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똥' 사진 찍어 건강 확인하는 앱… 병 찾아낼까?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대변 모양 진단 표와 비교하는 원리… 갑자기 대변 변했다면 검사를

건강을 확인하기 위해 매일 자신의 '대변' 사진을 찍는다면 어떨까. 장난 같지만 실제로 이런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이들을 위해 출시된 스마트폰 앱까지 여럿이다. 아직 국내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국 데일리메일의 보도에 따르면 건강에 관심이 높은 해외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정말 대변 사진을 찍어 기록하기만 해도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걸까? 소화기내과 전문의는 대변을 기록하는 것이 '좋은 습관'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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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 관찰 앱 'Pooplog'로 배변 습관을 기록할 수 있다./사진=구글 플레이스토어 캡처

◇대변 기록 앱, '브리스톨 대변표'와 비교하는 원리
대변 관찰 앱은 앱스토어에서 '대변(Poop)'을 검색하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러 앱이 있지만 기본적인 틀은 비슷하다. ▲대변 횟수·시간·모양·경도 ▲혈액량과 배변 통증 여부 ▲식단·스트레스·생리주기 등 변화요인 ▲복통·구토 등 소화기 증상 등을 기록할 수 있으며 원한다면 사진을 찍어 참고할 수도 있다. 기록한 장기간의 배변 습관을 도표로 만들어 분석해 주기도 한다. 재미와 성취감을 주기 위해 대변을 본 위치를 기록할 수 있게 하거나, 대변 보는 동안 심심함을 달래주기 위한 간단한 게임을 제공하기도 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잠금 기능이 있는 앱도 있다.

이들 앱은 대부분 '브리스톨 대변표(Bristol Stool Chart)'라는 대변 모양 진단표와 대변 사진을 비교하는 원리로 만들어졌다. 영국 브리스톨대 케네스 히튼 박사가 변을 굳기와 형태에 따라 7가지 형태로 분류한 것이다. 1형에 가까울수록 호두알 같은 딱딱한 대변을, 7형에 가까울수록 형태가 없이 묽은 변을 뜻한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화기내과 고봉민 교수는 "브리스톨 대변표는 대변을 딱딱함 정도에 따라 구분할 수 있도록 만든 표"라며 "대변이 1형이거나, 7형이라고 꼭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배변 습관을 점검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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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스톨 대변표를 이용해 대변의 유형은 7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사진=대한장연구학회 유튜브 캡처

◇대변 변화와 혈변, 체중감소 동반될 땐 검사 받아야
대변의 형태는 눈으로 간단히 확인할 수 있지만, 이를 꼼꼼히 확인해 기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대변은 일시적인 형태보다는, 지속적인 경과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고봉민 교수는 "대변의 형태가 평소와 달리 갑자기 변했다거나, 점점 다른 형태로 변하는 양상을 관찰하면 소화기질환을 조기진단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염증성장질환이나 과민성장증후군 등 소화기질환이 있는 환자가 배변 습관을 기록해뒀다가 의사에게 알려주면 진단이나 치료에도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과거와 비교해 가는 대변이 지속해서 관찰된다면 대장암이나 직장암을 의심할 수 있다. 암 종양이 대변이 내려오는 길을 막으면서 대변이 가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 상태 불량도 변을 가늘게 만들 수 있다. 고봉민 교수는 "만약 가는 대변과 함께 피가 섞여 나오는 혈변이 동반되거나, 갑자기 변의 색이 변했다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며 "이전과 다른 대변 양상과 함께 발열, 체중감소 등이 동반될 때도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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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건강 관리 앱 '피비오'는 평소 생활습관에 따른 장 유형을 알려준다./사진=애플리케이션 '피비오' 캡처
한편 대변을 기록하는 것에 거부감이 든다면 꼭 사진으로 남길 필요는 없다. 대변의 유형과 식단 등만 잘 기록해도 장 건강 상태를 평가해주는 애플리케이션도 있다. 이를 바탕으로 나의 장 유형을 분석해 주고, 장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가이드를 제공하기도 한다. 고봉민 교수는 "주기적으로 대변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은 좋은 습관이지만, 진단 목적으로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며 "기록을 하다가 소화기질환이 의심된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길 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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