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앞코 헐렁, 바닥 푹신… 이 신발, 나만 발목 아파?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08/24 17:52
실내 활동 많아지며 슬리퍼류 각광… 발 건강엔 '글쎄'
고무로 된 독특한 재질에 앞코가 뭉툭한 못난이 신발로 유명한 크록스의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반등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실내 활동이 많아진 데다, 신발 등에 꽂는 액세서리인 자비츠가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다. 실제로 나스닥에서 크록스 주가는 6달러 선에서 코로나가 시작된 지난해 3월 말 10.77달러까지 상승한 후 고공 행진해 현재 무려 142.87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족부 전문가들은 실내 바닥 재질에 따라 아이들의 낙상 위험을 높일 수 있으며, 장시간 신으면 발에 무리가 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비단 크록스만의 문제는 아니다. 크록스와 비슷한 특징을 가진 신발 모두 해당한다. 발 건강을 유지하려면 신발의 어떤 특징들을 고려해야 할까?
◇앞코 헐렁한 신발, 낙상 위험 높여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자주 찾는 블로그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쉽게 아이들이 크록스를 신고 다니다 사고가 났다는 글을 볼 수 있다. 대체로 에스컬레이터에 끼였거나, 고무바닥 등 마찰이 심한 바닥에서 넘어졌다거나, 비가 오는 날 계단에서 미끄러졌다는 등의 내용이다. 이는 발가락을 덮는 앞코에 여유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걸을 때 뒤꿈치, 발바닥, 발가락 순으로 바닥에 닿은 뒤 허공을 뒤에서 앞으로 차고 나가는 스윙을 반복한다.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성기선 교수는 “크록스는 발 앞부분 여유가 많아 뒷발 스윙을 할 때 본인이 미처 통제하지 못하는 부분이 생기게 된다”며 “이 부분이 에스컬레이터에서는 자칫 빨려 들어갈 수 있고, 마찰이 심한 바닥에서는 바닥에 닿거나 끌려 넘어지는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천대 길병원 재활의학과 이주강 교수는 “신발이 발과 안정적으로 밀착되지 않으면 디딜 때 불안정해 내 의지대로 딛히지 않는다”며 “여기에 크록스는 소재까지 부드러워 빨려 들어가거나 미끄러지는 등의 사고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큰 사이즈를 골라 앞 축에 빈 곳이 많거나 신발의 재질이 너무 부드럽다면 크록스가 아닌 다른 신발도 사고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푹신하기만 한 신발 바닥, 피로도 높여
크록스의 푹신푹신한 바닥은 내 발을 대접해주는 것만 같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제대로 된 설계 없이 푹신하기만 한 바닥은 장기간 신었을 때 오히려 피로도를 높인다. 이주강 교수는 “크록스의 푹신함은 의학적으로 봤을 때 안정감이 많이 떨어진다”며 “크록스는 발 위치를 잡아주지 못하기 때문에 쉽게 비틀리거나 뒤틀린 채 신발 바닥을 밟게 되는데, 전부 푹신하니 자세가 무너지고 결국 다른 근육들이 일하게 돼 많이 움직이는 사람에겐 피로감만 더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편안한 쿠션은 운동화를 떠올리면 된다”면서 “운동화에선 발이 움직이는 방향에 맞춰 충격을 흡수하는 쿠션 부분과 올바른 자세를 위해 버텨주는 부분이 모두 구축돼 있다”고 말했다.
밑창이 푹신하기만 한 슬리퍼 등 다른 신발도 마찬가지다. 오랜 시간 서 있기만 하다면 푹신하기 때문에 편하지만, 많이 움직여야 한다면 모든 부분이 푹신한 신발 바닥을 갖춘 신발은 적합하지 않다.
◇신발 뒤축 없으면, 발가락에 무리 가
크록스는 뒤축에 심지가 없어 발가락에도 무리를 줄 수 있다. 미국 일리노이 뼈관절 외과 의료원 메건 리히 박사는 “크록스는 뒤꿈치를 제대로 못 잡아준다”며 “뒤꿈치가 불안하면 발가락에 힘이 들어가 발가락이나 발 모양이 이상해질 수 있고 힘줄염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신발이 뒤꿈치를 잡아주지 못하면 우리 몸은 발이 신발에서 빠져나갈까 봐 발가락에 강한 힘을 주게 된다. 발가락 근육 과사용이 지속하면 통증은 물론 근육이 뭉치고 힘줄에 과도한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염증이 유발될 수 있다. 성기선 교수는 “크록스뿐 아니라 슬리퍼 등 뒤축에 심지가 없는 모든 신발에 해당하는 사항이다”며 “뮬, 크록스, 슬리퍼 등은 장기간 걸어 다녀야 할 때는 발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크록스는 장기간 걸어 다니지 않고 오래 서 있으면서, 신고 벗는 게 쉬우면서 세탁도 편한 편의성이 중요한 사람에게는 좋다. 통기성이 좋아 발에 땀이 많이 차는 사람에게도 권장된다. 이주강 교수는 “편의성 때문에 크록스를 신고 싶다면 최대한 뒤꿈치를 잡아주고 발등을 보호해줄 수 있는 모델을 고르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신발 고를 때 유의할 점
그렇다면 어떤 신발을 신어야 할까? 발의 모양새에 따라 다르다.
▶평발=뒤꿈치를 들어 올려도 아치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교정이 힘든 평발이다. 이 경우 뒤꿈치를 잘 잡아주는 신발을 신어야 한다. 아치가 없어 뒤꿈치가 바깥으로 틀어지면서 피로도가 쌓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발가락 관절이 약한 사람, 무지 강직증=발가락 관절에 최대한 힘이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앞쪽이 들려있는 탄탄한 밑창을 가진 신발이 권장된다. 발가락에 힘이 들어가지 않도록 뒤축도 빳빳한 신발을 고르는 게 좋다.
▶무지외반증=휘어진 엄지발가락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발 폭이 넓은 신발을 신어야 한다.
▶지간신경종=발가락이 꺾일수록 발바닥에 압력이 가고, 신경에도 압력이 강하게 가해지기 때문에 발가락에 힘이 덜 가도록 돕는 신발을 신어야 한다. 앞쪽이 들린 탄탄한 밑창을 가졌고, 뒤축이 빳빳한 신발이 권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