 체내 트랜스 지방을 크게 높이는 음식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최근에는 크로넛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미국에서 건너온 크로넛은 미국에서도 고열량 디저트로 화제가 된 디저트다. 크루아상을 도넛 형태로 만들어 도넛처럼 각종 시럽과 초콜릿 등으로 꾸미기 때문이다.
◇단 음료는 한 잔도 마시지 않는 게 좋아
당이 든 음료는 당류가 얼마나 들었든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미국심장학회 학술지 ‘순환(Circulation)’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설탕이 함유된 음료수를 하루 한 잔만 마셔도 거의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31%, 암으로 사망할 위험이 16%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음료가 치명적인 가장 큰 이유는 혈당을 매우 급격하게 올리기 때문이다. 단맛을 내기 위해 첨가되는 대표적인 재료가 액상과당인데, 액상과당은 포도당으로 구성된 옥수수 전분에 인위적으로 과당을 첨가해 만든 물질이다. 강동경희대 내분비대사내과 정인경 교수는 “단 음료는 빠르게 체내로 흡수돼 혈당을 급격하게 높여 급속도로 인슐린이 분비되도록 한다”며 “인슐린이 과다 분비되면 단기적으론 포도당 수치가 다시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또 단 음식이 생각나게 하는 악순환을 유발하고, 장기적으론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이 과부하 걸려 인슐린 분비 자체가 힘든 1형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살이 찌기 쉬워지는데, 비만해지면 인슐린이 나와도 혈당을 낮추는 기능을 잘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2형 당뇨병이 발병하는 것이다. 혈당이 내려가지 않으면 피가 진득해져,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도 커지게 된다.
과량 함유된 과당도 문제다. 정인경 교수는 “과당은 포도당과 달리 간에서 대사되는데, 과량 섭취하면 지방간을 유발한다”며 “과당이 대사될 땐 요산 수치도 높아지는데, 이는 대사증후군에 기여하고, 신장이 안 좋아질 수 있으며, 통풍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액상과당은 천연 과당보다 혈액 속 단백질 성분과 엉겨 붙는 작용이 빠르게 일어나, 많은 최종당화산물을 만든다. 이 물질은 혈액 속 염증 물질을 만들어 심뇌혈관질환도 유발한다.
◇디저트 먹는 습관 한번 들이면, 끊기 어려워
점점 강력한 단맛과 기름으로 무장한 디저트가 나오는 건 폭식과 단맛 중독을 유발한다는 점에서도 주의해야 한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대사비만센터 김경곤 교수는 “우리가 음식을 배불리 공급받은 건 얼마 되지 않았다”며 “그래서 유전자 자체에 먹을 수 있을 때 에너지 비축을 위해 폭식이 가능하도록 하는 성질이 남아있는데, 언제든 먹고 싶으면 많은 양을 먹을 수 있는 환경까지 조성되면서 먹는 횟수도 늘고 한 번에 먹는 칼로리도 늘었다”고 말했다. 에너지를 비축하려는 성질 때문에 에너지원으로 주로 사용되는 고탄고지 식품을 먹게 되면 뇌는 기분을 좋게 만드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뇌는 이때를 기억해놨다가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욕구를 높인다. 담배, 도박 등의 중독에 빠지게 되는 원리인 보상 시스템과 같은 원리다. 식사 후 디저트를 먹는 습관을 들이면, 끊기 힘들어지는 이유다.
이미 배부른 상태에서 더 먹는 것도 폭식을 습관으로 만든다. 김경곤 교수는 “뇌에는 음식을 많이 먹으면 그만 먹으라는 신호를 보내고, 배고프면 먹으라는 신호를 보내는 시스템이 구축돼있다”며 “그런데 특히 당과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폭식하면 뇌의 시스템이 망가져 그만 먹으라는 뇌의 신호가 몸에 잘 전달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경곤 교수는 “실제로 고탄고지 식품을 과량 섭취한 후 다음 식사 때 섭취량이 감소하는지 확인한 연구에서 식욕도 줄지 않았고 섭취량은 는 것으로 나왔다”며 “그래도 아이들은 뇌의 시스템이 안정돼 있어 폭식 후 그만 먹으라는 신호가 비교적 제때 전달되는데, 성인은 그렇지 않기에 의식적으로 몸에 필요한 만큼만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단맛 중독됐다면, 다른 음식과 동시에 먹다가 서서히 줄여야
이미 디저트에 중독된 상태라면, 어떻게 끊어야 할까? 먼저 달고 기름진 음식을 다른 식품과 동시에 섭취한다는 원칙을 세워보자. 달고 기름진 음식을 배가 부를 때 먹는 것도 안 좋지만, 빈속에 먹는 건 더 안 좋다. 김경곤 교수는 “빈속에 먹으면 당이 체내로 바로 흡수돼 뇌의 시스템을 망가트리는 것은 물론, 보상회로도 더 크게 돌아가고, 혈당도 더 급격하게 올라간다”며 “섬유질 등이 풍부한 다른 음식과 함께 먹으면 그나마 흡수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당이 천천히 흡수되면 보상회로로 강해진 식욕도 점차 줄어들게 된다. 정인경 교수는 “함께 먹는 음식으로는 채소와 과일이 좋다”면서 “과일에도 과당이 있기 때문에 과량 섭취는 피해야 하고, 생과일주스로 갈아 먹으면 식이섬유가 줄기 때문에 직접 씹어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래도 꼭 단 게 먹고 싶다면 실제로 혈당을 올리진 않는 대체 감미료가 들어간 식품을 먹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단맛 중독의 고리는 끊지 못하지만, 혈당을 높이는 등 건강에 해로운 것은 막을 수 있다. 정인경 교수는 “단맛을 이겨내기 위해 새콤한 맛 등 다른 강한 맛을 찾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